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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영화도 밈처럼 끊임없이 재해석되길,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김소미 2024-03-28

<댓글부대>는 스크롤하는 움직임, 메신저의 말풍선, SNS 플랫폼의 양식이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영화언어이자 장면화 기술임을 대한민국의 사이버 현실 위로 못 박는 영화다. 열혈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파헤치다가 어느 억울한 중소 회사 사장의 고발을 단독 보도하게 된다. 그러나 기사 발행 다음날,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기사는 오보 취급을 받고 취재원마저 목숨을 끊는다. 도대체 무슨 공작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자리를 잃고 순식간에 인생의 코너에 몰린 남자에게 어느 날 새파란 한 청년이 다가와 인터넷 여론 공작원 ‘팀알렙’의 존재를 알린다. <댓글부대>는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으로 구성된 댓글부대의 실체를 밝혀내야만 하는 기자와 그를 둘러싼 사이버 여론장의 혼돈을 돌파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진짜 현실에 있는 동시에, 가장 그럴듯한 무언가에조차 극화된 거짓말이 섞인 무대”를 안국진 감독은 그 내용과 스타일에서 충실히 재현해냈다. PC통신의 종말이 촉발한 촛불 운동의 기원부터 문을 열어 대기업의 횡포와 인터넷 자본주의의 쿰쿰한 지하실까지 내달리는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 알차게 재미있다. ‘소통’이 무색한 세계에는 그저 넘쳐나는 메시지만 있을 뿐인데, 안국진 감독은 자칫 균형을 잃고 위악에 휩싸이기 좋은 이 자극적인 세계의 마우스를 꽉 쥐고 놓치지 않다.

-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가 토대가 된 작품이다. 원작을 충실히 옮기기보단 과감하게 각색했는데.

=원작이 실제 사건을 다뤄내는 부분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고 주제에 대한 장강명 작가의 관점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덧붙여보려 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아서 작업이 막힐 때 제작사에서 장 작가님을 직접 만나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기도 했는데, 어떻게든 스스로 돌파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작업 초기엔 작가님을 만나지 않았다. 원작이 댓글부대에 집중하는 반면 나는 임상진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이 영화가 좀더 기자의 이야기에 가깝길 바랐다. 댓글부대를 절대악으로 다루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불가피한 공생관계가 형성되는지 기자의 시선에서 조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다가 끝내 댓글부대와 다르지 않은 주인공의 어떤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면 정말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다.

- 직접 여러 기자들을 취재했다고. 어떤 점이 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했을까.

=1년 미만의 신입 기자이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었다. 이제 막 적응을 시작하는 단계가 그 조직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때다. 한번은 집 앞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다가가 내 사정을 설명하고 인연을 맺었다. 이후 2년 정도 연락하면서 그 기자가 부서와 직책을 옮기는 과정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이 직업군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세간의 상상과는 꽤 괴리가 있다는 점에 있었다. 저널리즘 영화나 누아르 영화의 기자들처럼 자기를 다 바쳐서 취재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선 드물다. 기자도 직업이고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어쩌면 대중의 판타지가 유독 크게 투영되는 직업이라 느꼈다.

-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장편소설 <댓글부대>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해인 2015년에 발표됐다. 9년이란 시차가 있는데, 제작 단계에서 시의성의 문제를 걱정하지는 않았나.

=확신이 있었다. 지금보다 10년 이후라고 해도 이 문제는 더 첨예해질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관객들이 현실의 사건들이 준 부정적 인상을 영화에 대입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픽션의 즐거움, 영화적 리듬감을 의식적으로 더욱 중시했던 이유다. 그만큼 우리 현실의 이야기고 관객들 저마다 아는 만큼 각자의 방식대로 뜯어볼 수 있는 영화다.

