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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도시와 분노의 주먹, 허명행 감독이 말하는 액션 신 비하인드
정재현 2024-04-30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과 오랜 액션 동지다. 그가 무술감독, 무술 스턴트, 연출자 등으로 마동석과 함께 만들어온 액션만 무려 18편이다. 허명행과 마동석의 ‘믿고 보는’ 액션 시퀀스에 관해 허명행 감독이 직접 전한 비하인드를 정리해보았다.

<부산행>

구글 검색창에 ‘Train to Busan(<부산행>의 영문 제목.-편집자) big guy’를 검색하면 바로 마동석의 사진과 프로필이 뜬다. 외신과 해외 관객은 <부산행>이 첫 공개된 2016년 칸영화제 때부터 총 한번 쓰지 않고 팔뚝에 테이프를 칭칭 감은 채 맨주먹으로 좀비를 응징하는 윤상화(마동석)에게 열광했다. 허명행 감독은 인상적인 <부산행> 속 액션으로 상화의 최후를 꼽는다. “콘티에선 상화가 자기 딸의 이름을 외친 후 유리창이 상화를 덮치는 결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상화가 일어나 다시 싸우도록 만들었다. 마동석 배우를 좋아하는 ‘마동석 팀’으로서 그가 분한 상화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진하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명행 감독은 배우 마동석을 향한 굳은 애정과 신뢰로 상화의 마지막 액션을 다시 만들었다. “성경(정유미)을 구하다 좀비에게 물리면서도 좀비 하나를 들어 방패처럼 밀어붙인다. 좀비로 변하면서도 자기 사람을 지키려는 순간. 상화의 엔딩으로도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도시>

마동석은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마석도(마동석)와 장첸(윤계상)이 유일하게 맞붙는 최후의 결전을 “치밀하게 안무를 짜듯 준비한 장면”이자 “액션이 몸도 잘 써야 하지만 머리로도 잘 외워야 하는 행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정리했다. 허명행 감독 또한 “액션 자체가 스텝과 스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춤과 비슷하다. 실제로 댄서 경력이 있는 분들이 액션 동작을 금방 습득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거의 사전 콘티 그대로 찍은 장면이다. 배우들도 덕분에 수월하게 찍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틀 정도 걸려 금방 신을 완성했던 것 같다. 숏 바이 숏으로 치밀하게 완성했다.” 이 장면은 모두가 기억하는 마석도의 대사 “어, 아직 싱글이야” 이후 펼쳐진다. 비좁은 공간에서 만난 두 숙적과 이윽고 내뱉는 마석도의 명대사는 이후 <범죄도시> 연작에서도 하이라이트 액션이 시작하는 신호로 자리 잡는다.

<성난황소>

마동석은 <성난황소>에 대해 “주인공이 처한 감정적 명분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었던 액션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작품”이라 회상한다. <성난황소> 속 마동석이 분한 강동철은 인신매매범(김성오)에게 아내 김지수(송지효)가 납치되자 물불 가리지 않고 지수를 구하러 떠난다. 허명행 감독은 분개한 동철이 펼치는 액션이 자칫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하며 “이질감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동철의 액션을 마동석과 함께 만들어갔다. “<성난황소> 속 동철은 <악인전>의 장동수가 아니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센 액션, 청소년관람불가의 액션을 위해 무언가를 만든 것도 아니다. 다만 동철이 아내를 구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시원함’을 느꼈으면 했다.”

<범죄도시2> <범죄도시3>

도주하는 강해상(손석구)이 탄 버스를 교통통제 봉으로 멈춰 세운 후 버스 안에서 강해상을 처단하는 버스 액션 시퀀스는 보는 내내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손석구가 “사흘을 내리 찍었다”고 고백하기도 한 버스 액션을 두고 허명행 감독은 “이 장면의 핵심 키워드를 ‘응징’”이라고 말한다. “버스라고 해서 특이점이 있는 건 아니다. 안에서의 최후 대결을 특별하게 구상하기보다 결국 마석도에 의해 처단되는 강해상의 결말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씨네21>과 이상용 감독의 2022년 인터뷰에 따르면 “마지막 액션의 무대로 버스를 고른 것은 마동석 배우의 아이디어”다. 한편 <범죄도시3>의 마지막 액션은 경찰과 경찰의 싸움이다. 마석도와 마약수사대 팀장 주성철(이준혁)의 최종전은 경찰서에서 이루어진다. 허명행 감독은 “경찰이 경찰을 잡으러 경찰서에 들어간다는 상징적 상황이 재밌었다”고 회상한다.

<범죄도시4>

<범죄도시4>에서 백창기(김무열)와 마석도는 이륙 전 비행기 기내에서 접전을 펼친다. 이 장면 역시 마동석의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비행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마동석 배우가 제시하자마자 시퀀스의 80%가 저절로 머리 안에서 설계됐다.” 좁은 복도, 용적의 다수를 차지하는 찬장과 의자 등 공간의 한계가 명백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결투는 기내식용 커틀러리, 기내 산소마스크 등 승객들의 생존을 위해 마련된 기물들까지 살상의 도구로 동원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장면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하루 반이다. “배우들 없이 액션팀으로만 카메라 무빙을 맞추느라 반나절 정도 비행기 세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배우들과 하루 만에 완성한 비행기 액션 시퀀스는 심지어 액션스쿨에서 따로 합을 맞춘 장면이 아니다. “액션에 있어선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라 연습 없이도 현장에서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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