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스페셜③] 웹소설 '사내맞선' 해화 작가 “젠더 이슈와 관련된 부분을 실시간으로 수정해왔다”
남선우 2020-11-20

사장님 인스타그램에 채용 공고가 떴다. 야근 중에 본 야경과 아침 러닝 인증 숏,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취향도 종종 업로드된다. ‘#슈트가 #잘어울린다고하네요 #맞습니까?’라고 묻는 그는 바로 부하 직원 하리와 선을 보게 된 <사내맞선>의 남자주인공, 성운기업 강태무(@taemu.k) 사장.

가상인물의 SNS 계정까지 개설하는 ‘깨알 같은’ 컨셉으로 팬층을 단단히 하고 있는 <사내맞선>은 2017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소설로 출발해 같은 플랫폼에서 웹툰으로 재탄생했으며, 제작사 크로스픽쳐스에 의해 드라마화도 결정되었다. 소설과 만화를 본 독자가 도합 267만여명에 달하는 IP의 시작점에는 2012년부터 줄곧 로맨스 소설을 집필해온 해화 작가가 있다. 좋아하는 단어 ‘해’에, 이야기(話), 그림(畵), 꽃(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한자어 ‘화’를 붙여 필명을 만들었다는 해화 작가가 <사내맞선>과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돌아본 소회를 전해왔다.

-<사내맞선>이 카카오페이지 글로벌 IP 유니버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웹툰,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웹소설의 활용 영역이 확대되는 점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나를 카카오페이지로 불러주고, 힘들어할 때마다 센스 있게 도와준 신민재 편집자와 그외 각자의 분야에서 함께 고생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사내맞선>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IP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프로젝트라고. IP 활용과 관련해 작가로서 신경 쓴 지점이 있다면.

=보통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그런 기획까지 생각하고 쓰지는 못한다. 작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카카오페이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배려해준 것 같은데 다행히 완성된 작품이 회사의 큰 그림에 부합하게 돼서 기쁘다. 연재를 할 때 염두에 둔 부분은 가독성과 장면 구현이다. 독자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쓰고 싶었고, 웹툰이 나올 수 있다고 상상하며 장면이 금방 그려질 수 있도록 썼다.

-해화 작가의 남자주인공은 주로 일 때문에 바쁘고 그렇기 때문에 연애에 서툰 모습을 많이 보인다. <사내맞선>의 태무도 워커홀릭이라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일이란 현대 로맨스 장르에서 끌어낼 수 있는 외부 갈등요소 중 하나다. 실연당하거나 부모가 죽는 등의 개인적인 일이 생겨도 현대인들은 일을 하러 가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오는 갈등을 좋아해서 스토리에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일을 열심히하는 남자가 멋있기도 하고. 태무는 이전 작품의 남자주인공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 딥한 워커홀릭이다. 일에 방해가 되는 결혼 문제를 빨리 해치우려고 하다가 사건에 휘말린다.

-오해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러브 라인이 빠르게 형성되는 것도 재밌었다. 주인공 하리와 태무가 서로의 어떤 점에 끌리게 하고 싶었나.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게 오래 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순식간에 누군가를 좋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사랑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다양한데, 아무래도 호흡이 빠른 소설이다 보니 후자를 택한 부분이 있다. 태무와 하리의 러브 라인에서 포인트는 외모와 소문이다. 사람들이 처음 누군가를 볼 때 외모나 소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서로에게 빠질 때 물론 외모가 한몫하겠지만, 소문이 소문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의외성을 통해 러브 라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뚜렷한 악역이 없다는 점 또한 <사내맞선>의 매력이다. 대신 인물들의 성격이나 환경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갈등이 빚어지는데, 어떻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싶었나.

=가독성과 코미디를 강조하다 보니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좀 부족했던 감이 있는데, 보통 내 글에서는 주인공들이 외부에서 오는 문제만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른 정신적, 심리적 갈등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뚜렷한 악역이 필요 없기도 하고 내 성격상 악역을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이유로 갈등이 만들어지는 것이 좋다.

-<사내맞선>을 연재한 게 2년 전인데, 혹시 웹툰과 드라마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수정하고 싶었던 부분이나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나.

=독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문제되거나 지적을 받은, 폭력적이거나 젠더 이슈에 따라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수정해왔다. 일부러 의도해서 넣은 게 아니라면 당연히 수정되어야 하는 것들 말이다.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자들의 가상 캐스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웹툰을 그린 나락 작가가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캐스팅이 많이 힘들지 않을까. 제작진이 알아서 잘해주겠지만 부디 태무의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 매력적으로 연기해줄 잘생긴 배우가 캐스팅되길 바란다.

-2012년부터 로맨스 소설을 써왔다. 어떻게 쓰기 시작했나.

=만화는 알고 있었지만 소설에도 장르의 세계가 있는 줄은 몰랐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순문학만 접하다 보니 내가 생각한 이야기들은 갈 데가 없는 줄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신영미디어 홈페이지에서 소설 연재 게시판을 발견했다. 나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그러다 로망띠끄를 알게 되어 거기서도 연재를 했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와 데뷔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데뷔를 꿈꾸지도 않은 채 ‘이런 글을 실컷 쓸 수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신나게 글을 올리고 완결을 짓곤 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즐겁게 썼고, 데뷔 후에는 한 단계씩 목표를 잡고 쓰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되었다.

-<사내맞선> 이외의 대표작 혹은 해화 작가 입문작으로 추천할 만한 소설과 그 이유는.

=알 만한 독자들은 알 텐데, 대표작은 <연애결혼>이다.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라는 작품도 추천한다. 로맨스 장르에서는 가난한 남자주인공이 사랑받기 힘든데 독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었다.

-2016년 리디북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최대한 아무 사건이 없는 글을 써서 누구도 영상화할 수 없는 고유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의 행보와 상반되면서도 작가로서 가질 수 있는 소망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대한 아무 사건 없이 글을 쓰고 싶긴 한데 분량이 안 나와서 고민이 많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건을 넣고 있다. 또한 영상화하지 못할 만큼의 고유의 글은 작가로선 거의 꿈의 경지일 텐데, 그땐 허세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완결만 하겠다는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연재 때마다 ‘취향 맞으시면 함께해요’라는 소개 멘트를 덧붙이더라. 그렇다면 해화 작가의 취향에 잘 맞았던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다. 주인공 리유는 ‘인생 남주’라 할 수 있다. 그것과 별개로 내 취향에 잘 맞았던 글은 스페인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라는 소설인데, 내가 살면서 생각한 인간에 대한 철학이 그 안에 다 들어가 있다. 유머까지 훌륭하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사실 어릴 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림을 공부 중이다. 완결만 하자는 마음으로 글도 열심히 쓸 예정이지만 언젠가는 한 작품이라도 웹툰 작가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

©NARAK

< 사내맞선 >은 어떤 작품?

카카오페이지 / 웹소설-완결, 웹툰-매주 목요일 연재

오랜 짝사랑에 아파하던 하리는 기분도 전환하고 용돈도 벌 겸 부잣집 친구 영서를 대신해 맞선을 보러 간다. 영서의 주문대로 온갖 진상을 부려 맞선남에게 퇴짜를 놓으려 했으나 상대는 성운기업 사장 강태무, 그러니까 하리가 소문으로만 접해온 까칠한 직장 상사. 좌충우돌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태무는 할아버지의 결혼 재촉을 끝내고자 하리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하리도 태무가 싫지만은 않다. 충동과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가 진짜 사랑을 향해 첫발을 뗀다.

©NAR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