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묘미의 대부분은 과장, 점층, 반전, 흰소리 등의 서사 전략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산 단편들은 여기에다 숙달된 기술이 뒷받침된 정확한 숏과 구사와 깔끔한 편집이 가미되어 있다. 탄복을 하고야 만다. 그러나 이 ‘탄복’까지는 괜찮은데, 그런 영화들이 단편영화의 특히 한국적 지형에서 독립영화의 전범이라는 식으로까지 나간다면 그건 명백한 실수다. 서로간에 사회적 맥락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이 거세된 그런 외국 단편 명작을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독립영화관(KBS2TV 금 새벽 1시15분)에서 상영할 <동안거를 마치고 길을 나서다>(감독 이민경/ 35mm/ 컬러/ 9분/ 2001)와 <해바라기야, 이제 그만 잠들렴…>(감독 김한상/ 16mm/ 컬러/ 24분/ 2000) 등의 열쇠말은 ‘반전’이다. <동안거…>에서는 젊은 수행승이 동안거를 마친 뒤 맑은 표정으로 산길을 내려오다가 수표와 지폐로 가득 찬 지갑을 줍는다. 아, 갈등에 갈등이 겹으로 꼬인다! 그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어지는 반전과 또 한번의 반전, 이런 서사가 주는 정보는 관객을 마냥 허구의 세계로 빠져들게끔 한다. 여기서 문득 깨어날 때, 순진한 수행승의 청정심은 맑게 울려나온다. <해바라기…>는 얼핏 보면 지루한 순애보다. 그러나 나름대로 오려낸 만만찮은 풍광을 따라서 마음을 싣고 가다보면 어느새 불쑥 암초에 걸린다. 그 암초는 바로 반전이다. 역시 허구에 빠져들었던 자신을 되새겨보게 한다. 동시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결국 주제의식과 함께 가는 것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