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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전기영화 <이브 생 로랑>이 개봉한다. 그는 우리가 알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연약하고 슬픔이 많은 ‘사람’이었으며 우리가 알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대담한 ‘예술가’였다. 이 영화가 그 점을 알려준다. 따라서 ‘이브 생로랑이라는 사람과 예술가’라는 관점에서 그를 살핀다. 한편, 이브 생로랑을 연기한 주연배우 피에르 니네이와의 서면 인터뷰도 덧붙였다.
“이브 생로랑이 사람이었어? 난 무슨 상표 같은 건 줄 알았는데….” 2010년에 제작된 이브 생로랑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에 이어 곧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극영화 <이브 생 로랑>을 보고 있는 내게 남편이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다. 영화와 음악에 대한 편애가 남다른 내 화가 남편의 인식마저 그렇다면 패션은 물론 예술과 무관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브 생로랑’은 거의 금시초문의 존재일지도 모르
왜 이브 생로랑은 몇번이고 부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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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사내가 온다. 이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논란이 기본이다.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다. 게다가 이번에는 하드코어 포르노가 될 거라고 진즉부터 그 자신이 예고해왔던 영화다. <님포매니악>이다. 하지만 영화를 뜯어 보니 무작정 야한 매력말고 다른 묘한 매력들이 더 많다. 다소 긴 이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님포매니악 볼륨1> <님포매니악 볼륨2>로 몇주를 두고 순차적으로 개봉된다. 라스 폰 트리에의 새로운 변태적 세계를 즐겨보자.
“저의 다음 영화는 포르노가 될 겁니다. 여자가 주인공이고요, 하드코어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중입니다.” 2011년 <멜랑콜리아>로 방문했던 칸영화제에서 라스 폰 트리에는 그렇게 차기작 계획을 밝혔다고 합니다. “나는 히틀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중얼거려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멜랑콜리아>의 주연배우 커스틴 던스트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그러고 나서는 결
우리 같이 변태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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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끝났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6월26일부터 7월2일까지 아트나인, 메가박스 이수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상영관이 1개관 늘었고, 작품당 상영횟수 또한 5회 이상으로 늘었다. 보다 많은 관객이, 좀더 수월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다섯개 부문 57편의 상영작이 관객을 만난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6편도 특별상영될 예정이다. 경쟁부문 57편의 작품 중 반드시 주목해야 할 영화 13편을 선정해 여기 소개한다. 나홍진, 윤종빈, 박정범, 조성희, 허정…. 이 영화제가 배출한 수많은 감독들의 목록에 이름을 아로새길 새로운 재능을 만날 차례다.
<달팽이> 감독 진성민 / 2013년 / HD / 컬러 / 22분12초 / 비정성시
성원과 현오는 고등학교 같은 반 단짝 친구다. 현오가 성원이네 집에 놀러갔더니 성원은 손톱에 정성껏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다. 그런 성원을 타박하던 현오도
재밌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미안하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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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2004년에 발표한 <사랑의 결과>가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관심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일 디보>(2008)로 제6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아버지를 위한 노래>(2011)로 제64회 칸영화제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의 심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소렌티노가 신작 <그레이트 뷰티>에서 오랜 역사를 품은 도시, 로마를 다룬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보다. 한창호 영화평론가가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예술과 아름다움의 테마를 다뤄온 소렌티노의 길로 안내한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로마는 나른하다. 2천년이 넘도록 늘 현재로 살아온, 아마 가장 늙은 도시이기 때문일 테다. 로마처럼 누적된 시간을 소유한 도시들은 대개 과거 속에 잊혀 있다. 이를테면 이집트의 카이로처럼 과거가 월등 빛나는 도시 같은 곳이다. 반면 로마는 지금
로마, 죽음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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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박해일은 1박2일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난다. 배우 김태훈, 이은우, 신소율, 정인선, 김수안, 제작자 이춘연, 이준동, 뮤지션/영화음악감독 백현진, 국회의원 송호창이 그들이다. 이야기에 수시로 등장하는 사람도 있고, 얼굴을 짧고 굵게 내비치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즐겨보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조/단역 9명으로부터 <경주> 출연기를 들었다.
