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해요. (중략)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많은 사람의 편견이 없어지면 좋겠어요.” JTBC2 <악플의 밤>에서 가수 설리는 “기승전 노브라”라는 비난 댓글을 읽고 브래지어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악플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댓글 문화 속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를 비롯해 궁색하고 두서없는 기획 의도를 자꾸 내세우는 이 쇼의 유일하게 유의미한 순간이었다.
<악플의 밤>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한 호오 언급, 비판적 시선, 혐오 표현을 몽땅 ‘악플’로 뭉뚱그려 접근한다는 점이다. 신동엽, 김종민을 향한 악플이 ‘노잼’이나 ‘무능력하다’는 불평 정도인 반면, 송가인이나 박성연 등 여성 연예인들을 향한 외모 비하는 저열하고 악의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고 웃음 지으며 ‘인정’하는 순간 “대인배의 풍모”나 “쿨하다” 등의 자막을 다는 프로그램의 태도는 결국 악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재연할 뿐 아무런 비판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틀딱’(늙어서 틀니를 한 사람)이나 ‘성괴’(성형괴물) 같은 신조어를 여과 없이 소개하며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 또한 혐오 표현 확산을 부추길 뿐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악플의 밤>은 여성 혐오와 반지성주의로 점철된 한국의 악플 ‘문화’와 정면승부하는 것조차 아닌, 악플을 맥거핀으로 사용한 MBC <라디오 스타>의 유사품에 가깝다. 그렇다면 여기서 악플이 꼭 필요한가.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