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연출을 맡은 손용호 감독의 목표는 처음부터 뚜렷했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매력을 살리고 세계관을 이어받되 굳이 극장까지 와서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 ‘극장판 <나쁜 녀석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내달린..." />
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추석, 한국영화②]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손용호 감독, "한국영화에도 이런 시리즈물이 자리 잡을 때가 됐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9-09-04

"영화에서만 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연출을 맡은 손용호 감독의 목표는 처음부터 뚜렷했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매력을 살리고 세계관을 이어받되 굳이 극장까지 와서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 ‘극장판 <나쁜 녀석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물론 관객은 “생맥주 한잔 들이켜듯 속이 뻥 뚫리는 영화”(손용호 감독)를 즐기기만 하면 되지만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법이다. 그 고민의 시간들을 여기 전한다.

-제목부터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인기 드라마가 영화화되는 경우가 드문 게 아니지만 이렇게 시리즈를 전면에 부각시킨 건 처음인 것 같다.

=원작 드라마의 팬이었던지라 그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잡는다는 방향성을 유지하되 액션, 오락영화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넓혀보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액션이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컨셉은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내 생각에 그들은 일종의 슈퍼히어로에 가깝다. 일단 등장시키면 그 뒤엔 그다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캐릭터 무비다. 덕분에 각 캐릭터의 개성에 맞게 다채롭고 다양한 액션을 구상할 수 있었다.

-원작이 있다는 건 유리한 지점도 있지만 원작 팬들의 기대치가 있는 만큼 제약도 따른다.

=한정훈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에 참여했다. 방대한 설정을 한편의 영화에 압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는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초반에 빠르게 설득시켜야 하는 동시에 이미 원작을 아는 관객이 지겹지 않도록 효율적인 작업이 필요했다. 캐릭터의 동기와 필요를 선명하게 압축하는 여러 장치들이 등장한다. 캐릭터가 납득이 된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속도가 붙지만 초반도 결코 느리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고 통쾌한 톤을 유지하고 싶었다.

-마동석 배우가 맡은 박웅철, 김상중 배우가 연기한 오구탁이 다시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 두명이 투입됐다.

=단순히 규모를 키운 게 아니다. 기존의 세계관을 공유하되 새로운 이야기로 접근하고자 했다. 세월이 지난 만큼 모든 걸 그대로 가져오고 싶진 않았다. TV시리즈가 하드보일드라면 영화는 오락액션물을 지향한다. 그래서 전설의 주먹 박웅철과 설계자 오구탁은 팀의 중심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얼굴을 투입해 변화를 주고자 했다. 김아중 배우가 맡은 곽노순은 사기전과 5범으로 팀의 브레인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남자 캐릭터였는데 박웅철이 너무 강력해서 힘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네명의 캐릭터가 모두 주연이어야 하는데 박웅철 옆에 두니 어떻게 해도 조연처럼 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때 김아중 같은 배우가 이 역할을 맡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일주일가량의 회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운 좋게 캐스팅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후 김아중 배우를 중심에 놓고 다시 설정을 짰다. 말투나 패션 등 김아중 배우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곽노순 캐릭터의 디테일을 만들어나갔다.

-장기용 배우가 맡은 고유성은 특수범죄수사과의 독기 넘치는 신입이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 형사인데 과잉진압으로 형을 살고 있다는 설정이다.

=신구 세대, 그리고 남녀 균형을 고려한 배치다. 오구탁이 기성세대의 수사방식을 고수한다면 고유성은 젊은 세대 감각을 선보인다. 두 사람이 부딪칠 때의 화학반응을 기대했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모여 하나의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장기용 배우는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제복 입은 모습을 처음 보고 진즉에 찜해두고 있었다. 당시엔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이후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사이 배우의 인지도도 급속히 성장했다. 개인적으론 내 안의 고유성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자라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게 인연이구나 싶었다.

-특수범죄수사과의 팀플레이가 핵심인 것처럼 들린다.

=정확하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네명의 캐릭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화다. 한명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두드러지면 재미가 없다. 각 캐릭터들의 자리를 만들고 균형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다. 캐릭터 무비인 만큼 각자 원하는 방향이 있어 수십 차례의 수정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내겐 꽤 적합한 작업이었다. 나 역시 여러 번 수정하면서 디테일을 만들어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액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좋았다. 액션의 합이 딱 맞아떨어질 때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나도 내 안에 액션에 대한 열망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웃음)

-그 말처럼 영화화하면서 액션의 규모나 빈도가 상당히 늘어났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보여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어 늘 아쉬웠다. 나쁜 놈을 잡는 나쁜 놈이라는 설정에 규모를 늘리면 어디까지 통쾌해질 수 있는지 가보고자 했다. 영화 초반과 후반, 시선을 사로잡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를 배치했다. 초반에 호송버스가 전복되는 장면은 거의 2주간 공들여서 작업했고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격투 액션에선 실제 인천의 한 물류창고를 빌려서 공간의 깊이감과 스케일을 강조했다. 여기서 빛을 발휘하는 게 바로 마동석 배우가 열연한 박웅철이다. 박웅철은 지금의 마동석 액션을 만들어준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마블리’다운 귀여운 위트도 있다. 그 캐릭터성을 최대로 살리되 영화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액션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30명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장면도 있다. 15세 관람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리얼 액션이 될 거라 자부한다. 마동석 배우는 그야말로 액션 마스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원신 원테이크로 찍은 긴 호흡의 액션은 허명행 무술감독과 마동석 배우의 호흡이 만들어낸 결정적 장면이라 할 만하다.

-네명의 캐릭터에 맞춘 다채로운 액션 장면도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다.

=드라마 기반의 범죄액션영화라고 생각해서 <춤추는 대수사선>(1998)이나 <이퀄라이저>(2014) 등을 연상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나쁜 녀석들>(1995)이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붓는 액션영화. 이번에는 공간에 특히 공을 들였다. 캐릭터별, 장소별로 톤을 다르게 가져가서 그걸 교차시키며 구조를 짜나갔다. 예를 들면 1층의 넓은 공간은 대규모의 몹신, 2층의 좁은 복도에선 일대다수의 액션에 집중하는 식이었다.

-전작 <살인의뢰>(2014)에서부터 범죄와 응징 그리고 정의에 대한 주제의식을 선보여왔다. 악을 응징하는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는 일종의 판타지다.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법과 처벌이 일반 국민의 상식과 정서를 못 따라갈 때 이를 대리해결하면서 해소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악당들도 그런 시대의 요구와 불만들이 자연스레 표출된 결과라고 본다. 오락영화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으면 관객도 외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다. 삼부작이라고 하긴 쑥스럽지만 범죄를 다룬 영화를 한편 더 찍고 싶다. 기왕이면 그게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젠 한국영화에도 이런 시리즈물이 하나쯤 자리 잡을 때가 됐다. (웃음)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