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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곽선 하나에도 감정을 담아, <로봇 드림> 리뷰와 폴 리보시 백그라운드 디자이너
이유채 2024-03-08

2D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가장 순수하게 영화적 특성을 구현한 경이로운 애니메이션”(<인디와이어>)이란 찬사를 받으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영화는 뉴욕을 거니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동시에 우정을 나눴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뉴요커로서의 생활을 만끽하던 개와 반려 로봇은 해수욕장에서 생긴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해변에서 작동이 멈춘 로봇을 살리기 위해 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해수욕장은 장기 폐장에 들어가고 둘은 꿈속에서나마 서로의 얼굴을 본다.

무성영화 형식의 <로봇 드림>은 “좋아해”, “보고 싶어”라는 대사 하나 없이도 소중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적확하게 전달한다. “낡아서 찢어진 전기케이블에 테이프를 감아둔 모습”까지 그린 사실적 배경 묘사는 공간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개와 로봇의 감정적 교류를 인간들 사이의 그것과 다름없게 하는 것이다. 줌 인터뷰에 응한 폴 리보시 백그라운드 디자이너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의 크기와 모양도 제각기 다르게 그렸다. 그랬을 때 관객이 극 중 장소를 내가 사는 도시, 동물 캐릭터를 나와 같은 시민처럼 여기고 그들의 마음까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거라고 믿었다”며 배경 작업에 있어 디테일을 강조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로봇 드림>은 공간을 꼼꼼히 재현하는 걸 넘어 그곳의 의미와 감각까지 펼쳐내 짙은 여운을 남긴다. 개와 로봇이 휴가를 가는 놀이공원과 해수욕장이 언젠가 가본 적 있는 추억의 장소처럼 느껴지는 건 “실컷 노느라 인파가 빠진 줄도 몰랐던 휴가지의 적막함과 문뜩 혼자라는 외로움, 어두컴컴해진 시간대의 으스스함까지 고려해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폴 리보시는 로봇이 곤경에 처하는 폐차장 시퀀스를 진행할 때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체감하는 ‘뭔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담으려 했다”고 강조하며 “백그라운드 디자이너는 윤곽선 하나하나에 감정과 분위기를 심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호세 루이스 아그레다 아트디렉터가 디테일에 집착한 이유가 또 있다.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이 “우리 영화가 뉴욕을 향한 러브레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길 강조”했기 때문이다. 폴 리보시는 1990년대에 10년간 뉴욕에 거주한 적이 있는 스페인 출신 감독이 “기억 속의 뉴욕과 극 중 뉴욕이 거의 일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배경 아트 스탭들과 힘을 모았다. “파블로가 아는 그때의 뉴욕 느낌을 ‘캡처’하고자 당대적 요소에 관한 많은 시각적 레퍼런스를 공유했다”며 동료들과 함께한 기나긴 회의 시간을 웃으며 추억했다. 그러면서도 “세라 바론이 쓴 동명의 원작 그래픽노블의 느낌을 살리고자 컬러는 단색을 유지했다. 어디까지나 ‘만화적인 현실주의’에 입각한 작업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그리하여 감정까지 담아낸 세밀한 배경 묘사로 공감을 끌어내고 감독의 비전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 <로봇 드림>은 올해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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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폴 리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