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 있는 요리가 일곱 가지입니다. 일곱 번째 순서가 지나가면 다시 첫 번째 요리로 돌아간답니다.” 1980년 이후로 요리를 하지 않았다는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 일곱 가지나? 카레, 떡볶이, 박막례표 간장국수… 다시 카레로 돌아가던 중, 유튜브 채널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훌쩍 넘긴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클릭했다.
목살이 없으면 아무 돼지고기나, 새우젓이 없으면 액젓, 하지만 국간장이 없으면 진간장은 조금만 넣어야 한다며 느슨한 듯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백종원의 입담은 요리 의욕이 0에 수렴하는 사람마저 사로잡는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SBS <골목식당>의 레시피와 솔루션을 합쳐놓은 듯한 이 채널에서 특히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한 가지 메뉴를 100인분씩 만드는 업소용 대용량 레시피다. 커다란 냄비에 돼지고기 10kg을 한꺼번에 익혀 제육볶음을 만들고, 마요네즈를 3.4kg이나 턱 쏟아넣어 감자 ‘사라다’를 완성하는 능숙한 손놀림에는 <메가팩토리> 같은 다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경이로운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절대 우리 팀들은 좌절하실 필요 없습니다”라는 격려에 힘입어 일주일 전 카레를 만든 뒤 처치 곤란해진 감자, 당근, 양파를 꺼내기로 했다. 곧 만들 수 있는 요리에 감자 샐러드가 추가될 것 같다. 재료를 100분의 1로 무사히 계량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