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직선으로 응시하는 눈빛, 주저하지 않는 목소리, 확신이 담긴 몸동작까지. 지금까지 강나언이 그려온 10대 청소년은 서투른 결정을 내릴지언정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선 패기가 넘치고 욕망이 강한 인물로 보이지만, 또 어떤 점에선 이유 없이 고집 부리고 싶은 그 시기의 평범한 청소년 같다. 강나언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배역을 그려낸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가 지닌 보편성까지 담아낸다. 시청자가 주변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 한명쯤 떠올릴 수 있도록 (그래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그는 유연한 안내자가 된다.
강수아가 <일타 스캔들>에서 해이(노윤서)의 라이벌 수아 역을 맡은 경험은 <피라미드 게임>의 임예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발판이 되었다. 교실 내 공식 왕따 한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A등급을 받는 임예림은 극 초반 성수지(김지연)의 편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다. 날 선 태도로 학교폭력을 방관하는 모습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수아의 시선과 얼핏 닮아 보인다. 하지만 강나언은 예림의 뾰족한 모습뿐만 아니라 붙임성 좋고 여유로운 성격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이름표로 같은 반 친구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5반 아이돌. 그것은 강나언의 모습과 보다 가깝다. “아이돌 연습생을 해본 건 아니지만 중고등학생 때 댄스부 단장을 맡았다. 극 중 <magic>을 추는 장면은 3주 정도 맹연습을 한 거다. 무엇보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닌 게 예림이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연극영화과에는 연기·노래·춤을 선보이는 모의 평가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 서본 시간들이 예림이를 자연스레 체화하도록 만들어줬다. 친구들 앞에 나서도 떨지 않고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처음으로 장편 주연에 오른 <피라미드 게임>은 강나언의 배우 세계를 넓힌 작품이다. 부모의 꿈과 자식의 꿈이 일치하지 않는 유일한 학생이자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은 예림에게 다양성을 부여했고, 다채롭고 복잡한 설정은 강나언을 분석하고 공부하게 했다. “극 전반에 예림이가 얼마나 자신의 꿈에 절실한지 잘 보여줘야만 데뷔를 포기하는 선택의 무게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내렸는지 개연성 있게 펼쳐내고 싶었다. 예림과 은정의 관계는 원작에서는 우정으로 드라마에서는 사랑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나는 이 둘을 특정한 관계에 정착시키고 싶지 않았다. 사랑과 우정 어딘가를 계속 헤매는 관점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예림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작품 밖의 모습까지 상상해갔다.” 인물의 안팎을 넘나든 고민의 흔적은 이제 막 자기 길을 구축하기 시작한 강나언만의 무기다. 지금까지 청소년의 굴곡을 그려온 그가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궁금해지는 건 어쩐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탐나는 캐릭터“서사가 깊은 어두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피폐한 인물.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아이유)과 같은 역할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잘 그려내보고 싶다. 또 워낙 몸 쓰는 것을 좋아해 액션물도 해보고 싶다. 학교를 다니며 애크러배틱 수업도 많이 들은 터라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주로 팝송을 즐겨 듣는다. 요즘엔 더 위켄드 앨범을 많이 듣는데 블랙핑크의 제니와 함께 작업한 <One of the Girls>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이건 꼭 에어팟으로 들어야만 한다. 노이즈 캔슬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집중했을 때 비트도 잘 들리고 온몸에 소름도 돋는다. 요즘 같은 날씨에 산책하면서 듣기 딱이다!”
드라마
2024 <웨딩 임파서블> 2024 <피라미드 게임> 2023 <일타 스캔들> 2023 <구미호뎐 1938> 2023 <KBS 드라마 스페셜 2023-우리들이 있었다> 2022 <블라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