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마지막 시즌인가요? 마지막 경기가 될까요? 마지막이라 생각하나요?” 이미 5차례 N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불스와 마이클 조던은 6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1997-98시즌 내내 기자들의 ‘마지막’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필 잭슨 감독이 불스를 떠나기로 한 1997-98시즌에 붙인 이름도 ‘더 라스트 댄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이하 <더 라스트 댄스>)는 1997-98시즌 불스 왕조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농구 황제이자 전설이자 신이었던 마이클 조던의 선수 시절 삶을 조명한다. 총 10부작 다큐멘터리인 <더 라스트 댄스>는 한국에서 5월 11일부터 매주 월요일 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있다. <30 for 30> 등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제작·연출해온 제이슨 헤히르 감독과 전화로 만났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1997-98시즌에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1년간 따라다니며 촬영한 500시간짜리 영상이 <더 라스트 댄스>의 토대가 된다. 그 1년은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에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는데, 어떻게 독점 촬영이 가능했나.
=500시간짜리 영상은 <ESPN>이 아니라 NBA가 갖고 있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선수 클레이 톰슨의 삼촌이기도 한 앤디 톰슨이 NBA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에서 오래 일했고,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1997-98시즌이 마이클 조던이 불스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일 거라는 분명한 사인을 남들보다 빨리 눈치챘다. 그래서 현재는 NBA 총재지만 당시는 NBA 엔터테인먼트 사장이었던 애덤 실버한테 가서 훗날을 위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 거다. 그때까지 NBA의 어떤 팀도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 밀착 기록을 한 적이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클 조던과 필 잭슨 감독의 허락이 필요했다. 먼저 필에게 말했다고 한다. “라커 룸 안에 카메라를 설치할 건데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할 거고, 라커 룸에서 나가라면 나갈 거다”라고. 필은 촬영에 동의했다. 그리고 애덤 실버가 마이클 조던을 찾아가 말했다. “최악의 경우 못해도 역사상 가장 재밌는 ‘개인 소장용’ 비디오가 되지 않겠나, 공개 여부와 시점 등 모든 결정권과 통제권은 당신에게 있다.” 결국 마이클도 촬영에 동의했다.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못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 건 뭐였나. 단지 ‘비하인드 스토리’로서 재미만을 선사하고 싶진 않았을 텐데.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두 그룹의 시청자를 염두에 뒀다. 먼저 마이클의 경기를 직접 보고 경험한 사람들. 이들에게는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또 다른 그룹은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2차원적 존재로만 마이클을 알고 있는 세대였다. 이 세대는 마이클을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나 티셔츠의 그림, 유튜브 영상, 운동화 로고에서나 접했고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모른다. 그들에겐 마이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됐는지 전하고자 했다. 실제로 트레이 영이나 야니스 아데토쿤보 같은 젊은 NBA 선수들이 온라인에서 이 작품을 접하고 마이클과 불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고 얘기했을 때 뿌듯했다.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6번째 챔피언십 우승은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이를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전달할지 편집이나 연출 과정에서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편집팀에는 1997-98시즌의 이야기가 10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메인 고속도로라고 얘기했다. 중간중간 메인 고속도로에서 벗어나도 된다. 잠시 다른 길로 새서 휴게소에서 쉴 수는 있지만 절대 날을 새서는 안된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수렴하는 추가 타임라인이 1984~98년에 벌어진 일들이다. 마이클이 1984년 불스에 입단하고, 슈퍼스타가 되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배하고 다시 이기고 첫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고, 아버지를 잃고, 야구를 위해 농구계를 떠나고. 이렇게 두개의 타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교차, 수렴된다. 근간은 1997-98시즌이다. <더 라스트 댄스>는 1997-98시즌의 렌즈로 마이클 조던이라는 주연을 통해 시카고 불스 왕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마이클 조던의 명성과 업적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도 그 인물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균형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마이클 조던이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좋고 나쁘고 흉한 모든 면을 담은 건… 사실 갈등이 없는 이야기란 없지 않나. 제작 과정에서 처음부터 단호하게 얘기했던 부분은 이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다뤄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거였다. 마이클의 도박 습관, 아버지의 죽음, 야구선수 시절의 성과, 마이클이 은퇴를 강요받았다는 음모론, 또 도박이 그 원인이라는 소문, 그리고 팀원으로서 매우 까탈스러웠고 동료들에게 거칠었다는 소문, 이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또 마이클의 “공화당 지지자들도 신발은 사니까요”라는 논란의 발언까지. 승리와 우승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 흉한 면까지 모두를 담고자 했다.
-7화의 마지막에서 마이클 조던은 “우승과 리더십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는 말을 한 뒤 눈물을 보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이때의 인터뷰 상황은 어땠나.
=마이클과 총 3번 인터뷰를 나눴다. 2018년 6월, 2019년 5월과 12월. 이렇게 세번 했는데, 그 영상은 첫 번째 인터뷰의 45분 지점쯤이었을 거다. 아직 다른 인터뷰도 많이 진행하지 않았던, 작업 초기였다. 마이클이 초반에 이 정도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리를 비켜주는 거였다. 방해하지 않고, 생각을 마저 마무리하고 이야기를 마칠 수 있도록.
-마이클 조던과 일대일 인터뷰를 할 때 금기시한 주제나 질문은 없었나.
=묻지 말아달라거나 피해달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에 삭제를 요청한 것도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또 가장 인터뷰하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인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총 106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는 사실 인터뷰하기 힘든 편은 아니었다. 거대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줄이 닿아 섭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어려운 인물은 마이클 조던의 라이벌들이었다. 마이클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콘텐츠의 일부가 되거나 마이클의 홍보물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개인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이 다큐멘터리는 1997-98시즌을 통해 보는 불스 왕조에 대한 총체적 이야기이고, 당시 불스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더 완전하고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
-<더 라스트 댄스>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사람들이 왜 이 작품에 애정을 보낸다고 생각하나.
=작업 후반부엔 정말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쨌든 사람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인 건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끈끈하게 연결시킨다. 그래서 스포츠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스포츠가 어떻게 공동체와 사람들을 이어주는지에 관심이 많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스포츠가 중단됐다. 그런 상황에서 <더 라스트 댄스>가 공개됐다. 사람들이 스포츠가 전하는 안정감과 행복과 향수를 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