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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디 박준경 대표, 김조한 이사 "넷플릭스와 유투브가 양분한 미디어 시장, 그다음 흐름을 찾는다"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0-06-05

박준경 대표, 김조한 이사(왼쪽부터).

NEW가 4대 영화 투자·배급사 중 디지털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발을 내딛자 이들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 10월 7일 출범한 NEW의 자회사 뉴 아이디(NEW ID)는 지난 2월 K팝 관련 뮤직쇼, 리얼리티쇼, 뉴스, 예능 등 24시간 K콘텐츠를 제공하는 ‘뉴 키드’(NEW K.ID) 채널을 론칭했다. 이들이 공급되는 쥬모, 뷰드, 로쿠, LG 채널 등의 플랫폼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오 등 월정액을 내고 구독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AVOD(광고기반형 서비스)에 속하는데, 일정량의 광고만 보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패스트(Free adsupported TV·FAST) 서비스로도 설명할 수 있다. 가령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스마트TV 리모컨에 탑재된 ‘쥬모’ 버튼을 누르면 뉴 키드 채널에서 K팝 아이돌의 예능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 MBC 플러스, KBS 월드, TBS, iHQ, 채널A, YG 엔터테인먼트, FNC 엔터테인먼트, KStarLive 등 24개가 넘는 제작사 및 채널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왜 NEW가 강점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대신 K팝으로 신사업을 시작했는지, 왜 한류가 강한 아시아가 아닌 북미 및 유럽 지역을 먼저 주목했는지 궁금증을 갖는 관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의 변화는 콘텐츠를 사랑하는 소비자에게 해당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NEW의 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와 대표를 거쳐 NEW 브랜드사업부 및 뉴 아이디를 이끄는 수장이 된 박준경 대표와 <플랫폼 전쟁>의 저자이자 미디어 전문가로 활약한 뉴 아이디 공동 창립자 김조한 이사를 만나 뉴 아이디의 청사진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각각 콘텐츠와 기획·전략 분야의 전문가로서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서 아무도 시도한 사람이 없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일했던”(박준경 대표) 지난 여정을 들려줬다.

-최근 미국에서 테스트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들었다.

박준경 K팝이 인기 있다고 막연하게들 얘기하지만 현지 반응은 직접 운영해보고 시청자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 광고 시장이 형성돼 있는 북미를 중심으로 광고주들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채널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타깃층에 해당하는 미국 내 10~30대 시청자에게 파트너사들의 콘텐츠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아주좋았다. 트위터로 불특정 다수에게 관련 정보가 노출됐을 때 도달률과 반응을 분석해보니 시청 의사를 표한 유저가 동일 기준 대비 훨씬 높았다. 그래서 이달 LG전자와 함께 본격적으로 채널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프로그램 시청시간이 40% 이상 상승했는데 이 수치가 프로모션이 끝난 후에도 유지됐고, 오히려 더 상승했다.

김조한 시작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기보다 계속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다. 우리가 어떤 플랫폼이나 앱을 만들어서 마케팅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정도 사람들이 시청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을까 생각하면 끔찍하다.

-사실 해외 K팝 팬덤은 굉장히 인기 많은 서브컬처라는 인상이 있다. 특정 세대가 강력하게 좋아하는 콘텐츠다. 원래 NEW에 강점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영역 대신, K팝으로 신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박준경 아무리 K콘텐츠가 히트했다고 해도 골고루 주목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일단 익숙해지고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필요했다. 아는 것부터 시작하면 점점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질 수 있다. 해외에 영화를 세일즈하며 수출하는 국가 자체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글로벌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 북미 시장을 뚫기 위해 모회사가 지금까지 무엇을 잘했는지는 뒤로하고 한국 콘텐츠가 가장 가닿기 편안한 장르를 테마로 정했다. K팝 아이돌과 그들이 나오는 드라마와 예능, 뮤직쇼들은 우리가 원래 ‘1도 안 갖고있는’ 콘텐츠였다. (웃음) 해외에서는 국내에서처럼 경쟁하기보다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한다. 다른 채널은 특정 장르만 있거나 2~3개 파트너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24개 이상의 파트너사의 콘텐츠가 24시간 동안 나온다. 시차를 고려해 테스트한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팝은 사실 잘 모르면 한없이 모를 수 있는 시장이다. 아이돌 멤버 이름 외우는 것도 너무 어렵고, 최소한 요즘 누가 인기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웃음)

