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and the City
1998년, 감독 수잔 세이들먼, 앨리슨 앤더스
출연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 크리스틴 데이비스, 신시아 닉슨, 크리스 노스 장르 코미디 (파라마운트)
섹스 그리고 도시. HBO에서 제작하고 방영했던 <섹스 & 시티>의 주제는 이 두 가지다. 조금 다르게 말한다면, ‘뉴욕의 섹스’라고나 할까. 그런데 전제가 필요하다. <섹스 & 시티>가 보여주는 섹스는, 철저하게 여성의 관점이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성이 보고, 경험하고, 씹어대는 섹스와 사랑.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메리칸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뉴요커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세계의 첨단을 달리는, 모든 유행이 시작되는 곳. 세상의 부와 명성이 몰려드는 뉴욕. 그곳의 섹스는 어떻게 달려가고 있을까.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는 <섹스 & 시티>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변호사, 사만다(킴 캐트럴)는 직접 회사를 경영하는 홍보 이사,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전문직 여성 캐리와 친구들의 관심은 일과 사랑(혹은 섹스)이고, 최대의 불만은 쓸 만한 남자가 모두 유부남이라는 것. 첫 에피소드에서 미란다의 생일 파티에 모인 그들은, 남자들이 사랑없이 섹스를 즐기는 행위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결혼 지상주의자 샬롯은 반대하고, 남자를 섭렵하는 사만다는 당연히 찬성한다. 미란다는 시큰둥하고, 캐리는 그런 친구들을 관찰하며 칼럼을 쓴다.
<섹스 & 시티>의 네 여성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 사만다는 여성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 남자처럼 사랑없는 섹스를 즐기며, 결혼에 대한 환상은 일체 없다. 샬롯은 사만다의 극단에 서 있다. 문제는 결혼하기 좋은 남자일 것 같아 만난 남자가, 모두 쓰레기라는 것. 미란다는 냉소적이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캐리는 관찰자지만, 냉정하지는 않다. 칼럼 <섹스 & 시티>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성적 방황의 산인 것처럼, <섹스 & 시티>의 각 에피소드는 모두 ‘섹스’에 관련된 이야기다. 프랑스에서 온 건축가와 사랑을 나누었다가 아침에 돈을 받게 된 캐리는 고민에 빠진다. 힘이 넘치는 연하의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인 사만다는 턱의 잔주름이 멋지다는 남자의 말에 절망한다. 이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으면,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사랑과 섹스의 풍속도를 예감할 수 있다. 그걸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복마전 혹은 던전이 아닐까.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