- 적자에 허덕이는 영화 제작자가 팀알렙을 고용해 여론 조작을 부탁하는 설정도 나온다. 팀알렙은 경쟁 영화에 타격을 입히는 쪽을 택한다. 영화계에서 지난 몇년 사이 논란이 된 역바이럴 마케팅 이슈를 저격한 건가.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완전히 상상의 영역에서 창조한 사건이다. 물론 영화계에서 일하면서 이것저것 전해 듣거나 나름대로의 의심은 있었다. 자기 작품의 별점을 올리는 건 효과가 없으니 경쟁작의 별점을 낮추는 방식을 쓴다더라 하는. <댓글부대> 촬영 이후에 실제로 어떤 영화가 도마 위에 올라 타격을 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제작사에서는 이 설정을 그대로 써도 되는지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근본적으로 영화시장 자체가 약점이 많은 산업이기에 불거지는 단면이라고 본다. 엄청나게 큰돈을 들여서 오랜 시간 촬영하는데 막상 수입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한정적이지 않나. 달팽이가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누가 찌르면 정말 큰 일이 나는 것이다. 이때는 아주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줄을 쥐고 흔든다. 그러니 여기에 댓글부대가 얽힌다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썼다.

손석구의 반전, 삼인조의 긴장

- 기자 임상진은 배우 손석구 본연의 매력을 다분히 노출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처음부터 캐스팅 1순위였을까.

=완전히. 이제는 이야기해도 될 것 같은데 처음 손석구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을 때 투자사가 약간은 우려했었다. <범죄도시2> <나의 해방일지> <카지노> 등이 공개되지 전의 일이다. 시나리오 마지막 윤색 단계에서 그 방향성을 결정지어줄 구체적인 배우가 필요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손석구만 한 인물이 없었다. 일단 만나기만 해보자 하고 배우와 마주해보니 더 빠져들게 됐다. 배우 본인도 처음에 부담스러워했다. ‘아직은 이렇게 작품을 끌고 갈 정도로 내가 뜨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거 망하면 저도 은퇴 아닙니까?’ 하는 식이었는데 정말 솔직하고 재밌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 욕심만 앞서는 게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면도 있다는 게 더 좋더라. 출연을 완전히 정하지 않고 계속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를 해가던 서너달 사이에 갑자기 대스타가 됐고, 운 좋게도 캐스팅이 성사될 수 있었다. 타고나길 블랙코미디적 매력을 가진 배우라 작품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이번에 발견한 손석구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한마디로 너드(nerd)미다. 캐릭터가 약간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순간에 의외의 귀여움이 묻어나도록 할 수 있었던 것도 손석구다움 덕분이다. 그는 뭔가 하나에 꽂히면 정말이지 오타쿠처럼 몰입하고 탐미하면서 끝을 보는 성격이더라. 자기만의 유머와 취향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임상진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억울해하는 것까지도 비슷해서 임상진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배우가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 자신을 교수로 속인 찻탓캇의 메시지를 받고 다방에 나간 장면에서 분에 못 이겨 대뜸 “죽고 싶냐”고 지르는 대사도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임상진이라면 절대 얌전히 넘어가지는 못할 거라면서. 아침 6시 촬영장 콜인 날에도 전날 같이 숙소에서 자면서 새벽 4시까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 팀알렙을 구성하는 세 청년은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의 앙상블이 훌륭하다.

=김동휘 배우는 착한 사람인데 카메라 앞에서는 언뜻 못된 눈빛도 나오는 혼재된 느낌이 좋았다. 김성철 배우는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같다가도 정반대의 모습도 보인다. 홍경 배우는 연약해 보이기도 하면서 한편 퇴폐적이다. 감독인 내 입장에서는 이 세 사람이 마냥 친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얘네가 정말 친구인가, 싶은 사람들이 한집에 섞여 있을 때의 긴장감이 필요했다.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은근히 조마조마했다. 그전까지는 친분이 없던 성인들이 일적으로 만나서 갑자기 아주 격의 없는 관계를 연기해야 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프로여서 작품을 위해 더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각자의 개성을 눌러가며 화합했다. 그러나 모니터 뒤편에서 숨길 수 없는 약간의 긴장을 본 것도 사실이다. 정말 재밌는 기류는 이때 나온다. 예를 들어 홍경 배우가 일부러 약간 도발하는 느낌으로 약속되지 않은 장난을 치면 김성철 배우가 좀 당황하면서도 카메라 앞이라 참는 식인데 그 사이에서 김동휘 배우가 노심초사하는 것 역시 잘 보인다. (웃음) 그렇게 주고받으며 세 사람이 정말 친해졌다.