김조한 대표님은 아직 잘 모른다. (웃음) 농담이고, 파트너사들의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때마다 우리끼리 크래비티, TOO, 더보이즈가 어떠하다느니 대화를 나눈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와 인턴십을 진행 중인데 아이돌을 좋아하는 당사자들이라 우리도 배우는 게 많다. 한국과 해외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한터글로벌이나 KStarLive 같은 파트너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배워간다.

박준경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데서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지 않으면 세계가 확장되지 않는다. 안다고 생각하면 많은 편견과 선입견이 생길 수 있고 플랫폼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게된다. 이 시장의 여러 키워드를 분석해봤을 때 가장 수용되기 편한 것은 K팝이었다. 마니아층이 있는데 시장이 워낙 크니까 마니아층의 시장 역시 큰 거다. NEW는 블루오션을 개척해오지 않았다. 항상 소비자군이 충분한 시장에서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게 NEW가 사업을 해온 방식이다.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수년 동안 K팝 팬덤만을 연구해온 사람들과 파트너가 됐다. 이 콘텐츠를 좋아하고 본인 자체가 팬인 사람들이 필요해서 한양대학교의 도움을 받아 인턴십 1기를 운영했다. 매일매일이 감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우리는 바로 실행하고, 아이디어가 즉시 유저인터페이스(UI)에 적용되는 걸 보면서 그들 역시 보람을 느낀다.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는 대학교 2~3학년 친구들과 교류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

-파트너로 참여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뉴 아이디와의 협력에 어떤 이점이 있었나. 가령 연예 기획사는 이미 유튜브 플랫폼을 잘 이용하고 있다.

박준경 그들은 유튜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이미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찾으려는 건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양분화된 미디어 시장, 그다음 흐름이다. 새로운 노출 창구를 만들어 또 다른 수익이 생긴다면 플러스알파가 되는 거다.

김조한 결국 주류가 아니라는 고민도 많이 있더라. 미국에서 메이저가 되려면 방송을 나가야 한다. K팝 아이돌이 현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다. 뉴 아이디와 협력함으로써 그들은 미국에 가지 않고도 방송에 노출될 수 있다.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면서 다르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다. 또한 유튜브는 이미 그 콘텐츠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비의 <깡>을 보여주는 것은 (웃음), 이미 유사한 콘텐츠에 관심을 표명한 적이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3%가 안되는 사람에게 K팝 콘텐츠가 노출될 것이고 97%는 자신이 이것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니즈가 맞았다.

-두분을 포함해 뉴 아이디의 C레벨을 구성하는 핵심 4인방이 있다고 들었는데.

박준경 2018년 NEW가 10주년을 맞이한 후 그다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혁신적인 유통을 시도해왔지만 이제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의 수익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디지털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 김조한 이사가 쓴 <플랫폼 전쟁>을 보면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설을 검증해가며 예언까지 한다. 지난해 2월부터 그를 만나 디지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전미방송협회(NAB) 출장을 함께 갔다가 패스트 서비스 시장을 알게 됐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프리미엄 광고 시장이 살아 있다. 미디어 거물들이 아니라도 NEW답게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답을 TV에서 찾았다. 지난해 8월 김조한 이사가 합류했고, 방송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UX와 UI 전문가가 필요했다. 미국에 있는 황제선 박사를 소개받았다. 몇 번의 화상회의를 한 후 황제선 박사가 9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채널 론칭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빨리 일이 진전되면서 기술을 총괄할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닐슨 미디어의 소렌슨 미디어 기술 총괄 이사를 맡았던 강춘운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적임자였다. 그는 어드레서블 광고(소비 지역이나 소득 수준, 관심사 등에 따라 맞춤형 광고가 나오는 것)를 총괄하고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이해가 깊고 클라우드 전문가이기도 하다.

-뉴 키드 외에 준비 중인 다른 채널이 있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플랫폼도 고민해야 할 테고.

