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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출간한 김겨울 작가, "글쓰는 김겨울, 유튜버 김겨울은 다른 사람이다"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19-08-19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청소년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는 요즈음, 책과 유튜브는 결코 융화될 수 없는 매체처럼 보인다. 단순히 책을 낭독하는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실제 독서만큼 밀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몇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김겨울은 책을 다루는 유튜버, 즉 ‘북튜버’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은 책에 ‘관한’ 이모저모를 플랫폼 성격에 맞게 기획한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알라딘 굿즈를 소개한다거나, 독서광의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를 만들어 올리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 일련의 과정을 독학으로 배운 그는 최근 출간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쌓은 노하우를 친절하게 전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책이었다”는 김겨울 작가를 만났다.

-유튜버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직접 실행하기까지 2주 정도 걸렸다고.

=2주도 안 걸렸다. 재밌을 것 같으니 해보자는 단순한 마음이었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인지 가늠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어디엔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독서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유튜브에서도 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은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초반에는 혼자 영상을 만들면서 ‘이 자막은 내가 봐도 마음에 들고 웃긴다’며 기뻐하고 그랬다. (웃음) 전에 했던 음악 활동은 사실상 프리랜서에 가깝고,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튜브를 했다. 1~2년 해보고 안 되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출판사에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구독자 1만명이 되기까지 1년이 걸렸고, 1만명이 2만명이 되는 데에는 한달이 걸렸다.

-좋은 목소리, 비문 없는 깔끔한 문장은 ‘겨울서점’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과거 6개월 정도 지방 라디오를 진행한 경험이 도움이 됐을까.

=미리 개요를 정리한 후 촬영할 때 그 순서를 참고한다. 다음 주제를 확인하는 순간은 편집으로 잘라낸다. 또한 비문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초반에는 단어 단위로 새로 짜맞추면서 편집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가 호응하도록 문장을 재배치하는 거다. 라디오 DJ 시절 편집에도 참여했는데, 일을 빨리 끝내려면 처음부터 내가 말을 깔끔하게 해야 했다. 스파르타식으로 많이 훈련이 됐다. 매주 처음 보는 뮤지션과 만나야 하니 인터뷰하는 능력이 조금 생겼고, 유튜브 라이브는 라디오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윤성현 KBS PD가 내 영상에 쓰이는 음원들이 라디오에 많이 쓰이는 요소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 흐르는 종소리나 로고송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드는 게 라디오 문법을 빌린 것이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봐도, ‘중독자’라고 말할 때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김겨울은 처음부터 채널에서 ‘20년차 책덕후’라는 것을 내세웠다.

=처음에 그 제목을 단 것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웃음) 사실 나 역시 고민을 했다. 이런 표현 때문에 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자격을 따지고, 네가 틀렸다거나 별거 없다는 식의 악플도 달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히 내가 책덕후라고 말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못할 게 뭔가 싶다. 좋아하면 덕후인 거지,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걸 기다리며 책을 읽을 정도면 덕후라고 해도 되지 않나? 특히 여자들의 자기검열이 심하다. 최근 김하나 작가가 인터뷰에서 “여자들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덜 겸손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보고, 나 역시 자기검열을 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만년필이나 연필에 대해 이야기하는 팬시한 영상부터, <이기적 유전자> <부분과 전체> 등을 30분 분량으로 분석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 사이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늘 고민되겠다.

=가벼운 영상을 만드는 데는, 책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을 독서의 세계에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있다. 여전히 난 자료 조사를 많이 해야 하는, 준비 기간이 꽤 필요한 영상을, 계속 올리고 싶다. 하지만 30분 이상 되는 영상에서 칸트가 어쩌니 양자역학이 어쩌니 얘기를 하면 조회수가 낮게 나온다. 그 사이에서 밧줄을 타기 위해 간단한 책 리뷰 영상을 만든다. 재미있는 건, 조회수는 덜 나와도 가끔 깊이 있게 책을 분석한 영상을 올려야 책 좀 읽는 척한다는 전형적인 악플이 덜 올라온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런 영상은 계속 만드는 게 좋더라. 누군가는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만든다. (웃음)

-<독서의 기쁨>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등 독서에 관한 책을 1년에 1권씩 출간했다. 그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유튜브와 책 두 플랫폼에서 하는 이야기가 분리돼 있다.

