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케이블TV를 보다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네스 호수의 괴물 ‘네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소년중앙> 같은 어린이 잡지를 통해 여러 번 접한 ‘네시’에 대한 이야기의 실체를,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과학적인 가능성을 통해 양면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 드러내려는 것이 그 다큐멘터리의 내용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목격자가 있는데도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괴물이나 괴수의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널려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온몸이 털이 덮여 있고 나타날 때마다 큰 발자국을 남긴다는 이른바 ‘빅풋’. 주로 추운 지역에게 많은 목격자가 나타나는 이 거대한 사람 형태의 괴물은, 우리나라에서 <바야바>로 알려진 <Bigfood and Wildboy>라는 TV시리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이번에 개봉된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모스맨> 역시 원작 서적 <The Mothman Prophecies>가 집중적으로 조명한 모스맨이라는 괴물과 그 괴물이 나타난 이후 벌어진 참사들과의 연관성을 소재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영화화되면서 모스맨의 이야기가 과대포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모스맨의 등장과 참사가 실제로는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처음 모스맨이 미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1966년 가을이었다. 산이 많기로 유명한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포인트 플레즌트라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 지역 젊은이들이 ‘TNT’라고 부르던 곳이 그 무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파티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던 그곳은, 꽉 찬 나무숲과 가파른 언덕 그리고 동굴들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자연조건이 그렇다보니 1900년대 초부터 조류들을 위한 보호지로 지정되어 관리되다가, 2차대전중에는 미군의 폭발물 지하저장소로 활용되었으며, 전쟁 뒤에는 그 지역의 일부가 화학, 생화학 회사들의 공장으로 쓰이는 중이었다. 그렇게 괴물이 탄생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그곳에 스카베리 부부와 말레트 부부가 도착한 것은 1966년 11월15일 저녁이었다. 함께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을 오래되어 버려진 공장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한 그들은 항상 잠겨 있던 공장 출입문의 열쇠가 벗겨져 있다는 사실과 생각만 해도 끔직한 괴물이 그 안에 있음을 발견한다.
2m가 훨씬 넘는 키에 사람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등 뒤에 접힌 날개를 가지고 있던 그 괴물의 가장 특이한 점은 아주 커다란 눈이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최면에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괴물에 소스라치게 놀란 두쌍의 부부는 차에 올라타 마을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괴물이 날개를 펄럭이지도 않고 날면서 그들을 쫓아왔다는 사실. 무려 1시간 가까이 그들을 쫓아 날아오던 괴물은 마을의 경계지역에 도착해서야 사라졌고, 겁에 질린 목격자들은 그 사실을 공공기관에 알렸다. 처음에는 믿으려 하지 않던 공무원들은 겁에 질려 사색이 된 목격자들이 무언가를 본 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에, 목격자들과 함께 경관들 TNT에 다시 보내 확인작업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이 발견하지 못한 경관은 그 사실을 무전기로 본부에 알리려다, 무전기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이상한 소음만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것이 목격자들을 겁에 질리게 했던 괴물의 출현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경찰이 심증만 가지고 있으면서 별다른 수사를 진척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 다음날, 갑작스럽게 거대한 새와 같은 괴물을 보았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패트리지라는 농부는 TV가 갑자기 안 나오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집 밖에서 개가 큰소리로 짖는 것이 이상해 밖으로 나갔다가, 거대한 눈을 가진 괴물이 창고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 집안에 숨어 있다가 그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고는 큰 눈을 가진 괴물이 달리는 차를 따라왔다는 것이었다. 신고가 밀려오자 경찰은 16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었고, 일부 언론들이 그 소식을 전하면서 괴물을 배트맨을 본떠 ‘모스맨’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뒤 괴물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이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TV나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거나 개와 고양이가 사라지는 경우도 폭증했다. 그러한 현상이 모두 모스맨의 등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과 방송사의 카메라들이 모스맨을 보기 위해 TNT의 공장 앞으로 모여들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모스맨을 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일각에서 모스맨이 주술에 걸린 동물이라거나 생화학적으로 변형된 새라거나 하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 괴물이 실은 거대한 눈동자 모양의 무늬를 가지고 있는 ‘Sandhill Crane’이라는 이름의 두루미 종류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그뒤로 약 1년간 100여건의 모스맨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계속되기만 했다. 그러던 1967년 12월15일, 포인트 플레즌트 마을의 실버 브리지라는 다리가 출근시간에 무너지면서 무려 46대의 자동차가 강물에 빠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런데 묘하게 그 참사 이후 모스맨을 보았다는 신고가 거의 사라졌고, 그 때문에 모스맨의 등장이 어떤 계시가 아니었나 하는 소문이 돌게 된다. 혹자는 모스맨이 악마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고, 반대로 신이 인간에게 보낸 전령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모스맨의 외계인설까지 퍼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심지어 모스맨이라는 존재가 체르노빌 원전사고, 1926년 중국 댐 붕괴사고, 1951년 시카고 대지진, 1978년 독일의 광산 붕괴사고 등의 재난이 일어난 장소에도 나타났었다는 믿기 어려운 주장까지 나오는 중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이번 영화를 계기로 모스맨이 네스 호수의 네시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무언가 초자연적인 힘에 매료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당히 자극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리스트chulmin@hipop.com사진설명
1. <모스맨> 공식 홈페이지.
2.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진 모스맨의 모습.
3. 모스맨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여러 책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4. 실재했던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모스맨>.
<모스맨> 공식 홈페이지 http://www.spe.sony.com/movies/mothman/
<모스맨> 한글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thman.co.kr/
모스맨의 전설에 대한 팬페이지 http://www.mothmanliv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