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포이즌> 시놉시스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약국을 맡게 된 상우는 출근 첫날, 재래시장 화장실에서 어떤 남자와 섹스를 하는 미순을 보게 된다. 음습하고 지저분한 타일 벽에 기대어 격렬한 섹스를 하는 미순과 우연히 눈이 마주치게 된 것이다. 냉소적이면서도 섬뜩한 눈빛 아래 묘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첫인상은 그렇게 상우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시장통의 생선가게 주인인 미순은 알게 모르게 매춘을 하고 있었으니, 모두 그녀의 아랫도리를 구경하는 게 소원일 지경이었다. 그런 미순이지만, 유독 정육점 철구한테만큼은 차가웠다. 참다 못한 철구는 미순을 겁탈하려고 하고, 미순 곁을 서성이던 마영달이 그를 저지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그 사건을 계기로 상우는 미순과 뜻밖의 병원 동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식물인간이 된 미순의 남편 규식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규식은 노름판에 마누라를 내돌리는 인간 말종이지만, 미순은 그런 남편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상우와 미순은 격정적인 섹스를 나누고, 같은 시간 규식이 깨어난다. 규식이 돌아온 이후로, 상우와 미순의 관계는 흔들린다. 미순에게 중독된 상우에게, 마영달은 절대 그녀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고, 곧장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상우는 일년 전 전당포 살인사건이 마영달 그리고 미순 부부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당선작 <포이즌> 시나리오
S#1. 정신과 병동
차가운 느낌의 텅 빈 복도, 구두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진다. 구두 소리는 길이 나누어지는 곳에서 멈춘다.
역시나 아무도 없는 복도. 반대편 복도, 병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헌 시트를 갖고 나온다.
다시 구두 소리 들리고 화면은 구두 소리와 함께 움직인다. 천천히 수레를 움직이는 무표정한 남자 간호사. 그 옆을 지나가는 구두 소리. 다른 병실 앞에서 멈추는 남자 간호사, 지나온 방향으로 고개 돌린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 구두 소리의 주인이다.
어느 병실 앞에서 멈추는 여자,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 스르르 문이 열린다. 그리고, 먼저 와 있던 의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를 보고 조금 놀라는 낯빛의 의사는 키가 작고 뚱뚱하다. 여자가 들어서자, 의사는 절뚝이는 걸음으로 다시 병실 안으로 돌아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병실, 침대에는 남자가 등 돌린 채 누워 있다. 창문을 가득 메운 창살은 그나마 들어오는 햇살마저 갈라놓고 있다.
의사 말을 하기 싫은 건, 세상과 교감하기를 거부하는 겁니다. 그건 일종의 보호 본능이라고 할 수 있죠.
여자,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낸다. 여자의 얼굴은 여전히 화면 밖이다.
의사(E) 저… 여기선 금연입니다.
여자, 담배를 도로 핸드백에 집어넣는다. 그 손놀림이 다소 불만스럽다. 계속되는 의사의 설명, 화면은 서서히 누워 있는 남자의 얼굴을 담아간다. 깜빡거림 없는 공허한 눈빛, 어딘지 슬퍼 보인다.
의사(E) 외부의 어떤 충격에 노출되었을 때, 처음엔 놀라움으로 고통의 깊이를 따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은 두려움으로 바뀌죠. 그 두려움이 바로 자신을 보호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의 근원은 뭐냐?
여자(E) (말 자르며) 들을 수는 있겠죠?
여자의 소리가 들리자, 남자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의사(E) 그거야… 뭐….
여자(E) 그럼, 됐어요!
남자, 절망적인 듯 결국 눈을 감아버린다.(F.O)
검은 화면 위에 물결처럼 일렁이며 떠오르는 타이틀 <포이즌>.
S#2. 상우의 방
옆으로 누워 있는 남자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힌다. 눈은 뜨고 있지만, 마치 죽은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 뻐꾸기 시계가 울린다. 그제서야, 깜빡거리는 남자의 눈. 덜컥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방이 드러난다. 행거에 걸려 있는 몇벌의 옷과 방 안 가득 너절하게 펼쳐 있는 잡지 따위들. 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사람은 남자의 어머니다.
상우모 아직, 자니?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양반, 제대로 부조도 못했는데… 가게 나갈 때까진 봐줘야 할 거 아녀? 그래도 살아 생전에 널 얼매나 이뻐하셨니. 조카도 자식인데, 사람 도리는 혀야지.
남자, 아무 반응 없다.
상우모 상우야, 상우야? (답답하다) 그려, 니 맘대로 혀!
상우모 벌컥 문을 닫아버린다. 밖에서 들리는 상우모의 넋두리.
상우모(E) 여자가 걔 하나여! 죽자 사자 쫓아다니는 년들은 다 마다하더니, 꼴 좋다! 꼴 좋아! 망할 년, 내 자슥 가슴에 대못을 처박고 지는 얼매나 잘사는지 내가 두고 볼 테여… 아이구, 나쁜 년….
S#3. 몽타주
- 버스정류장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정류장에 멈추는 버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상우도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 떠밀리듯 내린다. 몇 걸음 가다 빙판 위에서 휘청하더니 미끄러지는 상우. 넘어지는 바람에 바지가 찢어져 보기 흉하다.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그런 상우를 보고 웃지만, 상우는 이내 가던 길을 계속 간다.
- 시장통 골목
골목으로 접어들자, 상우의 걸음이 빨라진다. 허름한 상가 건물 입구, 화장실 푯말이 보인다. 급하게 뛰어가는 상우, 갑자기 화장실 앞에서 멈춘다. 일순간 그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 화장실
지저분한 타일 벽에 기대어 하얀 입김을 내뿜는 두 남녀의 격렬한 섹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깨를 타고 넘는 전갈 문신만은 인상적이다. 남자의 선 굵은 손이 여자(미순)의 목을 조르듯이 얼굴을 덮어간다. 그럴수록 그 둘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고 빨라진다. 파편처럼 새어나오는 여자의 신음소리. 여자, 가늘게 뜬 눈으로 상우를 발견한다. 상우, 그녀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외면하지만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여자는 보란 듯이 상우의 시선을 쫓아간다. 마치, 남자와의 섹스는 별개인 듯 냉소적이고 섬뜩한 눈빛으로 상우를 보는 그녀...(후략)▶ 제4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Girls, Be Ambitious!
▶ 당선작 <마늘> 한귀숙 인터뷰
▶ 당선작 <마늘> 시놉시스 & 시나리오
▶ 가작 <포이즌> 정현주 인터뷰
▶ 가작 <포이즌> 시놉시스 &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