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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 오락영화의 원칙은 ‘재미’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9-06-27

<범죄도시>(2017)의 688만 관객 동원. 강윤성 감독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찍는 동안은 즐겁게 찍었는데, 지금은 핸드폰 중독자라고 할 정도로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 중이다. (웃음)” 참신한 기획으로, 그악스런 범죄도시를 창조해 낸 강윤성 감독이 이번엔 목포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 멜로의 혼용 장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으로 돌아왔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같은 영웅 캐릭터 장세출(김래원)이 메인 캐릭터, 마동석, 윤계상의 깜짝출연, <범죄도시>를 함께 했던 스탭들의 대거 참여, 배우들과의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캐릭터 모두 전작과 비슷한 과정이지만, 잔혹한 폭력 서사가 배제된 순수하고 착한 면이 부각된 차기작은 ‘강윤성 감독 작품 맞아?’라고 되물을 정도로 사뭇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범죄도시>의 흥행 성공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개발 중인 작품들도 있었을 테고. 두 번째 작품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의외로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다. 내 선별 기준은 항상 ‘재밌는 영화’다. 그 목표 아래 미국에 있을 때는 ‘4enter films’(For your entertainment)라는 이름의 프로덕션을 만들었던 거였고.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골랐고, 그중 하나가 이번 작품이었다. 드라마, 코믹, 액션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엔터테인먼트를 주는 영화로 잘 요리할 자신이 있었다.

-<범죄도시>의 징글징글한 암흑세계에서 벗어난, 반전의 영화 아닌가. 전작의 분위기를 배반한 파격적인 선택이라 ‘뒤통수를 맞았다’ 싶은 관객도 많을 텐데. (웃음)

=이번엔 다른 장르로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기대 밖이라는 점에서 관객도 놀랄 것 같지만 굳이 <범죄도시>를 의식한 연장선의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폭이 국회로 간다는 설정, 액션과 코믹 장르의 결합 등은 ‘조폭 코미디’의 변주와 연장이다. ‘복고’ 스타일이라 익숙한 한편, 신선함을 놓칠 우려도 있었다.

=제안받고 주저했던 것도 그 지점이었다. 이야기는 재밌는데 조폭이 개심해가는 이야기가 상투적이기도 하다. ‘그걸 넘어설 수 있는 장치를 가져가자, 리얼리티를 강화하고 재미를 주자’ 싶었다. 매 장면 새로운 지점, 기대치 않은 상황을 넣으려 노력했다. 장르를 규정하지 않고 코믹, 액션, 멜로 등 여러 장르를 적절하게 섞어 ‘오락영화’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어나갔다.

-카카오페이지 누적 관객수 1억뷰를 돌파한 인기 웹툰 <롱리브더킹>이 원작이다.

=의외로 어느 정도 진행되기까지는 아예 원작을 안 봤다. 물론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한번 봤지만 원작이 영화 만들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류경선 작가가 쓴 초고가 영화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원작을 보고서 그걸 희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초고를 바탕으로 10개월 동안 13번의 수정고를 다시 썼다.

-부제 ‘목포 영웅’이 만화와 영화를 가르는 설정이 아닐까. <범죄도시>의 뒷골목처럼, 이번엔 목포라는 도시를 디테일하게 묘사해 리얼함을 더한다.

=남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목포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나라를 바꾸거나 우주를 지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소시민의 영웅이 탄생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봤다. 목포의 정서를 최대한 담고자 시나리오 작업을 아예 목포로 가서 했다. 정치적 강성지역이자 ‘건달’이 많다는 선입견도 있는 곳인데, 직접 가서 경험하니 친근한 사람들이 사는 작은 항구도시였다. 그런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했다.

-장세출이 출마하면서 진보정당과 여당간의 알력 다툼이 플롯의 중요한 사건이 된다.

=선거전을 어떻게 담을지가 큰 숙제였다. 여야 의원들도 많이 만났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만나도 보고, 자료조사도 많이 했다. 원작의 팟캐스터는 특정인이 모델인데, 아예 다른 캐릭터로 가져갔다. 또 목포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지역이지만, 일부러 장세출이 몸담고 있는 진보정당의 옷 색깔을 빨간색으로 해서 그런 연관성을 최대한 배제했다.

-장세출이 첫눈에 반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연 플롯을 이끄는 건 장세출의 순정 멜로다.

=김래원 배우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멜로로 봤다고 하더라. 여러 장치를 두기는 했는데 철저히 멜로이기를 바랐다. <프리즌>(2016) 때 본 날선 모습에 더해 김래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순정과 인정과 힘을 겸비한 장세출은 <범죄도시>의 마석도와도 겹치는 영웅상이다. 두편을 보니 이 캐릭터가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 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둘 모두 내가 좋아하는 남성상이다. (웃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도 무뚝뚝하게 아무런 티 내지 않고, 사랑하면서도 티 안 내고 옆에서 지켜주는 ‘츤데레’ 같은 인물. 소현에게 하는 대사 중에 장세출 캐릭터를 말해주는 대사도 여럿 넣었는데, 후반부 스포일러라 일단 영화를 보면 좋겠다. (웃음)

-다리 위 버스 전복 사고에서도 사람을 구해내고, 차에 부딪히고 나서도 ‘파스 붙이면 된다’고 하는, 장세출은 말 그대로 슈퍼맨 같은 파워를 가졌다. 목포 영웅이 가지는 파워의 허용치를 최대한으로 올리려 한 것 같다.

=한국식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면 어떻게 갈지 고민했다. 코믹한 면모에 물에 빠져도 살고, 차에 부딪혀도 살아남는, 단순무식해도 진정성이 담긴 캐릭터로 만들자 했다. 나중에 장세출이 ‘목포에서 자랐고, 목포가 고향이고, 목포가 내 엄니야”라고 연설하는데, 그 대사가 많은 정치인들이 클리세처럼 하는 말이지만, 절실하게 다가올 수 있길 바랐다. 뚝심을 가지고 한번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순수한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내뱉은 허언과 잘못된 약속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인물이 우리를 대변해 국회에 가서 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최근 조폭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악인전>을 비롯해 범법자에 대한 미화와 허용치를 둔 캐릭터에 대해서는 고려할 만한 문제다.

=캐릭터를 그릴 때 평범한 사람, 착한 사람보다 재밌는 건 분명 변화하는 사람이다. 장세출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데,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착한 조폭이라고 해도 정치판에 나가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이권이 걸려 있는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지점이 동의가 안 되면 관객을 설득하기도 힘들겠더라. 장세출이 마지막에 순수하고 정직한 대답으로, 진정성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장세출의 변화를 중심에 놓다보니 상대적으로 소현 캐릭터가 평면적이 된 게 아쉽다.

=한 인물의 성장기와 멜로, 두 가지를 그려야 했다. 멜로로 규정하면 두 인물의 시각을 담을 수 있을 텐데,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성의 시각에서 본 멜로를 그리다보니 건조해진 면도 있다.

-2편의 작품의 결이 달라 세 번째 작품을 가늠할 지점도, 더 궁금해지는 지점도 생겼다.

=해보지 않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이제 2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앞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더 성숙해나갔으면 한다. 이번 영화가 전형적인 측면은 있지만 틀에 박힌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 복합 장르가 아닐까. 규정하지 않고 좀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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