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한데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만난다. 이들이 <관상>(2013) <더 킹>(2016)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에 출연하기로 알려지면서 <비상선언>은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계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작품은 워낙 철통 같은 보안 탓에 “항공 재난 영화” 정도로만 알려진 상태다. 평소 정치적,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재난영화라면 재난을 단순히 전시하진 않을 것 같다. <씨네21> 1252호에 실린 한재림 감독의 단독 인터뷰는 <비상선언>이 어떤 재난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던져주었다. <비상선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씨네21> 1252호 씨네인터뷰 ‘항공재난영화가 온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힌트 1. 비행기 안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재난영화다.
인터뷰 내내 한재림 감독은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말을 아꼈다.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세하게 얘기하면 관객에게 선입견이 생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관객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게 한 감독의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을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비상선언>은 비행기 안팎에서 재난이 벌어진다. 하늘에 있는 비행기 안에서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이야기다. 한재림 감독은 “모두가 재난에 빠진다. 재난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 영화는 재난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고 밝혔다.
힌트 2. 송강호가 극의 중심을 이끈다.
주연급 배우들이 한데 출연한다는 점에서 <비상선언>은 한두명이 서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형식보다는 집단극에 더 가까워보인다. 한재림 감독은 이 가정에 부정하지 않으면서 “서사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은 송강호 선배가 맡은 캐릭터”라는 단서를 던졌다. 배우 송강호와의 작업은 <우아한 세계>(2006) <관상>(2013) 이후 세 번째다. 반대로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은 한재림 감독의 전작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얼굴들이다. 한재림 감독은 배우들이 각각 맡은 캐릭터에 대해 “아직은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지만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힌트 3. 이모개 촬영감독, 이목원 미술감독이 한재림 사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항공 재난’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충무로 최고의 스탭들이 합류했다. <악마를 보았다>(2010) <아수라>(2016) <군함도>(2017) <인랑>(2018) 등을 촬영했던 이모개 촬영감독과 <부산행>(2016),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을 작업한 이목원 미술감독이 영화의 비주얼을 책임진다. 두 사람이 한재림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힌트 4. 대형 비행기가 등장한다.
<비상선언>은 보잉777 같은 큰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상선언>에서 등장하는 비행기는, 실제 비행기를 조각내 촬영지로 공수한 뒤 조립해 세트로 세팅하는 할리우드 업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는 이철하 감독의 신작 <오케이 마담>도 이 업체와 진행했었다. 현재 이목원 미술감독이 실제 비행기를 조립한 공간을 영화 속 항공기와 인물 동선에 맞는 미술을 작업하고 있다.
힌트 5. 세트 촬영 분량이 70%에 달한다.
원래는 3월 말에 시작되는 일정이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크랭크인이 미뤄졌다. 현재 촬영되고 있는 한국영화들이 그렇듯이 <비상선언> 또한 방역과 안전에 유의해 촬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재림 감독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비상선언>은 세트 촬영 분량이 70%에 달해 제작진만 감염 위험에 대해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