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많은 종류의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는 지금, 일원화된 체계로 연기를 공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것이다. 많은 연기학과가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매체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연기자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연기의 기초에 집중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의 세부 전공을 나눠 각 매체에 맞는 연기를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학교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세부 전공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려고 시도하는 곳 역시 존재한다. 각 학교의 특성이나 집중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모두 조금씩 다른 만큼 연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학교가 생각하는 연기 교육의 기본은 비슷하다. 많은 학교의 커리큘럼이 저학년 때는 신체 움직임과 발성 같은 기초 소양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의 경우 가창과 무용 실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는 화술 훈련의 대가 크리스틴 링클레이터의 방식을 따른 화술 교육을 실시한다. 이후에는 이렇게 다져놓은 기초 소양을 기반으로 실전적인 연기 훈련과 경험을 통해 연기자를 키워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학교는 자신들의 특색과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먼저 국내 최초로 4년제 대학의 연극교육기관을 창설한 중앙대학교 연극전공과 오랜 기간 대표적인 연기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연극연기에 특화된 학과다.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 스즈키 메소드 등의 연기방법론을 통해 연기자를 양성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역시 연극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에 충실한 이들 학과는 강도 높은 훈련과 실전 무대 경험을 통해 연기자들을 양성한다.
한편 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는 스크린 연기에 집중하는 학과로 거의 모든 실기수업을 카메라를 두고 진행하며 학생들이 최소 한 학기에 한편의 영화에 출연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물론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뮤지컬과와 같이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배우를 양성하는 학과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학과들 사이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결국 연기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탐구하고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특화된 연기 분야가 있더라도 연기자로서 기본적으로 강조되는 자질은 비슷하다. 연기자로서의 가치관은 실제로 많은 교수들이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술적인 연기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갖추는 일은 연기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더 나아가 배우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