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은 이혼 30일 전 동반기억상실에 걸린 한 부부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영화다. 영화의 재미는 배우의 몫이 크다.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은 이병헌 감독의 <스물> 이후 8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다. 둘은 풋풋한 첫사랑이 아닌 파국을 맞은 부부를 연기한다. 특히 지질함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정열 역의 배우 강하늘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숏박스의 엄지윤과 모델 송해나가 조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서사의 포인트는 동반기억상실에 있다. 모든 것이 리셋된 상황에서 부부는 처음 사랑을 시작한 연인처럼 남은 30일을 채워나간다. 이혼 사유였던 서로의 단점은 둘의 새로운 시선을 통해 보완한다. 과거의 기억을 수정하여 전보다 나은 버전의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관건은 둘이 쌓은 좋은 기억이 과연 나쁜 기억을 덮어 씌울지의 여부다. 기억이 회복되는 것에 따라서 이 여부가 좌지우지되며 둘의 관계가 급변하니 주목해보자. 아쉬운 점은, 상당히 1차원적인 대사와 억지스러운 설정 그리고 감동적인 순간을 방해하는 특유의 유머 코드가 한국 상업영화에서 반드시 재고해야만 할 진부한 코미디의 전형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