- 동시대 청년의 얼굴, 그중에서도 꽤 순연한 인상의 소유자들을 불러모았다. 홍경 배우가 연기한 팹택이 자기 일의 폭력성을 감지하고 갑자기 울먹이는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댓글부대원들의 감정선을 어느 수준으로 잡고 갔나.

=너무 큰 죄책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면하지 못하는 사이 어디쯤으로 잡았다. 피해자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 무너지는 팀알렙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홍경 배우에게 했던 말은 간단했다. “울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한번 해보자. 눈물이 나오면 울고 아님 말고.” 처음에 배우는 캐릭터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긴가민가했는데 막상 슛이 시작되자 바로 울면서 흔들리는 감정을 끌어올렸다. 그 장면은 나도 모니터를 보다가 조금 울컥했던 순간이다. 캐릭터의 입장에서는 그 순간 해소되지 않는 억울함도 묻어나야 했다. 가해자로서의 억울함이 아니라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억울함,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이런 환경과 조건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억울함이 그 눈물에 섞여 있다고 봤다.

영화여, 스마트폰을 이겨라

- 팁알렙의 집이 공간적으로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 창밖에 커다란 대관람차가 있고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서 마치 가상공간같은 느낌도 받았다.

=조형래 촬영감독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고 20대 후반에는 한집에 같이 살았다. 내가 영화감독 지망생이고 그는 촬영감독 지망생인 시절이었다. 팀알렙의 집을 찾는 것이 큰 고난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조형래 촬영감독이 우리가 옛날에 살던 그 집을 그대로 재현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생각해보니 시나리오 쓴다고 방에 처박혀 있는 나와 영화 뛴다고 늘 바쁘게 오가던 조형래 촬영감독의 생활이 팀알렙 멤버들의 동거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작가 찻탓캇의 방은 과거 내 방과 거의 유사하고, 모니터를 비롯한 장비들이 늘어선 방은 조형래 촬영감독이 쓰던 방과 유사하다. 그 집의 구조 자체가 정말 특이하기도 했다. 집주인이 건물을 사서 세를 다 주고 나니 막상 자기가 살 집이 없어서 불법으로 옥탑을 개조했다. 우리는 그곳에 반전세로 들어가 살았던 거지. 지붕도 낮고 단열은 전혀 되지 않았고 동선도 아주 불편한 집이었는데 그것 자체가 보통 세트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재밌는 앵글을 만들어냈다.

- 암부를 과감하게 썼다. 배우의 클로즈업인데도 빛을 받은 얼굴의 극히 일부만 노출되는 숏도 있다. 대관람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색의 빛이 팀알렙의 집에 물드는 등 조명이 보이는 순간도 잦다.

=빛의 반사를 미러링이라는 인터넷 용어와 대응하는 의미로 써보고 싶었다. 임상진의 경우 그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에 반사된 순간을 주로 잡았고, 팀알렙은 무형의 빛이 그들에게 반사되도록 했다. 낮밤의 구분이 힘든 팀알렙의 집에 대관람차의 빛이 감돌 때 멤버들의 불안감 같은 내면 표현도 함께 포착할 수 있었으면 했다. 범죄 집단이라고 해서 무겁게 누아르적으로 접근하기는 싫었다. 세트장 안에 관람차 빛이 어떻게 들어올지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실제 크기의 관람차를 짓기도 했다.

- 영화가 근거하는 인터넷 매체의 성질에 조응하는 형식으로 완력 있는 편집이 돋보인다. 작중 현실과 모니터 안팎을 속도감 있게 엮었다.

