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다양성토크는 학계의 연구 발표와 산업 종사자들의 토론을 모두 포함했다. 김선아 영진위 부위원장은 디즈니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미디어 기업이 보여주는 다양성과 포용성 전략의 현재와 한계를 짚고 이를 보완한 정책 마련을 제안했다. 심혜경 한신대학교 교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틴 마블> 등 이른바 ‘PC 묻었다’는 표현으로 낙인찍혔던 영화와 드라마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청년경찰>에 등장한 조선족 혐오 표현에 대해 화해 권고 판결을 내린 법정 사례를 분석하며 창작자들이 재현 윤리를 고민해야하는 타당성을 주장했다.
학자들의 담론 제기에 이어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이언희 감독, 박현진 감독이 참석한 라운드 테이블 자리는 실제 창작자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페미니즘과 다양성 논의의 영향 및 현재 진행형의 고민을 공유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연출한 이언희 감독은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가 모이면 남성 중심의 업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심재명 대표는 ‘영혼 보내기’ 등으로 대표되는 여성 영화운동의 열기가 최근 약해졌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여성 서사와 여성 감독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이를 특별히 지지하고 응원하기 보다는 반대쪽에서 혐오하고 왜곡하고 선동하는 움직임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현상을 보다 깊이 숙고하며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기준을 묻는 넷플릭스 영화 <모럴 센스>를 연출한 박현진 감독은 “넷플릭스가 영화의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됐던 다양성 가치를 실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넷플릭스의 모든 선택이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는 점을 구분했다. 이후 발표자 전원과 관객이 참여한 플로어 토론회에서는 학계가 산업에, 산업이 학계에 서로 궁금했던 점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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