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마친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노래방에서 한껏 에너지를 발산한 참이다. “너무 달렸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아.” 10대 끄트머리의 농담, 또래에만 통하는 너스레다. 이들에게 중년에 찾아오는 진짜 노화를 말해봤자, 먼 미래의 육신은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저맘때의 불안과 조바심 역시 막연한 앞날보다 짧은 주기의 촘촘한 과업과 한정된 인간관계 속에 스민다. 매일이 고되고 감정은 버거웠던 10대 시절을 대체 어떻게 견뎠나 싶다.
JTBC <열여덟의 순간>은 여름 시즌 청춘 드라마의 필수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늘이 있는 전학생 소년, 가면을 쓴 모범생,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학습부장, 개그 담당, 불량학생, 수학천재가 나와서 교복을 입고 소나기를 맞거나, 운동장을 질주한다. 그 풋풋한 그림과 겹치는 경험이 전혀 없어도 ‘맞아, 그랬어’ 하고 끄덕일 때가 있다.
과거 회상에 젖어 있던 전학생 최준우(옹성우)의 울적한 표정은 휴지를 말아 귀를 간질이는 옆자리 짝의 장난으로 소스라치며 깨진다. 근사한 얼굴로 뒤돌아설 때는 의자에 다리가 걸려 비틀거린다. 친구 하나가 비집고 들어오면 너무나 쉽게 분위기가 바뀌고 성격이 달라진다. <열여덟의 순간>은 어색하고 난처한 상황이나 외부의 개입으로 감정의 연속성을 자주 끊어낸다. 덕분에 생각났다. 10대의 감정은 아주 강렬한 대신, 지속 시간이 짧고 산만하게 흩어진다. 종일 우울하고 고독해서야 살 수가 없다. 숨통이 트이는 순간들, 아주 간단한 전환점이 자주 보여서 좋다. 그렇게 10대를 지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