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Mnet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가 끝나서 아쉬운 사람, 이제 예능 섭외 1순위는 이영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모든 걸 내려놓고 웃고 싶은 사람. 지난해,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제작이 중단되었던 <Target: Billboard-KILL BILL>의 흑역사를 뒤로하고 “(그래요) MBC가 또 힙합했습니다…”라며 조심스레(조심스러운 나머지 홍보가 안됐다) 등장한 웹예능 <본격 국힙 도장깨기 힙합걸Z>의 정신은 Mnet <음악의 신>을 연상케 하는 자조와 자학이다. 브린, 이영지, 하선호로 여성 힙합 크루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에게 “Mnet <언프리티 랩스타> 베꼈네”라며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다름 아닌 하선호고, 이들의 ‘바지 수장’ 자리에 앉은 슬리피는 다른 프로듀서가 안 나온 이유를 잘라 말한다. “걔넨 비싸.” 화려한 조명도, 살벌한 경연도, 비장한 도전도, 훈훈한 미담도 없다. 미션에 걸린 상품은 500만원이 들어 있는 플렉스 카드… 가 아니라 10만원어치 배달 앱 쿠폰(심지어 이런 쿠폰은 실존하지 않았다)이다. 명색이 지상파지만 프로그램 인지도도 유튜브 조회수도 딩고에 밀리는 현실, 그러나 자유로운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로 일단 막 던지고 보는 멤버들의 에너지는 매 순간 어디로 뻗어나갈지 몰라 폭소를 불러일으킨다. 패션에 신경 쓰는 나플라에게는 바짓단에 끼워놓은 노랑 고무줄의 정체를 묻고, 음원을 내주기로 한 음반사 대표에게는 “얼마에 주세요?”라고 직구를 날리는 세 여성 래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와 희한한 호흡을 자랑한다. 물론 웃긴 게 다가 아니다. ‘레전드’ 래퍼를 만나 그들의 곡을 커버해 함께 부르는 ‘도장깨기’ 무대는 이들의 각기 다른 재능과 매력을 보여주며 모두가 즐겁고 의외로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유튜브에 최적화된 편집과 자막 센스에 힘입어 댓글난에는 ‘시즌2 만들어달라’는 외침이 늘고 있다. 그러니까 7회에 종영하는 듯하다 협찬이 들어와서인지 얼떨결에 한회 연장을 예고한 MBC, 여기서 멈추지 마라. 위나윈나!
VIEWPOINT
멋진데 웃김!
‘힙합걸Z’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의 ‘킬링 벌스’ 영상을 추천한다. 웃긴 모습은, 그냥 1회부터 정주행하면 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콘의 바비가 출연한 3회는 이 방송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바비의 감미로운 노래에 대한 보답으로 대뜸 ‘신동갑 선생님’(더 콰이엇) 성대모사를 시작하는 이영지에 이어 뺙뱍뱍뱍 닭 소리를 내는 브린, 이에 질세라“저도 비둘기 잘해요!”라며 꾸루루루거리는 이영지의 이중창을 지켜보는 바비의 멘탈은 가루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