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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②] <더 킹: 헨리 5세> 배우 조엘 에저턴 -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김현수 사진 최성열 2019-10-16

배우 조엘 에저턴이 제작과 공동각본, 출연까지 한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그가 오래전부터 함께 준비했던 프로젝트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중세 잉글랜드 배경의 사극 정치 드라마인 이 작품은, 연기학교 졸업 직후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 2부작, <헨리 5세>로 연극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던 조엘 에저턴의 오랜 역사관과 정치관이 많이 투영됐다. 그리고 영화제 내한 일정 내내 티모시 샬라메에게 열광하는 팬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흐뭇하게 바라봤던 그에게서 놀랍게도 특별한 ‘한국 사랑’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친형인 내시 에저턴 감독과 <더 킹: 헨리 5세>의 데이비드 미쇼 감독, 세 사람이 오랫동안 절친이었다고.

=우리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인디 영화잡지 <IF>(Inside Film)의 에디터로 일할 때 형 내시와 나는 그와 같은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고 자연스레 친해졌다. 그 인연으로 데이비드의 첫 단편 <크로스보>(2007)에 내가 출연했고, 형은 이번 영화에서 아쟁쿠르 전투 장면의 세컨드 유닛 디렉터로 참여하기도 했다. 늘 시나리오도 같이 쓰는 등 우린 함께 작업하는 동료이자 친구다.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철부지 왕자 할이 왕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만은 없는 왕의 딜레마, 국가주의가 내세우는 평화의 이면 등이 숨겨져 있다. 왕권 유지를 위해서 침략을 서슴지 않는 제국의 원리 같은 것이 이야기에 드러나 있다.

=각본을 쓰면서 현대 정치가의 리더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은 현대와 중세의 잣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는 시스템을 바꿔보려던 이상주의자 정치가가 오히려 시스템에 의해 변해버리는 상황을 강조해서 보여주려 했다. 이것은 미국 정치가들의 면면과도 연관이 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등을 비교해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리더 주변에 어떤 어젠다를 지닌 강력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라. 물론 헨리 5세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는 어느 한 사람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고 여러 리더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그런 불완전한 할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존은 마치 <록키> 시리즈의 트레이너 믹키(버제스 메러디스) 같은 역할이다.

=그렇다. 내가 연기한 존은 유사 아버지 같은 존재인데 일종의 망가진 수호천사 같은 캐릭터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속 존은 어리석고 위트 있는, 재미있지만 무능한 캐릭터인데 우리는 존을 전쟁에 진절머리가 난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원작과 멀어지기 위해 노력한 각색이었던 것 같다.

-극중 존이 “무릎이 아프니 내일은 비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많은 한국 관객이 반응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어르신들의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실제 무릎이 좋지 않아서 어떤 기분일 때 이야기하는지 잘 안다. (웃음) 안 그래도 한국 문화에 대해 연구 중이다. 내가 쓰고 있는 다음 영화 소재가 뉴욕에서 자라온 한국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 중장년 세대가 믿는 미신이 흥미롭더라. 밤에 휘파람을 불면 안 된다는 거나 사람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된다거나 파트너에게는 신발을 사주면 안 된다는 것 등 이런 미신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웃고 말겠지만 나는 미신을 좀 믿는 편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스타가 된 상대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어떻던가.

=그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지만 이미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배우에게는 직관과 지성이 모두 필요하다. 즉, 연기에서 자유로울 직관과 전체를 조망하기 위한 지성은 배우의 필수 덕목이다. 그것들을 잘 조율할 줄 아는 배우가 특별한 배우다. 티모시는 직관과 지성을 모두 갖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람세스를 연기했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 이계 종족 오크로 출연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브라이트>(2017) 등 고대에서 미래, 사극에서 SF까지 출연작 스펙트럼이 넓다.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매번 다른 것을 배우는 내 성향 때문일 거다. 아마 한국 가족 이야기도 한국영화계에 보내는 나만의 헌사가 될 것이다. 한국영화는 서스펜스를 통해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나 <기생충>(2019),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 같은 영화는 관객을 무섭게 몰아붙이지만 그 안에 위트와 유머가 있지 않나. 각본가로서나 감독으로서 내가 가진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이런 새로운 문화나 영화를 배워나가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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