=글을 쓰는 김겨울, 유튜버 김겨울을 구분하고 있다. 유튜버로서의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책이나 행사를, 독서라는 행위를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책은 천천히 읽을 수도, 다시 앞으로 가서 읽을 수도 있으니까 추상적인 얘기를 하기 훨씬 편한 매체다. 그렇게 책에서 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좀 이상하다. 책에서 하던 ‘시간’이나 ‘고독’,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하면 말이 잘 안 붙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분리가 됐다.

-<독서의 기쁨>에서 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낵 컬처에 익숙해지고 책을 읽지 않는 젊은 세대가 걱정된 적은 없나.

=있다. 그런데 동시에 ‘내가 너무 꼰대 같나?’라는 생각도 한다. (웃음) 아직도 갈팡질팡한다.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 싶고. 분명히 매체 특성이 있지만, 그 내용의 문제도 큰 것 같다. 유튜브에도 머리를 많이 쓰며 봐야 하는 영상이 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는 가벼운 책도 있다. 한편으로 책만이 가지는 특성을 생각하게 된다. 일상에서는 한 사람의 일관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적게는 수시간, 많게는 수주까지 귀 기울여 들어볼 일이 없다. 하지만 책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여전히 교육과정은 활자 중심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글을 읽는 훈련을 충분히 하고 있다.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책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

-요즘 젊은 층은 극장도 덜 간다는 통계 자료를 보고 영화기자로서 충격을 받았다. (웃음)

=유튜브에서 충격적인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채널은 결말을 얘기 안 해줘서 찝찝했는데 이 채널은 내용을 다 알려줘서 너무 좋다.”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싫어하는게 아니라, 따로 줄거리를 검색하거나 실제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서 좋다는 거다. ‘좋아요’도 많이 찍혀 있었다. 책만 안 읽는 게 아니라 영화도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독서의 기쁨>에서 ‘믿고 사는 작가’로 진중권과 위근우를 꼽았다.

=진중권은 나에게 마르지 않는 샘이다. 읽어도 읽어도 읽을 책이 남아 있다. 정치보다는 미학 분야 책을 훨씬 많이 읽었는데, 그 분야에 있어 그렇게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위근우 기자는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논리를 갖고 부딪치며 공론장을 만들고, 그런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필자다. 그리고 항상 쓰기 힘든 주제를 전선에 나서 다루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최종심까지 갔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그냥 냈다. 무언가 쓰기는 했는데 뭔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공고가 뜬 것을 보고 그냥 냈다. 최종심까지 갔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당황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쓴 게 ‘시’였다는 것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서효인 시인이 “언젠가 시로 다시 뵀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는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에는 아직 부담된다. 등단 기회가 생기면 언젠가 시집을 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있지는 않다.

-우리처럼 활자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직업적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나도 고민이 된다. 학생들과 얘기하며 느낀 건데, 책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 책을 통해 어떤 환희의 경험을 해보면 이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손이 갈 텐데, 그런 계기 자체가 없는 거다. 활자 매체의 미래에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잘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해나가는 것이고, 유튜브를 보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책을 영업하고 싶다.

겨울서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북튜브 채널.(2019년 8월 14일 기준, 11만여명) 2017년 1월10일, 북클러치, 책베개, 아코디언 북램프 등의 알라딘 굿즈 리뷰를 올린 것으로 시작됐다. 주인장의 책장, 책담과 vlog, 겨울라디오, 굿즈 리뷰, 분석과 한줄평, 영화관 옆 책방, 낭독의 즐거움 등의 카테고리로 나뉜 영상 콘텐츠가 매주 화요일 오전 12시에 업로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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