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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건대, 나는 “할리우드 같은 년”이다(<씨네21> 351호 <이창> 참조). 나나 남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진실이 아닌 이상, 진실을 알기보다 행복을 택하겠다. 도대체 진실이란 뭔가. 유능한 사회인이 되고,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도, 그리고 겉보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믿어도 나를 아는 사람 가운데 반 정도는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반쯤은 버르장머리 없는 애라고 여길 것이다. ‘이창’에서 말한 대로 멜로의 영역에 국한시켜서 이야기한다면 나에게는 백마 타고 달려온 왕자님처럼 보이는 사람 역시 내 친구들 가운데 반 정도는 별볼일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지들끼리는 이미 공유된 진실이겠지만).“너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될래? 문을 열고 나와 진실된 세상을 살래?” 묻는다면, 당근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 <트루먼 쇼>라면 아침에는 언제나 쾌청한 하늘이 열리고, 거
김은형의 오! 컬트 <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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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족의 문제를 말할 때는 반드시 나이를 밝히고 시작해야 옳을 것 같다. 나는 1948년생으로 올해 55살이다. 전쟁 때 유아기를 보냈고 이승만 치하에서 자라나 박정희 유신 통치 밑에서 한평생 신문기자를 했고 전두환 시절에 엎드려 있었다. 더럽고 견딜 수 없는 세월을 살았지만, 그래도 일본이 물러가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던 해 태어난 운명에 나는 감사한다. 나는 내가 체험하지 못한 시대의 고통에 관하여 말해야 하는 일이 두렵다. 이 두려움은 내가 체험한 시대의 두려움에 바탕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명색이 늙은 언론인이고 또 가끔씩 소설도 쓴다. 좋다는 언론사의 편집국장도 해봤다. 내가 지금의 신분과 역할로 일제 시대를 살았다면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이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일은 식은땀 난다. 아아, 나는 대체 어떠한 모습으로 그 시대를 살아냈을까. 그런 괴로운 질문을 애써 외면한 채, 나는 그저 1948년생의 운명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가 회피해버린 그 괴로운 질문은 친일에 관한 나의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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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의 차분한 목소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톤을 높아지지 않는다. 갓 스물이 넘은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데는 그 목소리가 한몫했다는데, 정말 그렇다. 고요히 머리 숙인 갈대밭 같은, 연갈색톤의 목소리다. 그리고 가끔 고개를 돌릴 때면, 배우 심은하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실제로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서울의 달’을 가슴에 품었던 부산 소녀의 상경기 1막1장. 임정은은 81년 부산에서 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부산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도 서울에서 다니고 싶었고, 서울 사람들 쓰는 표준말 쓰고 싶어 혼자서 거울보고 연습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꿈은 그냥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가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도 예정된 미래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1 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을까. 홀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몰래 모델콘테스트대회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나갔다가 떨어지면 창피해서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봐, 하는 생각에 몰래몰래
차분한 스물, 차분한 첫발, <일단 뛰어>의 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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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29)의 브랜드 네임은 ‘조성우’다.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싶지만, 여전히 그를 설명하는 첫 단어는 “조성우가 키운”이다. 이제 막 자신의 첫 필모를 가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음악감독 김준석에게 그러나 조성우는 뛰어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라기보단 좋은 앙상블에 가깝다. 지금은 거의 유물 취급을 받는 충무로 도제시스템하에서 14편의 장편 어시스트와 다시 14편의 단편음악 감독을 착실하게 수행한 그의 이력을 듣고 나니 어쩐지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착 감기지 않던 ‘음악감독’이란 직함이 조금 편안하게 느껴진다.사제관계란, 발가락이라도 닮았으면 싶은 부자관계라기보단 끊임없이 서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서 그 발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 아닌가. 김준석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저랑 조성우 감독님이랑은 화면을 해석하는 것부터 차이가 나요. 그러니까 자연히 음악도 다르게 쓰죠. 물론 제 스스로 감독님과 차별된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요” 수제자의 첫 장편 감독에 스승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음악감독 김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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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안동규가 돈버는 것을.” 