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거 내가 써봤는데 진짜 대박이야.’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것이 요즘 홍보의 대세인 것 같다. 소위 ‘내돈내산’이라는 것인데 사용기를 가장한 홍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그나마 다른 사용자의 경험이 좀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형식의 정보도 업체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사용기를 올리는 사람들은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도입하고 사용해보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겁내기보다는 일단 시도해보는 그 용감함이 부럽다. 그래서 가끔은 용기를 내볼 때가 있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직 더 많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성공의 경험도 늘어 나겠지.
하지만 내게도 멋진 성공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소 도구인 ‘손을 대지 않고도 물을 짜낼 수 있는 밀대걸레’다. 가볍고 걸레의 면적이 충분히 넓으면서 물을 적당히 머금어서 먼지를 잘 흡착하지만 또 걸레에서는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제품인데, 흐르는 물에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물기를 짜내는 것도 따로 손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집 안 구석구석 구석진 곳이 많고 옷이나 이불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주된 오염원인 우리 집에는 실로 특화된 제품이다.
원래 손걸레를 자주 사용하고, 성능이 좋은 포터블 청소기도 있지만 그보다도 훨씬 간편하게, 침대 밑까지 청소가 가능한 이 청소기는 지난 일년여간 나에게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이며 가격 대비 최고의 만족감을 준 제품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작업실에도 이 제품을 구입해 비치하고 멤버들에게도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친구들도 내 시범을 보더니 당장 구입하고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물건을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진다. 더 열심히 쓰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런 게 바로 입덕이구나. 아,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음악을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 한다고, 사실 적절한 도구가 없어서 내가 무언가를 잘 못/안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는 청소가 그랬는데(음악 작업도 마찬가지다), 청소를 효과적이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봇 청소기가 있으면 청소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막상 구매하고 보니 의외로 더 불편하고 충분히 청소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턱이 있어서! 청소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이 있었다. 거기다 집이 워낙 작아서 자동으로 청소를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냥 그 정도면 걸레 들고 닦아도 5분도 안 걸릴 정도였다. 그래서 그 뒤로 한동안 손걸레와 소형 청소기로 청소를 해왔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도구로 집 전체를 청소하기에는 아무래도 조금 부담이 되다 보니 점점 청소하는 빈도가 줄어들었던 것인데, 새로운 밀대걸레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던 것이다.
사실 제일 좋은 건 도구에 상관없이 그냥 일단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런 때는 도구가 무엇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 그런데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작업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데모를 녹음하면 좋을까 고르다가 한참을 보내곤 한다(결국엔 핸드폰 녹음 기능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바꾸려는 생각을 하느라 몇달을 보냈다. 음악작업용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교체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하다보니 시간만 자꾸 흘렀다(그러다 보니 다시 신제품이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나름 궁리를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제일 안 좋은 선택을 한 것이다. 작업이 늦어지고 있으니까. 그냥 하면 되는데, 그게 왜 안 되는 걸까 하고 묻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쉽게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한 걸음도 앞으로 가지 못할 때가 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면 크게 자괴감이 든다. 스스로가 너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면 떠올렸던 생각을 기록하기도 전에 ‘별로야’라는 생각이 먼저 입력된다. 컴퓨터 위에 커서만이 반짝거리고 있을 뿐이다. 도망가고 숨고 싶은데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혹은 깨어나지 못한다. 그런 날에는 각자 손에 익은 도구를 가지고 청소를 하면 좋겠다. 물론 청소도 잘 안 될 때는 큰 좌절감을 주는 장르다. 정리 정돈을 다 하려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니 일단 바닥을 닦자.
뭐라도 해낸 것이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무려 바닥을 걸레질하다니! 너무 대단하다. 공기도 맑아진 것 같다. 걸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를 정리하며 쾌감을 느낀다면 왠지 다른 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제대로 닦이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정리해야 할 물건들도 많지만 60점짜리 결과물이라도 완성을 해낸다면 그것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을 그러지 못하고 보낸 적도 있다. 뭐 대단한 인생의 팁은 아닌데, 내가 해봐서 추천하는 이야기다.
아참, 이런 이야기를 <바른생활>이라는 노래로 만든 게 있는데 혹시 들어보고 괜찮으면 주변에도 추천을 부탁드린다. ‘야 이거 내가 들어봤는데 대박이야’, ‘이 노래대로 해봤더니 인생이 달라졌어요’ 같은 감상 후기도 기대해본다. 마음속으로 포인트 적립도 추가로 해드린다.
<바른생활> _브로콜리너마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안에만 있었지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피해 도망가는 마음으로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던 날들
답답했던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돌보지 않음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는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자
생각을 하지 말고 생활을 하자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자
그냥 걸어가다 보면 잊혀지는 것도 있어
아름다운 풍경도 또다시 나타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