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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의 두만이 시대의 공기를 담는다면, <기생충>의 기택은 이 시대의 환경을 담는다.” 인터뷰 내내 송강호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건, 그것이 환경이라면 <기생충>은 부자를 부자로 만들고, 빈자를 빈자일 수밖에 없게 하는 한국 사회 속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동선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짐작된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가족 전체가 백수인 집안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는 “연체동물”의 유연함을 배운 기택은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지금, 여기’의 환경을 표상하는 인물일 것이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돌아온 송강호를 만났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살인의 추억>(2003)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나 구성이 비슷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혀 다
<기생충> 송강호 - 연체동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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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개봉 5월 30일)이 현재 열리고 있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5월 21일(현지시각)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재 <기생충>은 알려진 줄거리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네 식구 모두 백수라 생계가 막막한 기택(송강호) 가족과 역시 똑같은 가족 구성인 신흥 재벌 박 사장(이선균) 가족,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두 가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 집에 과외하러 갔다가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4월 22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여섯 배우를 한자리에 모았다. 다음장부터 이들의 흥미진진한 봉준호 월드의 작업기가 펼쳐진다.
<기생충>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 - 어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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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한때 전설의 형사였지만 지금은 민원실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박미영(라미란), 그를 보고 형사의 꿈을 키운 시누이 조지혜(이성경)가 마약 및 불법 촬영, 성폭행 피해자를 돕기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다. 평범한 건달 정도야 미영 혼자서도 가뿐히 물리칠 수 있지만, 노남석 무술감독은 “같은 나이, 같은 체형의 남녀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남자쪽이 힘이 더 세다”며 두 사람의 협공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미영이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를 넘어뜨리고 태클을 거는 식의 근성을 보여준다면, 조지혜는 주먹 지르기나 발차기 위주로 세련된 액션을 선보이며” 서로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한편 박미영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레슬링 기술은 단순 타격으로는 반격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극복시킬 수 있다.” 그렇게 <걸캅스>의 액션은 여성들이 힘을 합쳐 여성 피해자를 구하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허명행 무술감독과 함께 <걸캅스>의 액션을 구성한 노남
<걸캅스> 노남석 무술감독 -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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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배심원들>은 변호사와 검사가 비장의 증거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김준겸 재판장이 맡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배심원 8명이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 하면 딱딱하고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는 때로는 경쾌하고, 또 때로는 피의자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울컥한다. 홍승완 감독은 인터뷰 내내 “새로운 법정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나.
=배심제가 도입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재판에 참여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명이 등장해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국민참여재판 또한 그런 상황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취재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만난 판사님들이 해주신 자문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도입됐을 때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 새로운 법정영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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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 소타는 올해 5월 국내 극장가에서 만나게 된 두편의 일본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그는 5월 9일 개봉하는 <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라플라스의 마녀>의 주연을 맡았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따스한 필치로 조명한 드라마(<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는 미스터리 스릴러(<라플라스의 마녀>). 우연히 같은 날 개봉하는 두편의 영화에서 완전히 상반된 얼굴을 보여주는 이 배우의 활약상에 호기심을 느낄 관객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먼저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 후쿠시 소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랑하는 반려묘 나나와 이별해야 하는 청년 사토루를 연기한다. 한편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그가 연기하는 아마카스 켄토는 모든 물질의 역학적 상태와 에너지를 알고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의 다정한 미소를 지우고 영화의 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라플라스의 마녀> 후쿠시 소타 - 액션에서 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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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이 뜨면 범죄자들이 벌벌 떨었다. 한때 여자 형사 기동대의 에이스였던 그는 결혼과 함께 출산과 육아라는 큰 벽에 부딪혀 민원실 주무관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우연히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잠자고 있던 수사 능력이 되살아난다. 5월 9일 개봉한 정다원 감독의 <걸캅스>는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 넘는 동안 영화 48편을 찍은 배우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다. 화창한 봄날에 만난 라미란은 “경사라면 경사인데… 책임감이 막중해져 설레는 동시에 부담스럽다. 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초조하기도 하다”며 첫 주인공을 맡은 소감을 말했다.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의 말솜씨는 청산유수였다.
