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었다. SNS 타임라인에는 예매 인증 사진이, 두꺼운 끈으로 두른 영화관 의자 사진이, 광안리와 해운대의 바다 사진이 피드를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던 축제가 마침내 돌아온 듯한 반가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미 한동안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축제가 있다. 9월 5일 개막하여 11월 8일이면 전시를 마무리 짓는 부산비엔날레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지난해부터 담대한 계획을 도모했다. 부산이라는 지역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되 예술 장르는 최대한 포괄하여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시’(Words at an Exhibition–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라는 주제를 제목으로 끌어왔다.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에서 발췌한 것이다.
예술감독은 이 주제를 가지고 부산을 오마주하기 위해 시각작가, 문학가, 음악가 들을 비엔날레에 섭외했다. 11인의 문학가들이 부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글을 쓰면, 67인의 시각예술가와 11팀의 사운드 아티스트가 그에 또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였다. 안타깝게도, 8월 말에 갑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며 비엔날레 개막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한달이 넘도록 미술관의 문은 열리지 못했다. 부산현대미술관과 함께 영도 입구의 영도 창고, 초량에서부터 자갈치까지 원도심 일대를 활용해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상황에 대비해 훌륭한 3D 웹 전시까지 구축해놓아 감칠맛을 더했다. 무엇보다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법한 음악가들을 섭외하여 멋진 사운드 스케이프 음반을 제작했다. 전설의 밴드 소닉 유스의 킴 고든 역시 음악가이자 작가로 참가하면서 놀라운 컴필레이션이 완성됐다. 이 음반은 300장 한정의 바이닐로 제작되어 구하기가 힘들지만 이 음악들은 모두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도 부산 곳곳의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PLAYLIST+ +
아이스에이지《Lockdown Blues》
현재 덴마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밴드 아이스에이지. ‘출구 없는 어둠의 로큰롤이자’, ‘코펜하겐의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4인조 아트 펑크 밴드 아이스에이지가 2020년에 발표한 싱글 《Lockdown Blues》. 격리중의 외로움과 불안함을 솔직하게 담아 후렴에서 끝없이 “Covid 19/ Lockdown blues”라는 가사를 읊조린다.
세이수미 <Old Town>
세이수미는 한국에서보다 영국과 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진 밴드다. 분명 부산에서 결성해서 부산에서 활동해왔는데 말이다. <BBC 라디오>에서 이기 팝이, 엘튼 존이 세이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프 록이라는 장르에 경상도 바닷가의 청량하고도 무뚝뚝함이 묻어 있는데, 왠지 모를 이들의 부산 사운드가 묘하게 영국과 미국의 해변에서도 이질감 하나 없이 울려 퍼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