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의 전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은 페기가 예술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밀한 컬렉션을 만들었으면서도, 치밀하게 비용을 계산했다는 점이다. 페기는 부유했으나 구겐하임 집안의 명성에 어울릴 만큼 돈이 많지는 않았고, 그런 까닭에 작가를 지원하면서도 작품의 적정가는 얼마인지 자신의 재정 상태는 어떤지 전시의 수입은 얼마인지 확인하는 일을 늘 잊지 않았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을 발굴하여 후하게 지원한 만큼이나, 훗날 폴록의 계약 위반 사실을 알고 소송을 벌인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주나 반스처럼 한번 마음 준 예술가라면, 서로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아도 끝까지 지원을 끊지 않은 애정 어린 모습도 보여주었다. 훗날 베네치아에 정착한 페기는 대저택에서 개들을 키우며 살다 세상을 떠났으니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페기가 남긴 흔적이 바실리 칸딘스키, 알렉산더 칼더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들과 어우러져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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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이 넘치고 혁신적이며 누구나 쉽게 찾아오는 곳, 손님들을 끌어들여 예술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예술가나 비평가들과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고취시켜주는 장소가 바로 그녀가 그리는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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