=고백하자면 어느 정도는 공포의 산물이다. 이 소재로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수많은 걱정이 있었는데 일단 한 가지는, 인터넷 세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각화될 수 있는가였다. 당장 매일 손에 핸드폰을 들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 관객이 그 화면을 굳이 영화에서까지 보고 싶어 할까? 두 번째로, 현실의 사건과 소재를 변주해서 끊임없이 나열하는 영화이므로 내가 관객이라면 보다가 멈춰 서서 실제 사건을 검색해보고 싶을 것 같았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정보를 빨리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이제는 관객이 영화를 소비하는 경로도 고려해야 할 단계가 온 것 같다. 나중에 극장이 아닌 곳에서 이 영화를 볼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몰입도를 높여야 했다. 핸드폰을 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 풍자적 엔딩이다. 시원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일면 주인공의 타락처럼 여겨질 여지도 있는 열린 결말이다. 첫 상업영화인데 이보다 안전하게 받아들여질 엔딩을 놓고 고심했을 것 같다.

=실제로 여러 버전이 있었다. 지금의 엔딩은 <댓글부대>가 그 소재만큼이나 엔딩에서도 계속해서 재해석의 여지를 갖기 바란 결과다. 조금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나로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본다. 감독으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엔딩까지 다 보고 나서 그제야 핸드폰을 들어 ‘내가 뭘 본 거지?’ 하고 검색하고 싶은 영화이면 좋겠다. 개봉 이후 영화가 온라인에서 실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재소비, 재생산되었으면 한다. 곳곳에 숨겨놓은 게 많은데 그 모든 것들이 온라인 공론장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하다.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다시 한번 암울한 세태를 코믹하게 풍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내적 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내 영화의 뿌리가 어디냐고 스스로 질문해보면 결국은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 시절 영화들을 부러워하며 자랐고 실질적으로 그 영화들이 나를 응원해왔다. 많은 작품이 상업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작가적 기세를 유지했고 풍자와 시의성, 과감함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때 내가 받은 자극이 여태껏 마음에 밴 게 아닐까. 또 블랙코미디는 객석에서 반응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장르다. 피식거리는 웃음 하나가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할 때의 쾌감이 영화를 공부하면서 단편 작업을 할 때부터 아주 큰 동력이 되고 있다.

- 두 번째 장편영화까지 9년이 걸렸다. 세 번째 영화는 좀더 빨리 만날 수 있을까.

=중간에 단막극 두개(<시네마틱드라마 SF8-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드라마 스테이지-내 연적의 모든 것>)를 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댓글부대> 대본 준비에만 1년, 지난해 초 촬영해 마무리까지 달려오니까 9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니까 이것보다 한 3배는 열심히 해야 정상 속도가 되는 거구나 싶다. 다음 작품은 너무 오랜 공백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싶다.

온갖 밈들의 출처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온갖 저급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쏟아져 나온다. 소위 ‘짤’로 불리고 밈으로 소구되는 이 창조물들을 영화에 구현하기란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 처음엔 전문 디자인팀을 고용해 원하는 컨셉으로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가짜 같아지는” 현상을 경험한 제작진은 결국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한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져 있었다”는 안국진 감독은 “초등학생 때부터 온라인 게시판을 열렬히 탐방한 연출부를 섭외”해 꼼꼼히 자문을 구해가며 직접 그림판 창을 열었다. “연출부에 ‘밈 컨펌’을 받는 과정에서 ‘이건 너무 올드해요. 요즘 누가 이런 짤 써요?’ 하고 비판을 받기도 일쑤였다. (웃음)” 그렇게 편집실에서 편집을 하다 말고 필요한 밈이 생기면 “감독, 조감독, 연출부, 편집기사와 어설픈 밈을 마우스로 그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안국진 감독은 제작 이후 자체 검열의 과정도 들려주었다. “밈의 비속어 및 폭력 표현의 선정성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을 정말 영화 속에 넣어도 되는지’ 제작사에서 염려하기도 했지만 영화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 마음을 다잡고 설득했다.” 사투 끝에 탄생한 <댓글부대>의 밈들은 결과적으로 스크린 속 스크린의 리얼리티를 탄탄하게 구축하며 객석에 훅, 훅 펀치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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