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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2> 관련 사이트들
2002-05-23

한달 열흘간 줄섰네, 별을 봤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대학농구연맹전(NCAA Basketball)이 겨울을 관통해 3월 말까지 온 미국인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특히 전 미국을 통틀어 400여 대학교들이 32개 지역별 예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32개 학교가 3월 한달간 치르게 되는 결선 무대는, 이른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불리며 전 미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그 광란의 주인공은 비단 코트에서 파워에이드를 머리에 쏟아붓고 멋진 슬램덩크를 내리꽂는 거구의 선수들만이 아니다. 현란한 몸치장을 하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자신의 학교를 응원하는 학생들도 선수들만큼이나 당당한 ‘3월의 광란’의 주인공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주인공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처절한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는 면에서, 대학생들도 선수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그 경쟁이란 바로 NCAA의 농구경기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을 손에 넣는 일이다. 특히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예선 시즌 입장권은, 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구하기가 거의 하늘에서 별따기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이른바 캠프아웃(Camp-out)이라는 독특한 제도.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캠프아웃은 시즌 입장권을 제비뽑기를 통해 팔기 전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일종의 이벤트다. 말 그대로 2박3일간 입장권을 원하는 이들을 한곳에 모아 캠핑을 하게 하는 것인데, 그 2박3일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출석 체크에서 한번도 안 빠진 사람에게만 제비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중요한 것은 새벽 1시에 갑자기 출석 체크를 하고나서 30분도 안 지나서 다시 출석 체크를 하기도 해, 학생들로 하여금 캠프아웃 장소에서 절대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혈기 왕성한 대학생들은 그 캠프아웃을 축제화해서 2박3일간을 광란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미국 대학의 캠프아웃 문화에 대해 늘어놓은 것은, 원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미국인들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예로 미국에서 얼마 전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보기 위한 ‘줄서기’(Lining Up)를 들 수 있다. 그 줄서기란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개봉일인 지난 5월16일 첫회에 보기 위해 할리우드의 차이니즈극장 앞에서 지난 4월4일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일컬었던 말. 그런 줄서기는 시작은 지난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개봉되었을 때 Countingdown.com의 주요 회원들이 개봉을 앞둔 6주 동안 차이니즈극장 앞에서 기다리면서부터였다. 당시의 줄서기 경험을 통해 서로 친해진 이들이 그뒤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오다가, 이번 <스타워즈:에피소드2>의 개봉을 계기로 아예 별도의 홈페이지를 가진 행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줄서기를 계기로 그들이 어느 정도 조직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일단 기다리는 시간에 있어서 모든 이들이 4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줄을 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핵심 맴버들과 함께 개봉 첫회의 영화표를 구매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만들어놓았다. 그 요건의 첫 번째는 개봉일인 5월16일의 이틀 전인 14일까지 최소한 60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실제 표를 구매하기 위해서 개봉 24시간 전부터는 모두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격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이들은 5월15일 그때까지 실제로 줄을 서 있었던 시간을 모두 계산해서, 긴 순서대로 24시간 동안 최종적으로 줄을 서게 된다. 따라서 60시간 이상 서 있었다고 하더라고 상황에 따라서는 개봉 첫회를 감상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던 것.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게 사실이다. 전 미국의 수많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될 <스타워즈:에피소드2>를 굳이 그 오랜 시간 기다려 차이니즈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머스’라는 컨설팅 업체가 이번 <스타워즈:에피소드2>의 개봉날 영화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570만명 중 약 46%인 260만명이 휴가를 낸 직장인들일 것이며, 이것은 미국 경제 전반에 무려 3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줄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까지 내놓았으니, 보통 사람들의 시선이 절대 호의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여론 때문에, 언론들이 더욱 그들의 줄서기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미 지난 1999년에도 한번 언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줄서기의 핵심 맴버들은 조직적으로 그런 부정적인 시각을 잠재우는 노력을 진행했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우선 그들의 행동을 흥미 위주로 다루기 위해 일부 언론사들이 이상한 행동이나 인터뷰를 요청했던 경험에 비춰, 그러한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지 말 것을 규칙에 넣어 공식화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줄서기를 좀더 의미있는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 모든 참가자가 50달러씩을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는 자격요건을 달아놓아, 일정 정도의 기부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그런 시도들 때문에 이번 줄서기에 대한 전반적인 미국 언론들의 태도는 긍정적이었다는 것인 핵심 맴버들의 자평.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직장이나 학교나 돈보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고방식과 행동이 가능한 사회였기에, 아마도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사진설명

1.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공식 홈페이지.

2. <스타워즈> 줄서기 사이트.

3. LA 차이니즈극장 앞에서 줄을 서 있는 팬들.

4. 이번 줄서기에도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스타워즈> 줄서기 사이트 http://www.liningup.com/

<스타워즈> 홀로넷 뉴스 페이지 http://www.hol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