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가장 미약한 작품 <영원과 하루>
유럽 예술영화의 쇠망을 느끼게 하며 칸영화제가 그 절정에 이르렀다. 그에 때를 맞춰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고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인 거장들의 최근작 두편이 선보였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하나의 선택>으로 보건대 유럽 예술영화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둔하기 짝이 없다.
칸의 199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원과 하루>는 수년 동안 내가 앉아 버티며 시청한 대여섯개의 앙겔로풀로스 영화들 중 가장 미약한 작품이다. 시 구절과 제멋대로의 피아노 연주, 해변가 아이의 멋진 이미지, 그리고 병원에 입원할 준비를 하고 있는 유럽을 상징하는 알렉산더 역의 브루노 간츠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는데 알렉산더는 진부한 배역에 맞게 위대한 작가이며 꽉 찬 중년에 시한부 질병을 앓고 있다. 그의 지병을 거대한 망상이라고 부르자. 앙겔로풀로스는 알렉산더가 하는 모든 일에
자아도취의 향연, <영원과 하루>
-
※스포일러 있습니다.
선우휘의 <단독 강화>(1959)라는 소설이 있다. 한국전쟁 때 국군 병사와 인민군 병사가 만나 형제애와 연민을 느끼며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중공군에 맞서 같이 총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국군과 인민군이 개인적으로 만나 형제애를 나누다가 들통나서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적군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형제애든 민족애든 인간애를 느끼고 정치적인 대립은 온데간데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양쪽 진영의 대치가 팽팽한 참호 속에서 세르비아 병사와 보스니아 민병대원이 만났다. 또 한명의 보스니아 민병대원은 초강력 지뢰를 깔고 누워 있다. 초동 작전에 조금 민첩했던 보스니아 병사가 세르비아 병사를 포로로 잡았지만, 둘의 관계는 불안정하며 수시로 역전된다. 이 둘은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이 일단 더이상 서로 총을 겨누지
전장에 중립은 없다! <노 맨스 랜드>
-
일찍이 미하일 바흐친이 이야기한 것처럼, 카니발은 시장바닥의 축제 상황이며 성, 연령, 지위, 신분 등 모든 세속적 세계의 신분들이 인정되지 않는 이른바, 일체적 공동체 ‘콤뮤니타스’적인 현실이 실현되는 ‘지랄, 발광, 난장의 굿판’의 문화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유쾌한 상대성으로 요약되는 이 세계에서 왕은 신하가 되고, 신하는 거지가 되며, 거지는 노예가 된다. 현자는 바보가 되고 바보는 도사가 되며 빈자는 부자가 된다.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는 기실 이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적인 상황과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에 나오는 아들들의 음모, 부족의 수장이었던 아버지를 원시 살해 뒤 급기야는 카니발을 열어 아버지의 시체를 제물로 바쳤다는 이 떨떠름한 축제성의 뒷맛이 혼합된 기이한 여운을 남긴다. 귀여워. 그것은 상징계의 법으로 회귀 불가능한 성숙이란 방어가 깨져버린 남성 판타지에 대한 면죄부이기도 하고, 다시 그 남성 판타지가 집약된 여성의 가슴으로의 퇴행에 대한
유쾌한 엄마 젖가슴으로의 퇴행 , <귀여워>
-
김지운의 호흡법-필이 꽂히는 명확한 컨셉 전달
<달콤한 인생>의 촬영현장은 치밀하고, 계속 논의를 해가며 진행된다.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한컷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무한의 열정과 노력이 가해진다. “<달콤한 인생>은 선우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점점 강도가 세어진다. 폭력적이 되고,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간다. 거기에 따라서 어두운 공간, 빛의 디테일, 강도도 높아진다. 그 느낌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미 전작들에서 확인되었다. 내러티브가 혼란스러웠던 <장화, 홍련>에서도, 소녀의 후회, 분노 등 모든 감정이 어떻게 회오리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주 강렬하게. “내러티브만이 아니라 이미지, 텍스처, 표정, 뉘앙스 등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는 명확한, 강철 같은 내러티브가 있어서 어떻게 만들어도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구조 안에서 다양한 요
<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현장 방문기 [5]
-
-
“촌스럽지 않게, 아주 진정성 있게 안 들리게”
11월27일 저녁, 분당 미금역 앞에 위치한 오피스텔 8층에서는 <달콤한 인생>을 촬영하고 있다. 아직 마감이 덜 끝난 듯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좁은 오피스텔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해 복도에 서 있는 촬영팀이 보인다. 호수를 찾을 필요도 없다. 좁은 현관, 사람들 틈을 헤치고 들어가니 리허설을 하는 액션스쿨 배우들이 보인다. 오늘 촬영분은 선우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필리핀 갱에게 습격을 당하는 장면이다. 보스에게 인정받아 성공가도를 달리던 선우는, 이 장면을 기점으로 지옥에 떨어진다. 보스에게 버림받고, 업신여기던 동료에게 반대로 모멸을 당하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선우의 달콤한 인생은, 이 장면을 끝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급작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악몽으로 들어가버린다. 시나리오 앞뒤의 톤이 바뀌는 것은, 그것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현장 방문기 [4]
