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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60일, 지정생존자>, 재난 이후의 사람들

연두교서 중에 발생한 폭탄테러로 행정부와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사망하자 모처에서 맥주를 즐기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톰 커크먼(키퍼 서덜런드)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핵 가방’의 주인이 되지만, 한국판 tvN <60일, 지정생존자>의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군통수권자가 되자마자 미국에 전시작전권을 이양해야 하는 결정 앞에 놓인다.

원작에서 빈번한 미국 찬가에 종종 거리감을 두는 순간이 있었다면, 리메이크판은 일본이 이지스함을 끌고 무단으로 한국 영해를 침범하고, 북한은 핫라인을 거부하는 전쟁 위기 속에서 군부 쿠데타 시나리오의 높은 개연성을 부정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입장으로 푹 빠져든다. 데이터를 종합해 판단하는 이공계 너드(한 분야에 깊이 몰두해 다른 일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스타일의 박무진 권한대행이 겪는 압박감에 동조할 수 있는 것도 그의 데이터에 한국 근현대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새긴 기념시계부터 제작하는 권한대행을 가져본 일이 있고, 얼마 전엔 트위터로 북한 최고지도자와 급만남을 추진하는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참이다. 하지만 재난 이후에도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을 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우연히 살아남아, 비전을 공유하던 이를 그리워하고 못다 한 일을 이어가는 실무진의 면면에 원작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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