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Break Lawyer 2001년, 감독 알란 콘 출연 브래드 레이더, 부시 필립스, 션 머레이, 트래비스 웨스터 장르 코미디 (파라마운트)
24시간 음악을 방송하는 케이블채널 MTV가 출범한 것으로, 미국의 10대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젊은 세대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또 요구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상업적 목적이지만, 어쨌거나 MTV는 10대의 대변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리고 <리얼 월드>나 <비비스와 벗헤드> 같은, 음악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0대를 만족시켜왔다. 때로는 30이 넘은 중년층까지.
MTV가 제작한 <스트레인지 로이어>는 오로지 젊은 세대를 위한 희극이다. 제이 가비는 늘 아이디어 하나로 살아가는 법대생이다. 모의 법정에서 말이 막히면 ‘내 눈!’을 외치며 수업을 연기하고, 난해한 과제물은 컴퓨터 전문가에게 하청을 주며, 틈만 나면 여자에게 작업 들어가기에 여념이 없다. 제이를 질시한 동급생은, 그를 함정에 빠뜨리고 결국 학교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위기에 몰렸지만 여전히 정신 못차리는 제이는 신입생이나 열광하는 봄방학의 난장판에 합류하는 것으로 난국을 회피한다. 친구 닉과 흥청망청하며 파티를 벌이던 제이는 경찰에 붙잡힌다. 법정에 선 제이는 황당무계한 논리로 자신을 변호하며 결국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그것을 본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의 변호를 부탁하자, 다시 제이는 기고만장하여 무면허 변호사로 나선다.
<스트레인지 로이어>의 원제는 ‘Spring Break Lawyer’, 즉 봄방학 변호사란 뜻이다. 봄방학에 물 맑고 공기 좋은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 난장을 벌이다가 경범죄로 체포되는 학생들을 전문으로 구해주는 변호사라는 뜻. 이상하다기보다는, 확고부동하게 10대의 혼돈을 옹호하는 제이는 기묘한 변론으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10대의 방탕을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국회의원 클랙스톤과 대립하게 된다. <스트레인지 로이어>의 난장판은, 클랙스톤의 음모와 대립항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획일적인 질서보다는, 의미없는 혼돈이 낫다는 것.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혼돈이 썩 즐겁다거나, 나름대로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MTV에서 <리얼 월드>를 만들었고, <캠퍼스 데드맨>으로 장편 데뷔도 했던 알란 콘은 제이의 좌충우돌만으로 느슨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코믹 법정드라마였던 <나의 사촌 비니>처럼 법정에서의 재치있는 익살과 극적인 긴장감 같은 것도 없다. 10대의 파티는 즐겁지만, 알란 콘은 안일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