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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③] <앵커> 박지현 - 똑똑하게 존버하기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20-03-12

“<사자>에서 악령이 깃든 연기 했을 때요?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연기의 고충을 얘기하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였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박지현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이겨낼 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인이다. 그에겐 마음을 다 바쳐 좋아하고픈 무언가가 생겼을 때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생동감이 가득하다. 물론, 스무살 때부터 한우물만 팠다는 박지현이 푹 빠져 있는 것은 ‘연기’다. 대화를 할 때 “재밌었다”는 수식어를 자주 꺼내는 그는 취미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고등학생 때 재미로 방송편집 프로그램을 수강했다가 흥미를 느껴 UCC 대회에 참여하고, 이중전공인 방송영상학과에서 배운 기술로 직접 촬영 및 편집한 영상을 소속사에 보내기도 했다. 연기가 월등히 재미있어서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한 프레임 차이로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점이 신기해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단다. 평소엔 낚시와 게임을 즐긴다.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를 보고 낚시에 빠졌다. 게임은 롤이나 <배틀 그라운드>를 주로한다. ‘배그’는 누군가를 죽이기보다 열심히 숨어서 ‘존버’(열심히 버티다) 하는 스타일이다. (웃음)”

<앵커>는 배우 본연의 에너지가 전문직 여성의 당당함으로 발휘되는 순간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승아는 주인공 세라(천우희)의 대척점에 있다. 아나운서 출신이라 취재 경험이 없다는 열등감이 있는 세라와 달리 기자 출신 앵커 승아는 똑 부러지고 당돌한 모습으로 처음 하는 일도 여유롭게 해낸다. 뉴스를 진행하는 남자 앵커가 대부분 기자 출신인 데 반해 여자는 아나운서 출신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앵커>에서, 승아는 새로운 시대의 여성 앵커를 대변하는 롤도 담당한다. “아나운서들은 좀더 차분하고 낮은 톤으로 아나운싱을 하고, 기자들의 리포팅은 상대적으로 톤이 높은 특성”을 연기에 반영하는 등 기술적인 디테일도 더해 탄생한 결과물이 기대된다. 함께 출연하는 천우희는 박지현이 예전부터 존경해온 롤모델이었다고. “아마 내 또래 중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의 80%는 천우희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을 거다. 지금도 선배님을 보면 떨린다.”

정체불명의 언어를 속삭이는 섬뜩한 얼굴을 보여준 <곤지암>부터 악마가 씌인 연기에 도전한 <사자>까지, 박지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영화에서 주로 피칠갑을 하고” 나오는 역할을 맡았다. “도시적으로 비치는 외모와 목소리 톤 때문에 웃긴 캐릭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오디션 때 듣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현을 실제로 만나보면 이보다 훨씬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배우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코믹 연기도 멜로 연기도 하고 싶고 언젠가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작품도 기대한다는 그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이렇게 머리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사실 어색한 게 아닌데, 막상 연기를 시키면 이런 제스처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걸 메모해뒀다가 연기에 녹여내면 독특하면서도 평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관객은 물론 감독과 스탭들에게도 좋은 배우로 인식되고 싶다는 게 포부라고. “관객이 사랑하지 않는 배우는 감독도 사랑하지 않을 거고, 연기도 잘해야 하지만 인성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배우로 일할 수 있다.”

정지연 감독이 말하는 박지현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다. 서승아 캐릭터도 거의 정확히 분석해 현장에 왔다. 그리고 촬영 중 생기는 변수들이 있지 않나. 캐릭터 성격은 잃지 않되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유연함이 너무 좋았다. 평소 대화를 나눠보면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 (웃음) 그리고 그걸 알고 싶게 만든다. 매력이 많은 배우다.”

●필모그래피

영화 2020 <앵커> 2019 <사자> 2019 <콘택트> 2018 <곤지암> 2017 <반드시 잡는다> 2016 <웹캠녀> 2014 <진심> TV 2019 <신입사관 구해령> 2018 <은주의 방> 2018 <내 뒤에 테리우스> 2018 <친애하는 판사님께> 2017 <사임당, 빛의 일기> 2017 <왕은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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