-<걸캅스>는 전작 <소원>(2013)을 함께한 제작사 필름모멘텀의 변봉현 대표가 라미란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오랫동안 개발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나를 염두에 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걸캅스> 라미란 - 힘 있게, 치고 달리고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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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실무를 맡아 보조를 하고 있다. 영화제가 아무 일 없이 평온하면 가장 바쁘다. 나도 그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문병용 전주영화제작소 기획운영실장은 전주국제영화제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개·폐막식을 비롯한 전주 라운지 운영, 공식초청 행사의 도움, <익스팬디드 플러스: 유토피안 판톰> 전시 지원 등 영화제 곳곳, 문병용 실장의 지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오늘 하루만 전시가 집중되어 있는 팔복예술공장을 세번 정도 다녀왔다. 예상 이상으로 관람객이 많이 방문해 스탭들이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다.” 다들 정신없이 바쁠 때 영화 촬영부 출신인 문병용 실장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다. 현장에서의 업무 흐름을 알기 때문에 필요한 장비나 지원을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보조는 올해부터 시작했다. 지난해까진 전주영화제작소 일만 담당했는데 이런 식으로 담당 분야가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전주영화제작소
문병용 전주영화제작소 기획운영실장 - 보이지 않는 지원이 좋은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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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찾고 마는 휴먼 코미디 장르의 내비게이션. 육상효 감독은 데뷔작 <아이언 팜>(2002) 이후 <달마야, 서울 가자>(2004), <방가? 방가!>(2010),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을 거치며 지난 20여년간 여타 장르의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은 채 웃음 하나만을 좇아왔다. 이주노동자, 운동권 학생 등 무겁고 민감한 소재에 비하의 시선 없이 웃음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지체장애와 발달장애를 가진 두 사람이, 형제처럼, 아니 형제보다 더 끈끈하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이야기 <나의 특별한 형제>도 그 질문 안에서 찾아낸 해답 같은 영화다. 섣부른 동정의 시선을 걷어내고, 같이 잘 살자는 태도가 만들어낸 매 장면 덕분에 이번에도 그가 전해준 코미디는 건강하고 기분 좋다. 전작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이후 오랜만의 신작, 익숙한 코믹물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지금의 청년들에게 영화의 메시지가 전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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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감독의 <김 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슈켄트>(2014),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2017, 이하 <고려 아리랑>), 그리고 지난 5월 2일 개봉한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이하 <붉은 청춘>)이라는 망명 3부작은 모두 떠나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들에는 어떤 쓸쓸함이 있다. <붉은 청춘>에는 사랑을 떠나왔지만, 결코 그 사랑을 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쓸쓸함이 있다. 어쩌면 이것은 사랑과 고향을 상실한 채로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이 느낄 수 있으며, 느껴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김소영 감독은 북한에서 추방되고 소련으로 망명한, 어쩌면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김소영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감독 자신의 말 그대로 “뿌리로 내려가서, 뿌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김소영 감독 - 예술적 활동의 핵심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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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이 가까스로 지정된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만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은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의안과에 제출하러 갔다가 누군가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우 의원은 “십수년 만에 몸을 썼더니 힘들다, 늙었나보다”라고 웃었다. 문화체육관광위(이하 문체위) 소속인 그는 보름 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영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주 영화 관람 시간대(오후 1~11시)에 상영하는 총 영화 횟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 지난 십수년 동안 여러 의원실이 수차례 상정을 시도한 영비법 개정안에 비해 내용이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상호 의원은 담배를 피워 물며 스크린 상한제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해야 영화산업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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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2012)의 이제훈, <카트>(2014)의 도경수 등으로 이어지는 ‘명필름의 남자들’ 계보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는 아마 ‘마초’일 것이다. 명필름과 조이래빗이 공동 제작한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어린 세하(신하균)로 분한 안지호는 이들의 16살 시절 같은 배우다. 실제로 <카트>의 최철웅 캐스팅 디렉터가 그의 매력을 발견했다. 아직 못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당했을 때 화가 난 게 아니라 “눈물이 핑 돌았”고, VIP 시사회 뒤풀이에서 악수를 청한 조인성 선배가 너무 멋있다며, “심장이 뛰고 손을 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벅찬 얼굴로 말하는, 말간 소년을 만났다.
-세하는 지체장애를 가진 캐릭터다. 어떻게 오디션과 촬영을 준비했나.
=의자에 앉아 힘을 풀고 눈빛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훈련을 했다. 화가 나거나 슬프면 무의식중에 몸을 움직여서 연기하기 너무 어려웠다. 지적장
<나의 특별한 형제> 안지호 - 특별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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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단단하게 묶을 때마다 지숙(유선)의 얼굴은 서늘하고 섬뜩했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건 <검은 집>(2007) 이후 처음”이라는 유선은 “이해하기 쉬운 인물은 아니었지만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걸 알려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지숙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수위도 염려됐다. 하지만 육아 스트레스를 폭언과 폭력으로 푸는 부모들이 많고,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이 아동학대를 보고도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학대하는 지숙은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인데.
=이 여자의 전사(全史)를 유추하면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을 것 같다. 지숙은 “머리 묶어주고, 옷 사 입히고, 학교 보내줬는데 엄마로서 안 한 게 뭐
<어린 의뢰인> 유선 - 이해하기 힘든 인물의 근원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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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의뢰인>은 이동휘가 연기한 변호사 정엽을 따라가면 되는 이야기다. 대형 로펌에 취직되기 전에 잠깐 일했던 아동복지관을 찾아온 남매가 그의 일상을 바꾼다. 이동휘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은 시기에 만난 시나리오라 반가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들었다.
=마음만큼 행동하지 못하는 정엽에게 많이 공감됐다. 나 또한 평소 정의롭게 살겠다고 생각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포함해 여러 이유 때문에 마음만큼 실천하지 못한다. 영화를 찍을 때도, 개봉을 앞둔 지금도 아동학대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고민하지 않을까 싶었다.
-정엽은 평범한 변호사인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다. 변호사로서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건 이 영화에서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정엽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아동학대 사건을 접했을 때 외면하지 않는 과정을 보여
<어린 의뢰인> 이동휘 - 평범한 사람으로의 자연스러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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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맞붙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도 이동휘와 유선 두 배우는 사진 촬영을 하다가 자주 소곤거린다. 가차 없이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 지숙(유선)과 지숙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정엽(이동휘)이 법정에서 진술을 팽팽하게 주고받는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5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은 아동학대 사건 실화를 재구성한 이야기다. 남들처럼 성공하는 게 꿈인 평범한 변호사 정엽은 아동복지관에서 일하다가 다빈, 민준 남매를 알게 된다. 대형 로펌에 합격한 정엽은 어느 날, 10살 소녀 다빈이 7살짜리 남동생 민준을 죽였다는 자백을 듣고 뒤늦게 두 남매에게 있었던 일들을 조사한다. 그러면서 두 남매의 엄마인 지숙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이동휘와 유선은 “시니리오를 읽자마자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지금도 부모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장부터 두 배우의 <어린 의뢰인>
<어린 의뢰인> 이동휘·유선 -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