-
40대 태식과 20대 상환의 모든 것을 건 맞대결
<주먹이 운다>에는 핸드헬드가 많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두대의 카메라가 계속해서 연기자를 쫓아간다. 핸드헬드는 연기자의 동선을 쫓거나, 감정을 좇아간다. 동선을 쫓다가 배우가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금기이지만, <주먹이 운다>에서는 설사 그런 일이 벌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 프레임 안에 그들이 없어도, 여전히 그들의 감정은 남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그렇듯이, 우리의 시선과 동선이 그렇듯이, 잠시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버려도, 가끔은 인생의 큰길에서 어긋나버려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진짜라면, 진심이라면. <주먹이 운다>에는 류승완 감독 개인의 경험도 약간 녹아 있고, 실제 인물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최민식과 류승범의 마음을 따라가며 보여줄 생각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 복제품의 인생이 될 텐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현장 방문기 [3]
-
“이젠 테크닉이 아니라 감정에 집중한다”
11월24일 오후 3시, 분당 서현역 앞 옥외주차장 5층.오늘 촬영분이라며 받은, 달랑 3쪽짜리 <주먹이 운다>의 시나리오에는, 시간배경이 분명 밤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낮이다.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터벅터벅 5층까지 걸어 올라가니,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30여명의 촬영진이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가죽점퍼를 입은 최민식이 누군가를 때리고 있다. 두대의 헨드헬드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이며, 그 모습을 찍고 있다. 태식(최민식)의 후배이며 한때 같은 체급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용대. 43살의 태식은 거리에서 매를 맞아가며 돈을 벌고, 마지막 승부라 생각하며 뒤늦게 프로 신인왕전에 뛰어들었다. 반면 용대는 밤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건달이다. 졸개들을 거느리고 건들거리던 용대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태식의 주먹에 맞고 쓰러진다. 그런데 이미 받은 시나리오에서는, 이 장면이 용대가 태식을 때리는 것이었다. 이미 바
<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현장 방문기 [2]
-
4번째 선택, 그것이 궁금하다
술자리에서 제안을 받았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의 촬영현장을 찾아보고, 인터뷰를 한 뒤에 기사를 쓰지 않겠냐고. 아마도 이유는, 개인적으로 두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장르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김지운과 류승완의 영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게으른 탓에 현장에 잘 다니지는 않지만, 미리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중에 영화를 보며 ‘목적’과 비교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현장에 갔다.
사실 어떤 영화의 현장을 찾아 그 느낌을 표현하려면, 한번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적어도 5, 6번 아니 10번 정도는 현장을 찾아 분위기를 살피고, 이야기를 듣고, 꼼꼼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니 이 글은 절대로 현장취재가 아니다. 그저 현장을 찾아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한 장면의 인상을 얻고, 감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에 대한 인상기
<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현장 방문기 [1]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하 <하울>)이 4주째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일본의 영화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www.eiga.com)에 따르면 <하울>은 매주 20억엔씩 수입이 늘고 있어 크리스마스께 총수입이 100억엔(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무소불위의 흥행속에 하야오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달성한 관객 2천4백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으며 배급사 도호가 애초 밝힌 최종 4천만명 관객 동원도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2주연속 2위를 차지한 <인크레더블>은 <니모를 찾아서>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애초 목표로 했던 100억엔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쨌거나 <하울>을 넘지 못한 것이 <인크레더블>의 패인이다.
