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사이에 두명의 2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의 죽음에 그들이 살아 있었을 때 그랬듯 엄청난 양의, 그러나 사뭇 다른 논조와 방향의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이 악플 문제를 비판하면 댓글창에는 ‘기레기’가 문제라는 반격이 들끓었다. 하지만 어느 하나를 떼어 지목하기보다는 두 사람을 향했던 혐오의 기저를 직시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11월 29일, KBS <뉴스9>에서는 2017년부터 구하라의 사망 직전까지 네이버에 구하라와 관련해 올라온 기사 중 제목에 ‘단독’이 들어가고 댓글이 1천개 이상 달린 기사 5개를 선정해 거기에 달린 댓글 1만 3700개를 분석해 보도했다. 결과는 조금도 놀랍지 않다. 여성 연예인에게 가장 많이 가해지는 공격인 외모 비하, 구하라의 출신 지역을 조롱하는 호남 혐오, 데이트폭력과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 생존자였던 그를 향한 언어적 성폭력이 주를 이루었다. 새삼스럽지 않게도, 이 뉴스의 네이버 댓글창에는 여성 혐오와 호남 혐오 발언이 넘쳐흘렀다. 설리의 사망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연예 섹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했다. 대한가수협회는 네이버에 연예 기사 댓글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물론 댓글창이 사라진다 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소멸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속되는 사회적 타살 앞에서 우선은 혐오의 메가폰을 치워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닌 걸 알지만 거기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