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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봄밤>, 마음이 벌이는 일

사람을 만나다보면 이번 연애와 다음 연애가 겹치는 시기가 있다. 갈등과 혼란, 기만과 죄책감이 뒤섞인 진창을 건너며 주변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한다. MBC <봄밤>의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은 오래 사귄 애인이 있고, 약사 유지호(정해인)는 여섯살 된 아들이 있다. 아이의 엄마는 출산 후, 외국으로 떠났다. 공교롭게도 정인의 애인은 지호의 대학 선배고 주말 농구 멤버다. 정인과 지호가 ‘친구’로 만나기 시작한 시점은 3월 중순, 벚꽃이 흐드러진 드라마 오프닝 속 봄밤 무렵은 아마도 진창의 복판이리라.

드라마 초반. 정인은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고 관계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상황은 종종 그의 예상을 비껴간다. 이런 장면이 있다. 정인은 공룡을 좋아하는 지호의 아들에게 보여줄 그림책을 골라 도서관에서 맞이한다. ‘내가 누군지 맞혀보라’고 재촉하는 정인에게 아이는 되묻는다. “음… 엄마?” 정인의 눈빛이 흔들리는 이유가 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자란 여섯살 아이의 마음속을 엿본 당혹감 뿐일까? 새로운 상대에게 뻗는 관심을 그 대상의 주변으로 돌려 죄책감 없이 몰두하는 마음의 우회전략을 모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아이가 혹여 ‘아빠 애인’이냐 물으면 ‘친구’라고 정정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정인의 속내는 뜻밖의 대답으로 혼란에 빠진다. 많은 사랑 이야기가 결국 마음 가는 길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 마음의 수작을 헤집어 펼치는 <봄밤>을 보고 있으면 입술을 잘근잘근 씹게 된다. 남의 속 같지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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