전지현 주연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는
<여친소>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성적으로 일본 박스오피스 3위 데뷔
-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장쯔이가 <조폭마누라3>(감독 조진규, 제작 현진씨네마, CHINA FILM GROUP)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조폭마누라2>의 결말부분에 특별출연해 신은경과 대결을 펼친바 있는 장쯔이는 3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출연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조폭마누라3>는 <조폭마누라>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1편의 감독을 맡았던 조진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장쯔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조폭마누라3>는 국내 배경이 아닌 90% 이상 중국 로케이션으로 촬영될 예정. 제작진은 광활한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한 액션장면에 업그레이드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은 국내 최초의 한중합작영화로 현진씨네마와 중국 국영 영화사인 CHINA FILM GROUP(중영집단 연합영시 유한공사)이 공동으로 아시아 및 세계시장을 목표로 제작한다.
그동안 <비천무>, <무사>, &l
장쯔이, <조폭마누라3> 주인공으로 캐스팅
-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골든 글로브상 후보가 12월13일 발표됐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스>(사진)가 감독, 각본, 최우수 뮤지컬/코미디 등 7개 부문 최다 후보작이 됐고, <콜래트럴>에 출연한 제이미 폭스도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알렉산더 페인은 <일렉션> <어바웃 슈미트> 등을 만든 감독으로, 이번 <사이드웨이스>에서는 와인애호가들의 여행을 다루면서 자신의 부인 산드라 오도 출연시켜 화제가 됐다. 그는 최근 뉴욕비평가상과 LA비평가상까지 휩쓸어 강력한 오스카 후보작으로 떠올랐다. 마틴 스코시즈의 신작 <애비에이터>는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제이미 폭스는 <콜래트럴>로 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 이외에도 레이 찰스 전기영화 <레이>로 뮤지컬/코미디 주연부문과 <리뎀션>으로 TV영화/미니시리즈 주연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됐다.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신작 <
골든 글로브상, <사이드웨이스>가 최다 부문 후보
-
요즘 한국 코미디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기존 〈개그콘서트〉에 이어 〈웃찾사〉와 〈폭소클럽〉 등 후발 프로그램들이 나름의 빛깔을 뽐내며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유행어의 전성기가 돌아오고, 이들이 빚어내는 웃음이 귀가시간까지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스비에스의 〈웃찾사〉다. 11월 중순 이래 가구시청률이 매주 2~3%씩 상승한 결과, 지난 9일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웃찾사〉만의 독특한 ‘웃음’을 선보이며, 지난해 4월부터 달고 다닌 ‘개콘의 아류’라는 별칭을 떼기 시작했다. 한국방송 〈폭소클럽〉도 10%대의 시청률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달려나가고 있다.
이들의 원조격인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도, 몇몇 꼭지들이 식상해지는 등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새 코너를 속속 선보이면서 여전히 앞서가고 있다. 반면, 문화방송 〈코미디 하우스〉는 변화의 적기를 놓쳐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 이어 웃찾사·폭소클럽, 한국코미디 새로운 부흥기 몰고오다
-
배우 김부선(사진)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서 시작된 대마 합법화 요구가 문화예술인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모임’(이하 문화예술인모임)은 12월9일 서울 인사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마에 대한 법적, 사회적 규제의 철폐를 요구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는 마약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물로 지정돼 많은 피해를 입었다. 기본적인 피의자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물론, 마약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대마에 대한 과도한 탄압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대한 과도한 국가의 통제이며 타당한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인 탓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부선을 비롯해 영화계에서는 김동원, 이현승 감독이 참석했으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등도 함께했다. 박찬욱 감독과 가수 전인권은 음성으로 메시지를 전했
[충무로는 통화중] “대마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
제1회 디지털 시네마 컨퍼런스가 열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디지털 시네마 포럼(Korean Digital Cinema Forum 이하 KDCF)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난 8월부터 내부적으로 KDCF를 통해 디지털 시네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성과를 공유하고 저변을 넓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먼저 멀티플렉스 주요 상영관에 부분적으로 도입된 디지털 영사시스템(DLP), 디지털 시네마의 핵심기술인 동영상 압축기술과 마스터링 등에 관한 네 가지의 주제 발표가 이루어진다. KDCF에 참여한 정제창 교수, 장영욱 메가박스 실장, 영진위가 발제자로 나선다. 주제발표가 끝나면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별 상영시스템과 서버를 선보이는 디지털 프로젝트 시연회가 이어진다. 이는 NEC, 바코, 크리스티, 파나소닉, 소니의 1.3K에서 4K에 이르는 다양한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비카, 큐비스, GDC 같은 디지털 서버들의 성능과 특성을 한자리에서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디지털 시네마 정보와 장비 한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