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꺼림칙한 존재로 비둘기와 처지가 다르지 않고, 한번 죽은 좀비들이 다시 맞아 죽는 영화를 보며 인간의 잔인함에 몸서리친다. 대인기피증이 그래서 생겼다. 살아남으려면 인간과 비슷해져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야산에서 지내는 1년간 특훈을 거쳤다. 폐쇄된 마을회관 체육시설의 러닝머신에 올라 느릿한 발걸음을 고쳤고, 발음을 교정해 랩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탐정 사무소에 머물게 된 무영은 ‘괴물 커버’ BB크림으로 피부색을 보정하고 ‘<기생충> 송강호가 택한 꿀 알바’ 피자 박스를 접는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같은 생활고를 겪고, 사회 부조리에 얽히는 블랙코미디. <좀비탐정>에서 가장 궁금한 지점은 사람이었던 과거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좀비의 정체성 혼란을 어떻게 다루는가다.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육신, 본능으로 움직인다던 존재가 지각을 갖췄을 때 빚어지는 아이러니를 끝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다.
탐정의 조력자가 되는 ‘추적 70분’ 방송 작가 공선지(박주현) 역시 제 몫의 혼란을 짊어진다. 목격자 진술을 받았던 출연자가 방송 이후 피습되면서, 공선지는 미제 사건을 환기하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이를테면 영향력과 책임을 한정하는 안전장치 바깥으로 떠밀린다. 더는 작가 일을 지속할 수 없는 괴로움 속에서도 사건의 끝매듭에 가닿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의 집요함이 대인기피증 좀비탐정을 이끈다.
VIEWPOINT
곱창전골
<좀비탐정>의 등급 고지 화면에는 곱창 요리 업체 광고가 뜬다. 대장항문외과 간호사가 ‘경력’을 살려 곱창 식당을 연다는 극중 설정을 보면 한국 드라마 PPL 사상 가장 모험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밤섬에 표류한 남자가 짜장라면 봉지를 발견하고 생의 의지를 다졌듯, 야산에서 산짐승을 잡아 연명하던 좀비는 짐승의 위장에서 ‘곱창전골’ 비닐 포장을 찾아 소중히 간직한다.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을 하는 생식 체질 좀비가 양념으로 익힌 전골을 먹을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