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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톡이나 할까?', 톡의 달인

이건 좀 무리수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카카오TV에서 제작한다 해도,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말 대신 카카오톡(이하 톡)으로만 대화하는 예능이라니 너무 지독한… 컨셉 아니냔 말이다. 하지만 결국 형식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라는 진리를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첫 번째 초대 손님 배우 박보영이 톡으로 어린 조카 동영상을 공유하자 “워낙 동안이어서 셀카인 줄”이라고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져 상대의 긴장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김이나 작사가는 ‘토크’는 물론 톡에도 뛰어난 진행자다.

프로필 사진, 플레이리스트, 사진첩의 ‘짤방’은 물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즉시 대화 소재로 가져올 수 있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대화는 현대인의 내면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터뷰 기사라면 ‘(웃음)’으로 표시되었을 순간 ‘ㅋㅋㅋ’ 연타를 치면서 웃는 인터뷰이의 모습을 동시에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로 활동한 박은빈이 ‘사적인 것과 사적이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어려움’에 관한 답장을 쓰기 위해 망설이고 머뭇거리다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따라가는 카메라 역시 각 인물의 특성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초대 손님들에게 애정과 호기심, 동료의식을 가지고 대화를 끌어내는 김이나 작사가의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태도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12살 연기자 김강훈에게 말을 놓아도 될지부터 물어보고, 언제나 밝은 방송인 광희에게 “(높은) 텐션 담당해주는 캐릭터들이 내면은 복잡한 경우가 많더라”며 그의 고충을 먼저 헤아리는 식이다. “크리스천인데, 일이 잘 안될 때 점 보러 많이 다녔다”며 머쓱하게 웃는 개그맨 김민경에게 “저도 크리스천인데 명리학을 조금 공부했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의 위트와 순발력은 15분 미만의 이 짧은 ‘토크쇼’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무의미한 수다에 그치지 않게 해준다. 이 모든 재미가 즉흥적 톡에서만 나올 수는 없겠지만, <톡이나 할까?>는 마치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짧지만 공들여 만든 콘텐츠의 매력.

VIEWPOINT

14분40초가 모자라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연결해 오다니 약간 반칙 같지만, <톡이나 할까?> 출연을 위해 이모티콘도 장만했다는 김영하 작가는 짧은 시간을 꽉 채워가며 김이나 작사가와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로서 의견을 나누고 창작을 둘러싼 고충이나 작가로 사는 것에 관해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글을 쓰다 보면 자기 감정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자꾸 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좀더 명료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라는 그의 말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유의미한 조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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