깊은 우물처럼
창희 처 역 이은우
“경주에 같이 가자. 첫 미팅이 끝날 때쯤 장률 감독님께서 출연 제안을 해주셨다. 최현(박해일)이 장례식에서 만나는 죽은 형 창희의 아내 역할이었다. 영화의 초반부 장례식장 시퀀스에서 한번, 찻집에서 최현의 꿈속 장면에서 한번 등장한다. 시나리오를 읽은 건 <뫼비우스>(2013)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가는 비행기 안이었다. 내가 등장하는 시퀀스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베니스에서 도착한 뒤 곧바로 경주에 내려갔다. 영화제 때문에
아, 그분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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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과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윤종빈 감독은 둘도 없는 술친구다. 이 사실을 들은 사람 열이면 열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나이도, 작품 스타일도, 관심사도 다른 두 사람의 조합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군도>의 음악과 최종 믹싱을 진행하느라 바쁜 윤종빈 감독에게 장률 감독을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뭔가 다른 질문을 던져, 뭔가 다른 대답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주 술을 마시는 사이이니 평소처럼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지 않을까. 한데, 두 사람의 대화는 예상과 달리 진지하게 이어졌다.
윤종빈_자전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장률_사람이 변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는데.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다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고 할까. 거울 속에서 추억도, 상상도, 허구도 다 나오니. <경주>는 나 자신에게 좀더 들어간
“내 얘기는 ‘사랑과의 전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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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두만강> 이후 장률이 4년 만에 선보이는 극영화다(두 작품 사이에 <풍경>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긴 하다). 제일 먼저 찍고 싶었던 <두만강>을 완성한 뒤 그는 영화를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두만강>이 그의 영화 인생에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면, <경주>는 그 매듭을 풀어 새롭게 자신의 영화 인생을 시작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경주>는 경계 위에 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장률의 이전 영화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춘화를 찾기 위해 경주의 한 찻집에 들른 베이징대 교수 최현(박해일)과 그곳에서 만난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는 그의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미묘하게 변하는 감정선의 리듬 역시 그렇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좀더 넉넉해진 시선과 엉뚱한 유머,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하는 <경주
그 여유는 다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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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에서 경주까진 꽤 멀지 않습니까?” <풍경>의 개봉을 앞두고 장률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933호 특집, ‘안개 속의 풍경’). 그 대답이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고향 땅에 대한 영화 <두만강>을 만들고 첫 다큐멘터리 <풍경>을 거쳐 <경주>를 연출하기까지의 4년은 장률 감독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영화 경력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들고 싶었던 작품(<두만강>)을 기어이 완성했다는 안도감과 영화적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답답함, 영화 연출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이 시기 장률 감독의 마음을 거쳐갔다. 3년의 공백을 가진 뒤 거리를 두고 등장인물을 묵묵히 응시했던 그의 영화는 다큐멘터리 <풍경>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진짜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경주>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장률의 극영화 복귀작이다. 감독
사람을 잃고 그는 떠났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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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신작 <경주>(개봉 6월12일)는 감독의 전작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경계에 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려냈던 전작과 달리 이 영화는 최현(박해일)이라는 남자의 엉뚱한 경주 기행을 따른다. 박해일, 신민아 같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장률이 바라본 경주는 어떤 도시일까. <씨네21>은 장률 감독을 두번 만나 각기 다른 종류의 질문을 던졌다. 안시환 평론가와 윤종빈 감독으로부터 서로 다른 질문을 받아든 장률 감독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경주>를 빛낸 조/단역 배우 9명의 출연기도 함께 덧붙였다. <경주> 가기 전에 챙겨두면 좋을 요긴한 관광지도였으면 좋겠다.
