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작품은 그의 자서전 <비커밍> 출간 투어를 중심으로 하는 동시에 개인사를 비롯한 책 속의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책과 다큐멘터리가 같은 제목을 갖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듯해도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 생활의 지난함을 서술하던 자리에 환대하는 독자들의 얼굴을 채운 덕분일까.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결 밝고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결코 평범치 않았던 한 사람의 인생을 긴장감보다는 편안함으로 바라볼 수 있는 데에는 선별된 내용과 조응하는 음악의 힘도 크다. 부드러운 관악기 사운드가 지배적인 재즈 스코어는 블랙 뮤지션 카마시 워싱턴의 솜씨로, 그는 일찍이 웨인 쇼터, 허비 행콕 등 재즈의 거장은 물론 스눕 독, 켄드릭 라마와 같은 톱 힙합 뮤지션과도 협업해온 색소포니스트이다. 솔로 앨범을 발표한 후로는 ‘파격적’, ‘우주적’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은 스케일 큰 음악을 해왔지만, 가장 영향받은 뮤지션으로 애니메이션 <피너츠>의 음악가 빈스 과랄디를 꼽을 정도로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아티스트이기도. 이 작품을 위해 워싱턴은 예전에 발표했던 솔로 앨범 수록곡을 재편곡하는 한편 새로운 곡도 여럿 만들었다. 진취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에서는 <Connections> <The Rhythm Changes>처럼 에너지 가득한 기존 자신의 음악을 좀더 쉬운 버전으로 바꿔 사용했고, 개인적인 추억이나 가족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서정적인 음악을 새로 입혔다. 그중 사회적 편견 속에서 억울하게 살면서도 다정함과 품위를 잃지 않았던 할아버지를 그린 곡 <Dandy>, 마빈 게이나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연주곡으로 바꾼 듯한 이 특히 인상적이다. 감상용 재즈 음반으로도 손색없는 이 사운드트랙은 72회 에미상 다큐멘터리 음악상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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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시 워싱턴 《The Epic》
2015년 발표된 카마시 워싱턴의 솔로 데뷔 앨범. 무려 세장짜리 음반으로 구성된, 총 러닝타임만 173분에 달하는 대작이다.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등장하는 밀도 높고 화려한 구성의 곡이 있는 동시에 드뷔시의 <달빛>을 커버한 차분한 곡도 있다. 빈스 과랄디의 <Linus and Lucy>를 아프로 아메리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Leroy and Lanisha>는 필청 트랙.
테라스 마틴, 로버트 글래스퍼, 나인스 원더, 카마시 워싱턴 《Dinner Party》
현재 미국의 R&B, 솔, 힙합 신에서 가장 뛰어난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넷이 뭉친 슈퍼 프로젝트. 카마시 워싱턴과 함께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도 참여했다. 프로젝트 이름처럼 디너 파티에서 들을 법한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이 일곱곡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