한 영화제작자는 영화세상 대표 안동규씨가 번번이 흥행에 실패하자 이렇게 말했다. 영화세상에서 제작한 첫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3)에 빗댄 표현이다. 90년대 초 신철, 유인택과 함께 프로듀서 1세대 3인방으로 불렸던 안동규씨는 지난 10년간 제작하는 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불운에 시달렸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천재선언>(1995), <박봉곤 가출사건>(1996),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1996), <베이비세일>(1997), <북경반점>(1999) 등 내리 7편이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북경반점> 이후 2년간은 최대 고비였다. 차압이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위축돼서 시나리오건 감독이건 배우건 베스트가 아니면 제작하겠다는 결심이 안 서는 상태”였다. 그런 만큼 <좋은 사람 있으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로 도약을 꿈꾸는 영화세상 대표 안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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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상도>에서 임상옥의 아내인 미금으로 출연했던 홍은희가 김성홍 감독의 코믹액션영화 <스턴트맨> 여주인공으로 결정됐다. <스턴트맨>은 납치된 연인을 구하려는 스턴트맨과 그를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는 일당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찾으려는 사고뭉치 형사의 액션에 웃음을 뒤섞은 영화. 스턴트맨 현태 역에 <소름>의 김명민, 형사 역에 박용우가 이미 캐스팅된 상태. 홍은희는 현태가 목숨을 바쳐 구하려는 연인 유진으로 분한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신조를 가진 깜찍한 캐릭터라고. <스턴트맨>은 5월20일 대구에서 크랭크인하며, 김성홍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주)스튜디오플러스의 창립작이다.
임상옥의 아내 홍은희, <스턴트맨>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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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마이클, 카메론. 더글러스 삼대가 <I.Q.>의 프레디 셰피시 감독이 연출하는 <어 퓨 굿 이어즈>, 한 영화에 삼대 역으로 한꺼번에 출연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수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연기를 할 만한 시나리오를 찾아왔고, 둘뿐만 아니라 아들 몫까지 들어 있는 <어 퓨 굿 이어즈>를 발견했다. 현재 촬영중인 이 영화에 커크는 건강에 타격을 입는 수석 변호사로, 마이클은 엄격한 아버지와 다르게 살려고 하는 그의 아들로, 카메론은 손자인 자기중심적인 뉴욕대 학생으로 나온다. 커크의 첫 번째 부인이던 다이애나 더글러스가 커크 더글러스의 아내 역을 연기한다.
마이클 더글라스, 아버지.아들과 함께 영화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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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쉴게요.” 샌드라 불럭이 1년간의 ‘안식년’을 선언했다. 조용하게 쉬며 재충전을 하고 싶다면서. 불럭은 최근 로맨틱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 인 뉴욕>(Two Weeks’ Notice in New York)에서 의뢰인(휴 그랜트)과 사랑하게 되는 변호사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 많은 것들을 다 가능한 한 내 삶의 옵션으로 열어두고 싶어요.” 불럭이 발견하고자 하는 생활의 평화는 ‘남자’와 관련된 것인 듯.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될 만한 남자와 관계된 것일 거예요.” 그녀는 덧붙였다.
샌드라 블럭, 안식년 선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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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삼총사>에서 미모와 액션을 겸비한 첩보원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중국계 배우 루시 류가 고전 첩보영화 <찰리 챈> 시리즈의 리메이크영화에 여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조짐이다. 유명 탐정 ‘찰리 챈’의 손녀가 그가 맡게 될 캐릭터. 캐스팅이 확정되면 류는 이 영화의 제작자도 겸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찰리 챈> 시리즈는 1930∼40년대에 걸쳐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던 첩보영화 시리즈. 중국계 미국인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탐정소설 시리즈가 영화의 원작이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는 여러 모로 적역인 루시 류의 캐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우드의 중국계 여배우 루시 리우, 첩보영화 <찰리 챈>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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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의 ‘챈들러’ 매튜 페리가 할리우드영화에 잇단 캐스팅 제의를 받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매튜 페리는 최근 파라마운트 픽처스사의 새 영화 2편에 출연계약을 맺었다. 외계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황당무계한 이야기 <원 오브 어스>와, 매력적인 여자와 그녀를 쫓는 남자의 코미디 <서빙 사라>가 그것이다. <원 오브 어스>에서 페리는 가족의 사업을 도우러 고향에 왔다가 실험대상용 인간을 잡으러 지구에 온 외계인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주인공 남자를, <서빙 사라>에서는 미녀 사라(엘리자베스 헐리)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법원 소속의 영장 전달 관리를 연기한다.
