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호크아이>는 11월24일 디즈니+ 플랫폼으로 글로벌 동시 공개되는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다.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 의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 돌아온 포스트 블립 시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뉴욕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호크아이>는 어벤져스로서의 삶을 뒤로한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제러미 레너)에게 비교적 쉬운 미션을 던지며 시작된다. 6일 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할 것. 그런데 이 미션은 ‘로닌’이라는 클린트의 과거가 드러나며 의외로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클린트는 22살의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드)과 어쩔 수 없이 팀을 이루게 된다.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호크아이>를 미리 살펴본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리스마스 조명이 빛나고, 록펠러센터 앞 빙상 경기장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뉴욕시의 연말 분위기를 보여주며 <호크아이>는 첫 에피소드를 연다. 코끝이 에이도록 추운 날씨지만 마음속 온기로 낭만이 가득해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크리스마스로부터 6일 전,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은 아이 셋과 함께 뉴욕을 방문 중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로저스: 더 뮤지컬’ 공연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밝게만 그려진 영웅담과 무대 위에서는 아직 살아 있는 나타샤, 객석이건 화장실이건 그를 보면 알은체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는 쇼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해진다. 딸은 그가 괜찮은지 확인한다. “아빠, 보청기 끼고 있죠?” 코믹스에서 클린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이유로 보청기를 끼지만, <호크아이>에서는 산업재해가 이유가 됐다. 어벤져스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폭발과 굉음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호크아이>가 보여주려는 클린트 바튼, 비범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 잘 드러나는 설정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는 걸 지켜봤다”

<호크아이>는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 돌아온 블립 이후,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를 잃은 클린트가 지나온 절망의 시간을 이야기의 시작으로 삼았다. 클린트에게는 깊은 절망 속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자경단 ‘로닌’으로 행동했던 과거가 있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고 돌아온 호텔에서 TV를 켜자 로닌이 등장한다. 깊숙이 묻어둔 로닌 슈트를 입은 가짜 로닌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슈트와 함께 깊게 묻어야 한다. 그런데 로닌의 정체는 딸보다 약간 나이가 많은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드)이다. 그리고 그날 밤, 뉴스를 본 건 클린트뿐만이 아니었다. 로닌에게 원한을 품었던 ‘추리닝 갱’이 케이트를 찾아내 린치를 가하려는 순간 그를 구해 복면을 벗긴 클린트는 실망과 안도, 그리고 과거의 수렁으로부터 케이트를 보호해야겠다는 책임을 느낀다. 다행히 케이티는 짐이 아니다. 자칭 최고의 궁수이며, 마셜 아트 메달리스트, 펜싱 유단자다. 어린 시절 호크아이의 활약을 직관한 뒤 궁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호크아이의 찐 팬이기도 하다.

<호크아이> 속 클린트는 가족을 우선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적어도 그의 사생활이 우울하지 않은 덕분에 <호크아이>에서 그 앞에 놓이는 문제들은 다룰 만해진다. 구김살이라고는 없는 케이트의 존재도 드라마의 밝은 분위기를 지키는 데 한몫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는 걸 지켜봤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라고 클린트 바튼의 심경을 전한 제러미 레너의 말처럼, MCU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수많은 히어로와 캐릭터를 소개했고, 그들 중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블랙 위도우의 죽음이 있었기에 그다음 클린트의 옆에 서게 될 케이트 비숍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11월16일, 화상으로 진행된 <호크아이>의 글로벌 기자회견에서, ‘영어벤져스’로서 케이트 비숍의 MCU 입성을 축하하고 앞으로 케이트 비숍을 중심으로 MCU가 어떻게 넓어질지 묻는 질문들이 쇄도했던 건 당연해 보인다.

헤일리 스타인펠드, 새로 합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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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의 뉴페이스, 케이트 비숍은 당차고 자신만만하다. 기자회견에서 헤일리 스타인펠드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케이트의 자신만만함은 어디에서 오냐”였고, 스타인펠드는 당당한 케이트를 연기하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케이트스러운 자질을 깨워야 했다고 답했다. 만능스포츠맨이며 파이터인 케이트가 되기 위해 다양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했다. 제러미 레너가 “진짜 화살을 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건넨 조언이 가장 큰 도움이 됐으며, 화살 없이 활만 가지고도 싸울 수 있어야 하기에 활을 활용한 무술 동작을 따로 훈련했다. 클린트와 케이트가 정의감과 우연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비숍 시큐리티 대표인 엘리너 비숍(베라 파미가)과 케이트는 피로 맺어진 모녀 사이다. 일찍 남편을 잃은 뒤 회사와 딸을 홀로 키워야 했기에 과잉보호 성향이 강한 엘리너로부터 케이트는 드레스코드로 독립을 선언한다. 자선 파티에 엄마가 준비해준 드레스 대신 팬츠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엄마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스타인펠드는 해석했다.

기자회견 전, 디즈니+는 <호크아이>의 첫 두편을 공개했다. 전체 6편으로 구성된 미니시리즈 <호크아이>는 마블 스튜디오의 다섯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이며, 최초로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연말 분위기의 드라마다. 총괄 프로듀서인 리스 토마스 감독이 1, 2, 6편을 연출했고, ‘버트 앤드 버티’라는 팀명의 감독 듀오가 나머지 3편을 공동 연출했다. 첫 에피소드의 초반에 보여지는 ‘로저스: 더 뮤지컬’은 기자회견 초반부터 질문이 나올 만큼 여러 궁금증을 자아냈다. 쇼 안의 쇼로 보여주는 ‘로저스: 더 뮤지컬’은 일종의 팬서비스다. 클린트가 뉴욕에 온 이유를 고민하다가 “MCU 뮤지컬을 보러 온 게 아닐까?”라는 리스 토마스의 농담이 그 시작이었고, 감독은 그 농담을 곧 후회했다고 한다. 감독은 후회했을지 모르지만, 그 아이디어는 뮤지컬 작곡가이며 영화음악 작곡가인 마크 샤이먼의 손을 거쳐 화려한 무대로 완성됐다. MCU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팬덤을 소화하는 방식은 이전 영화와 드라마에서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는 동시에 사소하다. 포스트 블립 시대도 마찬가지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처럼 일상 속 작은 순간들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환기시킨다. 의미 없는 낙서에 마음이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전쟁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힘들어하는 현실의 영웅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클린트 바튼의 과거 외에도 <호크아이>를 끌어가는 미스터리는 더 있다. 엘리너 비숍과 약혼한 잭 듀케인(토니 돌턴)에 대한 케이트의 의심이다. 케이트는 잭이 삼촌인 아만드 듀케인 3세와 로닌의 슈트와 칼을 판매하는 암시장 경매에 간 것을 목격하는데, 괴한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경매장을 나선 뒤 아만드 3세가 시체로 발견된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케이트는 잭이 의심스럽다. 로닌을 쫓는 추리닝 갱스터와 아만드 3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해결하고 클린트 바튼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튼 가족의 메리크리스마스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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