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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 덱스터 플레처 감독 - 뮤지컬이기에 허용 가능한 상상의 도약
송경원 2019-06-06

“레지널드 케네스 드와이트(엘튼 존의 개명 전 이름.-편집자)가 엘튼 존이 되기 위해 어떤 대가가 필요했을까. 로켓을 타고 모든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Rocket man burning out his fuse up here alone.’ 엘튼 존의 <Rocketman> 가사 중 이 한 구절이 엘튼 존의 양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엘튼 존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영화 <로켓맨> 감독 덱스터 플레처의 말이다. 5월 23일 한국을 방문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에게 <로켓맨>의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엘튼 존’을 영화화했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엘튼 존의 허락과 지지를 얻어냈는지 궁금하다.

=엘튼 존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 기억으론 12년 전부터 엘튼 존과 그의 배우자인 데이비드 퍼니시가 꾸준히 자전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적절한 시기에 한데 모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로켓맨>은 매튜 본이 프로듀서로 나서고 태런 에저턴이 출연 의사를 비치면서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엘튼 존의 기억을 따라가는 구성이다. 엘튼 존이 조언과 함께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줬다고 들었다.

=물론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삶의 여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 생애를 다루진 않고 특정 시기, 정확히 젊은 시절부터 어떻게 스타덤에 오르게 됐는지 그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제3자의 관점이 아니라 엘튼이 직접 회고한 기억들이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 흐르면서 뒤섞이고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회상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픽션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환상적인 체험, 그러니까 당시 엘튼 존이 느꼈던 감정들이다. 이것이 실화인가 아닌가를 묻는 거라면 ‘감각적으로 정확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엘튼 존의 명곡을 뼈대로 한 뮤지컬영화이기도 하다. 노래 가사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쓴 것처럼 맞아떨어지는 게 놀랍다.

=버니 토핀이 작사한 엘튼 존의 노래들은 무척 개인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보편적이다. 생의 최고점과 최저점, 그러니까 역동적인 감정의 굴곡을 표현해낼 수 있는 음악들이 이미 준비된 것처럼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다만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기 적절한 곡이면 발매 시기와 상관없이 사용했다. 전기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이기에 허용 가능한 상상의 도약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 엘튼 존과 태런 에저턴의 외모는 그렇게 닮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설득이 되고 어느새 태런 에저턴이 엘튼 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태런의 열정과 진정성, 그리고 헌신 덕분이다. 실존 인물과 똑같이 생긴 배우를 쓴다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외모가 아니라 순간순간 얼마나 감정적으로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태런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그가 엘튼 존이라는 걸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강인한 영혼과 함께 내면의 나약함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한 배우다. 감독으로서 이런 배우와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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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컬처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