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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발견한 하루>, 단역들이 사는 법

책을 펼치면 고양이가 다가와 페이지와 페이지가 맞붙은 곳을 앞발로 박박 긁어댄다. 고양이들이 좁은 틈으로 파고드는 본능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래도 워낙 열심히 파니까, 뭔가 따로 보이는 것이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 집 고양이가 조금만 더 끈기가 있었다면 짝수쪽과 홀수쪽 사이, 예정된 이야기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갈퀴발톱으로 다른 가능성을 쑥 당겨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을 느끼게 된 인물이 있다.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18살 고등학생 은단오(김혜윤) 얘기다. 등교한 기억이 없는데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있고, 눈 깜짝할 사이 며칠이 지나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은 듣지 못하는 ‘사각’ 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고 보니 단오가 사는 곳이 만화 속 세상이고 ‘자아’를 갖게 되면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을 알게 된단다. 단오는 ‘금수저’에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하필 심장이 약하고 약혼자가 있는 자신의 설정이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쌍팔연도’ 설정이고!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배경의 엑스트라 캐릭터로 불려다니는 단오는 예정된 운명, 수행해야 하는 역할, 유치한 설정의 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으려 애쓴다. 이미 분류된 장르 속성 안에서 로맨스 외의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자아’가 생기니까 작가욕부터 차지게 시작하는 단오가 어디까지 파고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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