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전략을 이분화하면 크게 ‘솔직하게’와 ‘비밀스럽게’로 나눌 수 있다. 비밀주의가 솔직함보다 더 우위의 전략이라
평할 근거는 없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주도적으로 쥐락펴락하는 데 더 큰 이점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광고 캠페인에서 비밀주의를 가장 선호하는
단계는 아무래도 신제품을 출시할 때일 터. 탄생의 신비를 배가하겠다는 듯 론칭 광고는 무슨 제품의 CF인지 아리송하게 만들어 기대감을 부추기는
티저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성공한 장수 캠페인이 비밀주의를 ‘불로장생’을 위한 전략으로 채택해 관심을 모은다. 화제의 광고
목록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TTL 광고와 이프로부족할 때(2%) 광고가 그것이다. 히트 광고의 대표주자격인 이들 광고는 여전히 미스터리
투성이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얼마나 더 소비자를 안달나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 실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전작에 이어 또다시 소비자의
관심권에 진입한 두 광고의 신규 캠페인을 들여다본다.
신비소녀의 부재,그러나 신비주의는 계속된다
▶TTL,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SK텔레콤 제품명 TTL 대행사 TBWA 제작사
화이트, 킬리만자로 감독 김상태
‘TTL 소녀’ 임은경이 마침내 입을 연 ‘토마토’편을 통해 ‘신비주의’의 베일을 완전히 벗어던진 줄 알았다. 그러나 TTL은 후속탄에서
다시 예상을 뒤집었다. 론칭 때부터 신비주의를 특허처럼 구사해온 이 CF는 다시한번 정체불명의 모델과 상징 가득한 내용 전개로 소비자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희망’편이라 이름 붙인 이번 광고는 ‘Made in 20’ 캠페인의 제2탄. 첫 캠페인인 ‘스무살의 011’에서는 1823세대의 모호한
정체성을 강조한 반면 ‘Made in 20’ 캠페인은 독립된 자아를 찾아가는 20대의 긍정적 삶에 주목하고 있다.
온통 신문지로 둘러 쌓인 어느 거리.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착용한 모델이 등장한다. 얼핏 임은경을 닮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더니 가방을 든 채 화면 저편으로 사라지는 모델.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드럼
위에도, 바닥에도 첫 화면에서처럼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모델의 연주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초록빛 개구리 한 마리가 신문지를 뚫고
나온다. 한 마리, 두 마리 개구리는 점차 늘어나고 화면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양서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낳는 사람은 약간 섬뜩한 기분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웅장하면서도 희망차게 울려퍼지는 배경음악은 개구리라는
그닥 달갑지 않는 소재와 밝은 화음을 빚어내며 새로운 출발점에 선 젊음의 파릇파릇한 기운을 뿜어낸다.
광고가 방송을 타자마자 소비자의 호기심을 돋운 대목은 일단 모델이 임은경이 맞느냐는 사항이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모델의 정체를 놓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정답은 임은경이 아닌 신인 남자모델.
이번 광고에서 ‘커밍아웃’한 임은경과 결별(?)한 TTL측은 모델을 메인이 아닌 서브요소로 배치하려 했다. 모델보다 광고 전체의 이미지와
내용으로 스무살식의 카타르시스를 전하겠다는 것이다. 임은경을 세상밖으로 내놓으면서 새 캠페인 테마의 돛을 올린 데 이어 임은경과 TTL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잘라내며 또다시 변신을 감행한 셈.
소비자의 관심이 또다시 모델에 쏠려 TTL측이 약간 당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인 남자모델을 제2의 임은경처럼 ‘신비소년’으로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모델의 정체를 과감히 밝힐 것인지를 놓고 한창 저울질 중이다. 광고의 상징 코드를 풀어내기는 ‘도무지 모르겠다’류는 아닌
듯. 세상의 희노애락을 담은 신문은 우울한 현실세계를 상징하고 이를 뚫고 나오는 개구리는 세상으로 비상하는 희망찬 스무살을 대변한다.
TTL측은 ‘신규 광고를 내놓을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성공적인 장수로 가는 힘겨움을 토로한다. 비밀주의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지겨울 법도 한데 통일된 틀 아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TTL 광고는 현재로선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사랑은 여전히 목마르다
◀2%,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롯데칠성 제품명 이프로 부족할 때 대행사 대홍기획 제작사
쎄븐 감독 이상용
정우성의 절규가 더 애절해졌다. 1탄에선 ‘가, 가란 말이야!’하고 장쯔이를 내몰더니 이번엔 그를 그리워하며 ‘미쳤어, 우린 미쳤다구’라고
소리친다. 이별식을 담은 1탄보다 전 상황인 듯 싶은데 여전히 정우성-장쯔이 커플의 사연은 미궁 속이다. 왜 정우성이 얻어맞은 채 아스팔트에
나뒹굴고 있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드라마가 있는 릴레이 CF로 소비자의 관심을 단발성에 그치지 않게끔 붙들어매고 있는 2% 광고는
앞으로 2편 더 러브스토리를 이어갈 예정. 목마른 사랑을 2%가 채워준다는 메시지처럼 호기심을 한껏 부추긴 뒤 극적인 하강효과를 노리겠다는
심산인 듯 하다. 소비자의 감성을 충동질하겠다는 속셈이 친절하진 않지만 제법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캠페인이
종국에 완결성을 갖춘 시리즈 광고의 모양새를 갖출 지 두고볼 일이다.
조재원/ 스포츠서울 기자 jon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