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21년 더 과감한 콘텐츠 투자에 나선다. 12월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김민영 넷플릭스 콘텐츠 한국, 동남아시아, 호주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부사장(VP)은 2021년 아시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관련 지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 12월 2일자 ‘넷플릭스, 2021년 亞 콘텐츠에 1조 이상 투자’ 중에서)
김민영 부사장은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그 금액이 최소 10억달러(1조1천억원)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김 부사장은 “현지 시장에 더 가까워지고 좋은 창작자를 찾는 지역은 경쟁사들보다 앞섰다”라며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지난 9월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설립한 것도 한국 콘텐츠를 직접 기획·발굴·투자하기 위함이다.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첫 기획·투자작은 인기 로맨틱 코미디 웹툰 <모럴센스>의 영화화 버전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변성현 감독(<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신작 <킹메이커>를 제작한 씨앗필름(대표 이진희)이 넷플릭스와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 작업, 감독 선정 등 제작 공정의 모든 것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좋아해줘>(2015)를 연출한 박현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이자 배우 황정민과 하정우가 출연하는 <수리남>도 투자 계약을 앞두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사회 비판적인 다큐멘터리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움직임을 두고 감독이나 프로듀서 같은 창작자가 외주 프로덕션에 그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재 충무로 안팎에 팽배해 있다. 제작자 C씨는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직접 기획·투자하면 창작자에게도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며 모든 작품이 넷플릭스 투자를 받을 수 없고 투자를 받더라도 알려진 것처럼 넷플릭스가 완전한 자유를 주는 게 아닌 탓에 감독이나 프로듀서는 프로덕션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국 영화산업이 넷플릭스가 키를 쥔 질서로 재편될지, 기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진열을 재정비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