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폭망했다>의 제작자인 리 아이젠버그와 드류 크리벨로는 2019년을 ‘유니콘 스탬피드’라고 불렀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모두가 ‘유니콘’을 찾으려고 혈안이던 시기였고, 모두가 다음에 터질 게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시기였다. 어둑한 청회색의 사무실을 거니는 유니콘의 뿔이 부러지는 기묘한 오프닝 영상이 <우린폭망했다>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두 사람의 답변을 들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 자레드 레토와 앤 해서웨이의 캐스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리 아이젠버그 대본을 쓰면서 드림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순진하게 자레드와 앤을 꼽았다. 그때는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애덤은 카리스마, 세일즈맨십,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대담함을 갖춰야 했다. 마치 록스타 같은 존재라고 할까? 그런데 자레드는 그 모든 자질을 다 가지고 있었다. 앤은 뭐라고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20년 동안 부족한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다. 게다가 앤은 배우로서 코미디의 타이밍을 잘 이해했다. 두 사람 모두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작가와 배우의 관계를 넘어 끊임없이 도전을 제안하는 협업 관계로 발전했다.
- 쇼를 보면 애덤과 레베카의 친밀한 장면들이 많이 보이는데 어떻게 상상하고 만들었나.
리 아이젠버그 위워크에 대한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인터뷰, 잡지 기사를 모두 찾아서 섭렵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그 둘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 동료, 투자자를 만나 두 사람이 어떤 때에 반응했는지 알아냈고, 조금은 과장된 두 사람의 초상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위워크라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또 사랑하는 사이였던 두 사람 때문이다.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경계가 흐려진 관계가 이 쇼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애덤과 레베카의 집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침실로 들어가야 했고, 어떤 일에서 부딪혔는지 보여줘야만 했다.
- 스타트업과 관련한 논쟁을 다룬 시리즈들이 <우린폭망했다>와 같은 시기에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드류 크리벨로 <드롭아웃>은 실제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경우이고, <슈퍼 펌프드: 더 배틀 포 우버>는 문제적인 근무 환경으로 이슈가 됐다. <우린폭망했다>는 주관적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사람과 그에 동의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사람들이 허황된 꿈을 꾸던 시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 유니콘 좇기를 경계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교훈을 전달하고 싶나.
드류 크리벨로 대본을 쓰기 전 정해놓은 한 가지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우리가 내려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쇼를 다 만들어갈 때쯤, 단지 애덤과 레베카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걸 알았다. 공유 사무실 로케이션 하나에서 시작해 전세계에서 3번째로 기업 가치가 높은 사기업으로 평가받으려면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통해 거울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케이트 페리의 <Roar>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며 다채롭게 변주된다.
드류 크리벨로 케이트 페리의 <Roar>는 애덤이 실제로 집착하다시피 즐겨 듣던 곡이라는 증언이 있었다. 어떤 직원들은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까지 말했다. 리서치 과정에서 현실이라기에 낯선 사실을 찾아낼 때마다 메모지에 적어두었고 이 곡도 그렇게 선택하게 됐다. 시리즈 전체를 봤다면 알겠지만 이 노래는 계속해서 변주되고, 우리의 계산이 맞다면 이 노래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도 뒤로 갈수록 달라졌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