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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전쟁 4] 극장은 영원하다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0-03-26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

지난해 12월 9일 JTBC스튜디오(당시 사명 JTBC콘텐트허브)가 장원석 대표가 이끄는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312억원에 인수했다. JTBC스튜디오는 종합 미디어 콘텐트 기업 제이콘텐트리의 자회사로, 드라마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예능 <아는 형님> 같은 JTBC의 콘텐츠를 제작 및 유통하는 기업이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 제작사 필름몬스터, 퍼펙트 스톰필름을 JTBC스튜디오가 인수해 몸집을 키운 것은 새로운 자본의 유입과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작자 중 하나로 꼽히는 장 대표가 이같은 물살에 동참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직격타를 받고 <침입자>의 개봉을 잠정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장원석 대표로서는 리스크가 큰 극장영화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짐작한 것과는 사뭇 다른 대답을 들려줬다.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를 지켜보며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앞으로 1~3주는 더 지켜보고 개봉 시기를 정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촬영할 <범죄도시2>와 <대외비>도 로케이션 협조가 잘 안된다. 도로 통제를 하려고 해도 지금 모든 공공기관이 코로나 확산 방지에 최우선적으로 인력을 배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난해 JTBC스튜디오와의 인수합병으로 어떤 것을 기대했나.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주주 관계가 좀 복잡했다. 의사소통 창구를 단일화하고 싶었다. JTBC가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다 사면 우리는 JTBC와만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 역시 미디어 그룹이기 때문에 좀더 대화가 잘 통하지 않겠냐고 심플하게 생각했다.

-업계에서 비에이엔터테인먼트와 JTBC스튜디오가 협업하며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JTBC스튜디오는 종합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모회사가 뉴미디어를 베이스로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이겠다는 목적으로 여러 스튜디오를 가지게 된 거다. 우리도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룰루랄라와 공조할 수 있다. 영화화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IP를 드라마하우스에 드라마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거나, 반대로 그들이 갖고 있는 IP를 영화로 만들 수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 동시 제작도 가능할 거다. 홍보마케팅 채널을 늘리거나 영화에 삽입할 뉴스 화면을 쓸 때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왕성한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다. 스튜디오룰루랄라와 함께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아이디어도 있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숏폼(짧은 단위로 소비되는 영상 형식) 콘텐츠를 만든다든지 하나.

=기본적으로 영화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다. 영화에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콘텐츠가 있을 수 있고, 숏폼 콘텐츠가 어울린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각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자,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스튜디오 룰루랄라대로, 드라마하우스는 드라마하우스대로,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해오던 방식으로 일한다는 주의다.

-카카오M과 스튜디오드래곤, JTBC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1996년부터 영화 일을 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 영화산업은 고도로 산업화되어왔다. 지금 정체기이긴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있다. 시네마서비스 같은 토착자본에서 CJ·롯데·쇼박스 자본이 들어왔고, 지금 카카오M과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사를 인수합병하는 것도 영화계가 고도로 시스템화되는 과정에 서 있다. 크게 보면 마블과 픽사를 모두 흡수한 디즈니 같은 그룹이 될 수 있는 거다. 다들 국내시장만 보고 하는 결정은 아닐 거다. 그렇게 글로벌 진출도 꿈꿔볼 수 있다.

-디즈니 같은 거대 기업과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서로 뭉쳐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일까.

=누구도 디즈니를 이길 수 없다. 무조건 그들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그들의 고도화된 시스템이나 엄청난 자본을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콘텐츠 산업은 각국의 고유한 문화적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어떤 작품끼리는 붙어볼 만하다. 창작은 자본뿐만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악인전>이 박스오피스에서 3주간 <알라딘>을 이겼던 것처럼 종종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디즈니 작품 중에서도 마블 프랜차이즈 무비는 너무 큰 팬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겨룰 수 없을 거다.

-우리에게도 MCU, 이른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지 않나. (웃음)

=마동석 선배님도 마블로 갔다. 마블과 마동석이 합체하면서 진정한 MCU가 됐다. (웃음)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극장영화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기존의 영화 일, 극장에서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하고 2차 플랫폼에서 부가수익을 얻는 것을 잘하고싶다. 드라마, 숏폼, 공연과의 결합,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영화 제작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전통적인 방식을 더 잘하고 싶다. 그다음에 글로벌 시장도 노릴 수 있는 거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극장 베이스의 영화 관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나올 수 없다고, 그렇게 극장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TV가 발달한다해도 큰 스크린, 좋은 사운드, 많은 사람이 함께 관람하며 만들어지는 공감대 등 극장을 이길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책과 신문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극장도 계속 간다.

-넷플릭스마저 점차 극장 상영 빈도를 높여가고 있지 않나.

=그렇지. 그 도도한 넷플릭스가 점점 더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쪽으로 간다. 무비 엔터테인먼트는 극장이 주라는 것을 이들도 인정하는 거다. 그들도 언젠가 변할 거라고 본다. 왜 영화를 만들어놓고 극장에서 상영을 안 하려고 하나. 극장에서 먼저 보여준 다음 2차 윈도를 독점으로 가져가도 되지 않나. 1차 윈도를 넷플릭스가 독점해야만 가입자가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북미에서 <기생충> VOD가 진작 나왔는데도 극장에서 보려고 하는 관객이 아직 있다. 집에서 보는 대신 굳이 옷을 갈아입고 외출하는 수고를 들여 극장에 갈 만큼 전통적인 영화 관람 방식이 주는 메리트가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조만간 시즌2가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았나. 새로운 플랫폼이 업계에 미치는 여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총괄 PD로서 초기 세팅을 했다. 한국 드라마 중 최초로 100% 영화 방식으로 찍은, 배우부터 스탭까지 다 영화인이었던 작품이다. 김은희 작가·장항준 감독 부부와는 오랜 친구 사이다.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안받은 후 김성훈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할 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원작 만화 판권을 푸는 문제부터 하나둘 도와주다보니 일이 커져서 아예 함께하게 됐다.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시즌1을 하면서 나름 노하우를 잘 쌓아서 시즌2는 우리가 따로 개입하지는 않았다. 잘되기를 옆에서 응원하는 입장이다.

-앞으로 만날 수 있는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은 인수합병 이전에 준비했던 프로젝트들이다.

=송지효·김무열 주연의 <침입자>, 윤계상·박용우·임지연 주연의 <유체이탈자>, 배우 정진영 선배님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가제),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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