김조한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출장이 줄어들다 보니 그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세계가전전시회(CES) 때 다행히 많은 파트너를 만났다. 하반기에 NEW의 IP를 통해 론칭하려는 채널들이 있다.

박준경 집이라는 공간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집 자체가 회사도 헬스장도 되는 시대, 집 자체가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 시장은 색깔이 명확한 게 유리하다. 내 취향에 맞는 채널을 계속 틀어놓는다. K팝 다음으로 ‘먹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음악이라든지, 해외에서 세일즈가 가능한 영화 채널도 순차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 계약과 부딪힐 제약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장편 드라마의 경우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연내 각자의 유니크함을 갖춘 19개 채널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가다 보면 우리가 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수도 있다.

김조한 오히려 파트너사 콘텐츠가 먼저 갈 수 있고, 스포츠 분야도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프로당구대회(PBA TOUR)를 열고 있는데, 유럽 및 아시아에도 당구 팬이 많다. 이런 채널이 뉴 아이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콘텐츠 제작사들이 만든 웹드라마도 다 모으면 영화 분량의 러닝타임이 된다. 숏폼 콘텐츠가 TV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길게 재편집해 제공할 수 있다. 파트너들한테 유의미한 데이터를 주면서 채널을 확장해갈 예정이다.

-NEW가 갖고 있는 좋은 콘텐츠들이 많지 않나. <부산행>이나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같은. 언젠가 NEW 자체 플랫폼이 탄생할 때 이런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며 플랫폼의 입지를 다질 수도 있지 않을까.

김조한 메가 IP로 평가받으려면 디즈니 정도는 되어야 한다. 우리의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많이 알려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렇게 큰 영향력을 주진 않을 거다.

박준경 콘텐츠의 장점과 플랫폼의 성격을 명확하게 매칭시키는 것도 뉴 아이디가 잘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NEW의 콘텐츠를 NEW 자체 플랫폼에 싣는 게 과연 그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일까? 콘텐츠가 갈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고민하고 이 시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NEW의 지난 10년을 넘어서 더 큰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K콘텐츠 전부를 보고 접근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각자 플랫폼을 만들며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뉴 키드 채널 서비스 진출 지역 11개국은 주로 미국과 유럽, 남미 위주다. 아시아 시장이 빠져 있다.

김조한 우리의 도움이 없이도 이미 파트너사에서 너무 잘하고 있는 게 아시아 시장이다. 또한 광고 시장 자체가 북미나 유럽과는 다르다. 여긴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메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

박준경 11개 국가를 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다. K콘텐츠가 프리미엄한 가치를 가질 수 있으면서 수익성도 유지할 수 있는 시장. 뉴 키드 채널에 가장 합당한 구성이었다. 이 채널을 론칭할 때 아시아쪽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았지만 이쪽 소비자들은 이미 K콘텐츠에 익숙하고 콘텐츠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조금만 해도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PBA의 경우에는 서비스 지역을 보다 넓힐 수 있다.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수익 구조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박준경 수익을 아예 대체하는 것이 아닌, 플러스알파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사업이다. 수익적으로도 내년부터는 가시화된 추이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보는 시뮬레이션대로라면 5년 안에 굉장히 의미 있는 파워를 갖게 된다.

김조한 플랫폼마다 한계가 있으니 한곳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매출을 뚫어야 한다. TV에서 못하던 기획을 디지털 영역에서 할 수도 있다. TV보다 디지털 광고 단가가 훨씬 낮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오히려 한국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디지털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해외에 굳이 방송국을 세우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큰 자본 없이 사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디지털과 해외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패스트 서비스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김조한 LG의 ‘LG채널’이나 삼성의 ‘TV-플러스’ 등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광고 시장이 먼저 형성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방송과 유튜브 사이 중간이 없다. 이를 극복한다면 IPTV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박준경 미국의 패스트 서비스 시장은 걸음마 단계를 한참 지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뜨고 좀 지나서 한국에 들어온 것처럼, 미디어에 어떤 시차는 존재한다. 미국과 같은 광고 시장이 한국에서 형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디어의 흐름은 결국 점차 넘어오게 돼 있다. 기술적인 준비를 많이 하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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