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시네마의 특징은 폭력과 섹스다. 주요 타깃이 젊은 남성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의 양식보다는 순간적인 쾌락과 즐거움이다. V시네마의 대표적인 장르들 역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액션물과 이른바 H물(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에로물)이다.
V시네마의 선두주자인 도에이비디오의 주력부대는 야쿠자물이다. 과거 극장용 영화에서도 <의리없는 전쟁> 등 히트 시리즈를 내며 야쿠자영화의 본산이었던 도에이의 전통은 V시네마에서도 이어진다. <수라가 간다>와 <헤이세이잔협전> 시리즈를 필두로 <오사카 야쿠자전쟁> <인의> <극도전국사> <수령에의 길> 등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야쿠자물은 야쿠자 조직의 암투와 항쟁, 살인과 패싸움 등을 그리고 있다. 야쿠자물과 흡사하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거리의 싸움을 그린 액션물도 있다. 등장인물은 주로 학교의 불량학생들이나 폭주족 또는 야쿠자가 되기를 원하는 양아치들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상남순애조!> <오늘부터 우리는> <비밥 하이스쿨> 시리즈가 가장 지명도가 높고 그 밖에 <안화전소년우연대> <양키우연대> 등이 있다. 야쿠자의 아내들이 주인공인 <극도의 처들>이나 성과 액션을 적당히 섞은 시대극 <쿠노일인법첩> 같은 시리즈물도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남자에게 인기가 높은 또 하나의 장르는 ‘도박물’이다. 마작, 파친코, 경마 등 일본에서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도박을 둘러싼 프로 도박사의 활약을 그린 일종의 액션영화와 함께 ‘금융물’이라고 불리는 사채업을 둘러싼 갖가지 사건을 다루는 영화들도 인기있다. 마작, 경마, 파친코의 세계를 그린 <작귀> <파치프로 낭화양산박> <파친코 이야기> 시리즈 등이 있고, 금융물로는 만화원작도 유명한 <미나미의 제왕>이 있다. <미나미의 제왕>은 초기 V시네마의 정착에 한몫 한 히트작이다. 간혹 싸움도 벌어지지만, 주로 스피드광이 벌이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격렬한 액션(싸움이 아닌 승부)을 그린 <수도고 트라이얼> <만안 미드나이트> 시리즈는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V시네마 중에서 섹스를 전면에 다룬 영화는, 성인물인 AV(adult video)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그래서 V시네마는 애초에 AV와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하나는 액션과 결합시킨 여성액션물이고, 다른 하나는 드라마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V시네마의 여성액션물은 AV가 시도할 수 없는 ‘액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에이의 히트 시리즈인 시리즈는 인기 범죄소설 작가인 오사와 아리마사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를 시작으로 액션과 섹스를 섞은 등을 발표했다. <감금도망> <여수 사소리> <제로우먼> 등이 여성액션물의 대표적인 시리즈물이다. 이 시리즈물은 여주인공의 미모와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교사> <신임여교사> <신백합족> 시리즈 등은 드라마성을 강화시킨 H물이다. 90년대 초 AV가 배우의 실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 다큐멘터리성 비디오와 아마추어 배우들의 기용으로 인기를 모으자, V시네마는 반대로 ‘드라마’에 치중한다. 또한 당시 인기절정이던 트렌디드라마의 분위기를 차용하여 이른바 ‘학교 H물’을 만든다. 또한 로망포르노부터 시작된 치한물의 변주도 계속된다. <치한일기> <치한백서> 시리즈는 강제적인 성적 접촉을 눈요기로 보여주면서, 제목과 달리 이율배반적인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B급영화광 김봉석, 일본 V시네마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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