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들 극단끼리는 통한다는 말을 한다. 위선과 위악, 진담과 농담, 리얼리티와 반리얼리티, 이런 상반된 요소들이 영화 속에 들어 있다면 이것들도 과연 그럴까? 독립영화관(KBS2TV, 금요일 새벽 1시15분)에서 방영될 <특집! 노래자랑>(허인무 연출, 16mm 컬러, 18분, 2001년)은 우연적인 사건과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하면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런 요소들을 점층법으로 그린다. 서른아홉의 노처녀는 공개구혼을 목적으로, 용이 될 미꾸라지만으로 만든다는 추어탕집 노총각 사장은 홍보차 ‘특집 ! 노래자랑’의 예심에 도전한다. 짐작대로 접수시 둘은 마주치고, 추어탕 식당에서 또 마주치고, 떨어지는 예심에서 또 마주친다. 농담이자 반리얼리티인 셈이다. 자, 그 다음은? 짐작대로다.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답습하는 대신 안 풀리는 늙은 청춘들의 애환을 상투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따뜻하다. 반면 <줄서기>(김태균 연출, 16mm 컬러, 12분, 1999년)는 뻔뻔스런 뚜쟁이 부랑자의 위악담이다. 탑골공원에서 노인의 담배 뺏아 피우기를 예사로 알고 무료 급식소에서 차례가 끊어지면 사정없이 식판을 내동댕이치는 부랑자 장두팔은 그것도 모자라 젊은 나이에 무료 영정 사진 촬영장에서 떼를 쓰며 사진도 찍고, 정신이 이상한 여자를 할아버지에게 파는 악동이다. 하지만 계속 악역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영화는 역시 짐작대로 그의 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위악적이며 진담이고 리얼리티로 충만하다. 한국 상업영화가 리얼리티 아니면 과장법 코미디로 일관한다면 최근 한국 독립영화는 거기에 판타지를 하나 더 보태는 추세다. 이것 역시 독립영화의 컨벤션처럼 보여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돌발적인 반전, 뒤집는 역공, 오리무중의 판타지가 보고 싶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