<프렌즈>의 첸들러 매튜 패리, 잇단영화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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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의 극성팬임을 자처하는 ‘크라잉 너트’ 멤버들이 지난 5월13일 저녁 동대문 두산타워 야외무대에서 이색 콘서트를 열었다. ‘<소림축구>와 함께하는 절대무공 게릴라 콘서트’라는 제목의 이 콘서트에, 크라잉 너트는 <소림축구> 만세삼창을 하며 등장하여, “주성치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멘트를 한 뒤 연주를 시작했다. 크라잉 너트는 주성치가 내한한 지난달 명보극장에서 열린 <소림축구> 시사회에 참석, 주성치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크라잉 너트는 이날 <서커스 매직 유랑단> <말달리자> <밤이 깊었네> 등 히트곡들을 불렀으며, 올라이즈 밴드, 레이지본 등 다른 밴드들도 찬조출연했다.
크라잉 넛, <소림축구>와 함께하는 절대무림 게릴라 콘서트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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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를 애교스럽게 외치며 온 나라를 ‘부자열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김정은이 <재밌는 영화>에 이어 다시 코믹영화에 등장한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코미디 <가문의 영광>에 캐스팅된 것. 김정은은 돈과 명예를 갖추었지만 학력이 없는 쓰리제이 가문의 외동딸 진경이 된다. 김정은과 호흡을 맞출 남자주인공은 <두사부일체>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인 정준호가 캐스팅됐다. 정준호가 맡은 역은 서울 법대 출신의 엘리트 벤처사업가 대서. 그러나 주먹이라곤 쓸 줄 모르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남자다.
대서는 어찌어찌해서 진경과 하룻밤을 보내는데 이 사실을 안 진경의 세 오빠가 동생을 건드린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출동했다가 그가 쓰리제이 가문에 유일하게 결핍되었던 ‘학벌’을 가진 남자임을 알고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둘을 결혼시키려 갖은 협박과 술수를 부리면서 해프닝이 벌어진다. 대서를 잔악하게 협박하는 진경의 큰오빠 역은 <용의 눈
김정은, 다시 코믹영화 <가문의 영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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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김상경이 날카로운 눈빛을 교환하며 악수를 나눈다? 충무로 최고의 흥행배우 송강호와 <생활의 발견>에서 두 여자와의 능청스러운 연애담을 의뭉스럽게 들려준 김상경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형사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처음으로 마주친다.
송강호는 사건의 시작부터 쭉 지켜본 화성의 토박이 형사 박두만으로, 김상경은 사건이 일어나자 자청해서 화성으로 내려온 서울 형사 서태윤으로 등장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행동하는 스타일의 정많고 우직한 시골 형사 박두만과 매사에 까다롭고 분석적인 서울 형사 서태윤은 숙명적으로 갈등과 대립을 겪으면서도 서로 공조하면서 범인을 추적한다고.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에 걸쳐 10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화성의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촌스러움이 주는 코믹함도 있지만, 실제 살인사건 자체가 주는 끔찍함이 도드라진다.
현재 송강호는
송강호, <살인의 추억>에서 김상경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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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과 조승우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영화 <후아유>에서 그랬던 것처럼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이나영에게, 조승우가 역시 영화 속에서 그랬듯 넉살 좋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약속시간에 꼭 맞춰온 이 모범생들. 그런데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서먹하게 눈길을 피하며 별뜻 없는 농담과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터뜨리다가도 어느 순간 낯설어지곤 하던 <후아유>의 형태와 인주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것도 같다.
<후아유>는 게임기획자 형태와 수족관다이버 인주의 위태로운 성장 혹은 사랑을 그리는 영화. 형태는 인주의 게임파트너가 돼 3년 동안 눌러둔 속마음을 다 알아버리지만, 현실로 돌아와선 그녀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인물이다. 인주의 상처를 다 알면서도 아는 척하지 못하는 형태와 이름도 모르는 게임파트너를 가장 좋은 친구로 생각하는 인주가, 결국엔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그 친밀하면서도 수줍었던 마지막
<후아유>의 수줍은 연인들 - 이나영, 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