장률이 <경주>로 떠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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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든 윌리스에게 물었다고 한다. 수많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든 윌리스의 대답은 늘 이러했다. “어떻게 찍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 그렇게 찍었는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내가 찍은 장면을 두고 ‘리얼하다’고 하지만 그건 리얼한 게 아니다. 완벽히 계산해서 찍은 거다. 리얼하게 보일 뿐이다.” 홍경표, 김우형, 김태경, 박홍열 촬영감독이 꼽은 고든 윌리스의 명장면을 곱씹으며 그가 어떻게 그 장면을 찍었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찍었는지를 되물어보자.
홍경표 촬영감독(<해무>(2014), <설국열차>(2013), <마더>(2009) 등)
<대부>(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1972)
“<대부>의 오프닝 시퀀스. 카메라가 대부를 찾아온 장의사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의사의 얼굴에서 서서히 줌아웃되면서 드러나는 대부 돈 콜레오네(말론 브랜도)의 실루엣이 굉장히 인상
진짜 ‘리얼’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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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오운>(1997)
<맬리스>(1993)
<대부3>(1990)
<의혹>(1990)
<재회의 거리>(1988)
<환상의 발라드>(1987)
<머니 핏>(1986)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젤리그>(1983)
<스타더스트 메모리즈>(1980)
<맨하탄>(1979)
<인테리어>(1978)
<55년 9월30일>(1977)
<애니 홀>(1977)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명탐정 하퍼2>(1975)
<대부2>(1974)
<암살단>(1974)
<대부>(1972)
<배드 컴패니>(1972)
<클루트>(1971)
지난 5월18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가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에 대한 긴 부고기사를 실었다. 촬영감독의 이름
필름 시대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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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반 만이다.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흥행 실패는 김성훈 감독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차기작을 못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동안 방황도 했다. 하나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데뷔작의 참패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김성훈 감독은 신작 <끝까지 간다>에서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장르와 소재를 들고 정면 승부한다. 욕심을 덜어내고 하고 싶은 걸 찾아낸 그간의 과정을 들어봤다.
-호평 일색이다. 뿌듯할 것 같다.
=민낯을 잘 못 보는 편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화끈거린다. 깨끗하게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닦지 못한 지문이 묻은 게 계속 보여서. 현장은 늘 행복했지만 55회차를 찍는 동안에 돌아와서 반성하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이걸 내가 찍었어?’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은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다. 덤덤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재촬영 거의 없이, 심지어 일
덜어내고 기울이니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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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서가 아니다. 보면 안다. <끝까지 간다>는 한동안 과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영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빠르고 깔끔한 전개를 통해 장르영화의 기본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주의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대로 웃길 줄 안다. 이 영화는 진짜다.
간만에 물건이 나왔다. 극장 문을 나설 때 남는 것이 없는 가벼운 영화라고 아쉬워 할 수도 있다. 익숙한 소재와 구성으로 버무린 기획영화 중 한편으로 치부한다 해도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끝까지 간다>는 작가적 메시지보다는 관람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설계된 기획영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고 느낄 관객은 감히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끝까지 간다>는 재미있다. 그거면 족하고 사실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여느 기획영화에 비해 한번 더 눈길이 가는 건 그
속도를 지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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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이 땅의 하늘 아래 한 형제요, 한 자매다. 그러나 세상은 어느덧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핍박하고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착취하니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군도의 우두머리 대호(이성민)의 대사대로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 민란의 시대>(7월23일 개봉 예정)는 부당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민란을 일으키는 의적들을 주인공 삼은 액션 활극이다. 때는 조선 철종. 거듭된 흉년, 조정과 관아 그리고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 때문에 경제적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고통스러워한다. 지리산을 무대로 활동하며 힘없는 백성의 편에 선 군도는 과연 비뚤린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하정우와 강동원의 대립각만으로도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대형 사극이다. 조진웅, 마동석, 김성균 등 윤종빈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은 물론이고 이경영, 이성민
땅의 목소리를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