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코리아> 8편
KBS1
무언가 불타고 폭발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는 <모던코리아> 시리즈. 일본과의 긴장을 통해 ‘한국인’을 성찰하던 흐름을 되짚어보는 8편 ‘포스트모던 코리아’에선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된다. 문민정부의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가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극일에서 반일을 지나, K팝 열풍, 코로나19 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 머쓱한 시기에 놓인 것 또한 절묘하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넷플릭스
6편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은 그들이 안 사라진, 92년 시한부 종말론 사태를 다룬다. 80년대 말, 음지의 베스트셀러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의 저자 이장림과 함께 전국을 돌며 종말론 간증을 하던 전양금 목사가 그 당시를 회고한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와 함께 보면 신앙 공동체 집단 체험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잇츠 어 신
감독 피터 호어 / 왓챠
후천성면역결핍증은 에이즈란 이름을 갖기 전 ‘그리드’라고 불렸다. 원인이나 치료법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남성 동성애자들에게서 발병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게이 관련 면역 결핍’(gay-related immune deficiency, GRID)이라 명명됐다.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잇츠 어 신>은 1980년대 영국 사회와 LGBTQ 커뮤니티를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담아낸 수작이다. <닥터 후> 시리즈의 러셀 T. 데이비스가 각본을 맡았고, 밴드 ‘이어스&이어스’의 보컬 올리 알렉산더가 주인공 리치를 연기한다.
지니&조지아
감독 사라 램퍼트 / 넷플릭스
모녀의 애증을 담은 작품은 많지만 조지아(브리안 하위) 가족은 좀 특별하다. 엄마 조지아는 15살 때 홀로 첫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출산한 도시에 따라 지었다. 딸 지니(안토니아 젠트리)는 버지니아에서, 막내아들 오스틴(디젤 라토라카)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낳았다. 아이 아버지도 모두 다르다. 딸 지니는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15살로, 엄마의 인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이다. 왜 딸은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가. <지니&조지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산뜻하게 그려낸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감독 잭 스나이더 / KT, SKB, LG U+, 홈초이스, 네이버 시리즈온, 카카오페이지, 웨이브, 구글 플레이 무비, 스카이라이프
<저스티스 리그>(2017)의 재편집본이 아니라 7천달러(약 792억원)를 들여 보충 촬영하고 새롭게 CG를 입힌 작품이다. 제목에 감독명이 들어간 건 기존 <저스티스 리그>가 감독 교체로 길을 잃었기 때문. 스나이더는 후반작업 중 딸의 자살로 하차했다. 이후 조스 휘던 감독이 이어받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망한 팬들이 스나이더 버전 공개를 요구했고 영화는 그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감독 김병수 / 티빙
tvN <도깨비>의 감성을 20분 분량의 숏폼 시리즈로 옮겼다. 티빙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는 인간의 운명을 미리 글로 쓰는 초월적 존재인 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 주민들의 운명을 쓰고 있는 신연호(기도훈)는 스스로 명작이라 평하는 정바름(김우석)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첫사랑 고체경(전소니)과 연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상황을 꾸민다. 하지만 고체경은 정작 설레하지 않는데, 드라마 작가인 그가 학창 시절에 쓴 습작과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풍요의 세대
감독 로렌 그린스필드 / 아마존 프라임
선거철이다. 과시적으로 부를 드러내는 사람과 달리 겸손해 보였던 이들에게 많은 부가 감춰져 있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는 나날이다. 왜 누군가는 부를 감추려 하고, 누군가는 부를 과시하려 할까. 다큐멘터리 <풍요의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부를 쌓을 수 없는 이들이 부모 세대의 근면과 절약, 신중이란 가치를 버리고 부를 과시함으로써 명성을 쌓고 돈을 번다고 진단한다.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에서 활동한 사진작가 출신 감독 로렌 그린스필드는 사진을 통해 포착하고자 했던 주제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
올인: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감독 리즈 가버스, 리사 코티스 / 아마존 프라임
어떤 나라에서는 아직도 투표권을 달라고 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 이야기다. 미국인의 8%만이 투표할 수 있다. <올인: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미국 사회가 어떻게 유권자를 억압해왔는지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주인공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2020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자 선거권 확대를 주장해온 활동가로, 선거권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의 입을 통해 투표의 중요성을 들으면 정치에서 멀어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