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나이트> 코믹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오리지널 코믹스에 대해 알고 있었나.
= 어릴 때 마블 코믹스를 몇권 모은 적이 있었지만 <문나이트>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출시된 코믹스부터 초창기까지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문나이트> 코믹스를 구해 읽었다. 전복적인 이야기에 너무 놀랐고 상황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클리셰를 가지고 노는 작가들의 실력도 탁월했거니와 오리지널에서 정립된 문나이트의 슈퍼파워가 얼마나 확장되는지도 흥미로웠고 해리성 정체 장애를 소개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가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이야기였다.
- 문나이트, 스티븐, 마크의 세 가지 다른 인격을 연기한다. 셋의 구분이 어렵지 않았나? 특별한 요령이 있었나.
= 처음부터 원맨쇼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캐릭터를 오가면서 비슷해 보이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는 점도 걱정됐다. 그래서 촬영 중반까지는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다. 촬영을 시작하고 두달 정도는 한 캐릭터만 연기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하루에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피했다.
- 처음에 집중했던 캐릭터는 스티븐 그랜트였나.
=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스티븐 그랜트가 누구인지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를 찾게 된 뒤에야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처음 받은 각본은 초고라서 여기저기 디렉션에 대한 메모도 있었는데, 디렉션에 따라 당시 4살이었던 아들 앞에서 연기를 해봤다. 그런데 아들이 좋아하면서 자꾸 해보라는 거다. 그러면서 나도 점점 욕심이 생겼다. 스티븐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보통 사람과 너무나 달라서 그게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스티븐을 찾고 난 뒤, 그 반대를 찾았고, 그 둘이 어떻게 분명해지는지, 그 여정이 어떤지 생각하면서 역할을 만들어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시아학 학자이면서 해리성 장애를 가진 로버트 옥스남이 쓴 자서전 <어 프랙처드 마인드>(A Fractured Mind)를 읽었다. 정말 놀라운 책이었고 귀한 사례였다. 옥스남은 40대 후반에 해리성 정체 장애를 진단받았는데, 잦은 기억상실이 알코올중독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8개의 다른 인격과 살고 있었던 거다. 갑자기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지만, 그를 통해 자신이 생존했다는 걸 받아들인다. 배우로서 이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다.
- 경력에서 가장 도전적인 역할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 이번 작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많았다. 배우뿐 아니라 때로는 작가로, 공동연출자로,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했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의 배려였는데, 작품을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전까지 이런 수준의 협업과일의 양을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전적이라고 생각됐다. 업계에서는 미니시리즈가 여전히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미니시리즈를 위한 어떤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도 아니고 TV시리즈도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를테면 우리 작품에는 총괄 책임자인 쇼러너는 없고 감독은 여럿 있었다. 전체적인 톤과 무드를 정하는 감독이 있었고, 연출을 위해 다른 감독이 들어왔다. 시간은 촉박했고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매일 촬영장으로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